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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절벽으로 몰아세우는가, <구원>

나예빈 | 2021-06-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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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든 편한 생활을 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우리 모두 자신만의 목표가 있죠.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조금 힘든 일도 감당하려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 밤을 새고 공부하는 것, 승진을 위해서 어려운 프로젝트를 감당하는 것. 우리는 이렇게 하기 싫어도 참고 견디기는 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시스템들을 개발을 합니다. 사람이 굳이 운전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하게 하거나, 스마트폰에 연결을 하여 집 내부에 모든 것들을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나를 위한 것들이 아니면 조금도 감당하기 싫은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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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속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생명체가 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인간과 카피가 그 내용입니다. 카피가 무엇이냐. 말 그대로 복제 인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구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대체제로 개발을 하게 된 것이죠. 초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생긴 것도, 살아가는 방식도 인간과 똑같기 때문에 두 종류의 생명체는 서로에게 잘 녹아들었습니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직장 동료가 되어서 함께 일을 끝내려고 노력도 하였어요. 하지만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카피를 마구잡이로 해하기 시작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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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소문 하나를 들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괴롭히고 죽이거든요. 웹툰 속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어떤가요. 이 현실 세계에는 카피 없이 인간들끼리만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합이 잘 되고, 서로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인간들 사이에서도 잡음은 발생하지만 서로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왜 인간은 서로를 공격하지는 않지만 카피에게는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칼날을 휘두르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 애초부터 카피를 낮은 위치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을 해봅니다. 

여기 수많은 인파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남자. 붉은 눈을 가진 카피와 다르게 평범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것으로 보아 인간이 맞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나홀로 그 사이를 떠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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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술집에가 맥주 한 잔을 마실뿐. 그의 인생에 있어서 행복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로 느껴지는데요. 집으로 돌아간 그는 무언가를 결심했다는 듯이 칼 하나만 들고 집 밖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그런 그 앞에 나타난 무장한 사람들. 숫자도, 가진 무기도 너무나 불리해보이지만 살아남는 최후의 한 명은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몸이 성치는 않았죠. 병원에 실려간 그는 혼미로운 정신 상태로 흐릿하게 카피를 봅니다. 자신을 살리려고 애를 쓰는 카피를요.

이 카피의 이름은 미나입니다. 미나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어요. 누구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지만 동료에게도 왕따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신체, 심리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빨간 눈을 가진 카피라는 점. 미나가 누군가에게, 특히 인간에게 해를 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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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기 위해서 병원을 돌아다니다보면 인간을 만나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병원을 찾은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닐 테니까요. 인간들은 그렇지 않아도 동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미나에게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멋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죠.

우리는 종종 미래를 꿈꿉니다. 아이들이 이 엉망인 세상을 낫게 할 것이라 믿으면서요. 어쩌면 그것은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맞아요. 부모님의 억지스러운 말들, 폭행 앞에서 아이는 멋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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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미나의 카피 동료는 검정색 렌즈를 껴서 눈동자 색을 가리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야만 공격을 당하지 않는다면서요. 동료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빨간 눈동자만 가리면 적어도 눈에 띄지는 않을 거고, 처음 보는 환자들에게까지 공격을 당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미나는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렌즈를 낀다고 자신이 카피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라면서요. 피해자를 나무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애초에 문제는 미나에게 있던 것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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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들 사이에 흡수 되지 못하였던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렇습니다. 자신을 간호하려다가 깨는 모습을 보고 도망치려는 미나를 붙잡는데요. 그 짧은 제스쳐에서 미나는 여러 생각을 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남자는 예상 외의 말을 꺼냅니다. 미나가 자신을 살렸다는 말, 그리고 이름이 예쁘다며 엉망이 된 미나의 마음 속을 어루만져줍니다. 미나가 남자의 다친 몸을 치료했다면, 남자는 미나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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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흑백으로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을 굉장히 잘한다는 이미지를 받았습니다. 중간중간 피나, 카피의 눈을 표면할 때만 강렬한 빨간색을 사용하는데요. 웹툰을 보면서 실제로 촉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 웹툰을 보는 내내 서늘하다는 생각을 꽤나 여러번 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들 마다 원하는 웹툰에게 지점이 다를 것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런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수도 있겠고, 재미도 가지고 가나 그 안에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가 좋을 수도 있겠죠. <구원>은 후자입니다. 저는 그 누구든 본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