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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나비인간>

나예빈 | 2021-04-20 10:24
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다. 형형색색의 꽃 위로 벌과 나비가 바삐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았는가. 우리는 꽃만큼이나 나비를 참 좋아한다. 아마 날개에 그려진 아름다운 문양과 더불어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이 분명하다. 나비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기까지 쉽지는 않다. ‘우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풀어서 쉽게 설명하자면 곤충의 번데기나 유충이 껍데기를 깨고 나와 성충이 되는 것.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장면을 종종 보여주고는 한다. 그런데 과거의 모습은 생각해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달라진 그들은 같은 존재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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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나비비. 그녀는 엄마가 번데기에서 나와 새로운 모습을 가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 어렸을 적부터 나비에 관해 이야기하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우리들은 나비인간이라 말하는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번데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안에 들어간 존재는 녹아내리며 소멸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생명으로 재조합되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 인간이 있다면 모습이 달라질지언정 같은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라면 새로운 사람이 태어났다고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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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이 과정을 이용해서 부정하고 싶었던 자신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다희와 함께 왕따였던 비비.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견디면 견뎌서 문제였고, 반항하면 반항해서 문제였던 지난 시간들. 하지만 비비에게는 큰 기회가 하나 있었다. ‘우화’.
나비인간이었던 비비의 탈출은 성공적이었지만, 그사이에 가려진 다희는 비비의 몫까지 상처를 견뎌내야만 했다.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다희의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스스로를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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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전학을 선택했다. 일 년간 이모네 집에서 지내며 새로운 생활을 하면 스스로에게 닥친 문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사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아는 남자아이인 연우를 만나게 된다. 연우는 왕따를 당했던 나비비가 맞냐며 무례한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비비는 처음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곰곰이 그 장면을 되새기다 보니 연우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하다. 전학 온 자신의 출신 중학교를 어떻게 알아낸 것이며, 왜 질문을 던지며 자신보다 연우 본인이 더 혼란스러워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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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전학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친구의 가면을 쓰며 비비의 주변을 차단한다. 본인은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상한 행동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연우가 비비에게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반 아이들은 비비에게 이런 소식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비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온 곳에서 마저 왕따 당했던 과거를 부정해야 한다니. 정말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비비는 독서 동아리 활동에서 ‘스웜프맨’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죽음을 맞이하자마자 낙뢰를 맞아 어떠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 죽은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 과연 그 사람은 동일한 인간이냐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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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고민과 비밀이 많아 보이는 비비의 모습에 이런저런 추측을 던지는 주변인들. 비비는 혼란스럽지만 심지 굳게 나아간다. 뒤에서 자신을 험담하는 아이들보다 네가 더 예쁘다는 말을 칭찬으로 던지는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당당히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비비 자신은 자신을 약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 같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단단한 사람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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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의 고민을 어쩌다 알게 된 이모. 무리해서라도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비비에게 이런 조언을 남긴다.
원래 사람들은 종종 “좋아지고 싶다”라고 말해야 하는 걸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잘못 말하거든.
추억 보정이라는 말이 있다. 당시에는 정말 괴로워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막상 돌이켜보면 그때가 나았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로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조금 더 행복했으면, 나은 환경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뿐. 이모는 비비가 모호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기를 바란다. 제대로 바라보았을 때, 사람은 성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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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여전히 정답을 찾아 헤맨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더 나쁜 곳으로 가지 않을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을지 말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해 잊어버리거나 도망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비비의 생각을 지지하는 쪽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눈을 감아버리지 않고, 마주하며 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다 보면 분명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떠한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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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일상을 살아간다. 타인에게 내가 가진 좋은 것들만 보여주기 위해 말이다. 종종 그런 일들을 그만두고 싶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이라면 가면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연해져 버려 개인이 어찌 바꿀 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번데기 속에서 살아있다. 버티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올 아름다운 그 시간을 말이다. 비록 나비인간은 아니더라도 거친 과정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원하며 카카오페이지 웹툰 <나비인간>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