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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와 흰둥이 - 비정규직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namu | 2016-09-06 13:59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귀여운 카톡 이모티콘까지 출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윤필 작가의 야옹이와 흰둥이. 매일매일 열심히 일을 하는데 어쩐지 돈이 모이지 않고 계속 가난한 비정규직의 이야기와 노동계층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사람들은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해왔다던 작가. 철원에서 군 복무 당시 말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친구들을 보았고, 그런 사람들은 휴가도 잘 못 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다. 그 후에 사회에 나와서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 대신 우직한 개를 캐릭터로 선택했고, 흰둥이가 탄생했다. 흰둥이가 성대 수술을 한 것으로 나오는 것은 작가 개인적으로 개의 성대 수술을 싫어하기 때문에 추가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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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보증을 잘못 선 주인을 대신해 보증 각서를 쓸 때부터 이미 가슴이 욱신거릴 것을 예상했어야 했나 보다. 이별에는 면역이 없어서 어떤 이와 사이가 틀어져 이별하기로 했어도, 혹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영원히 이별을 한다 해도 슬픈 것은 매한가지다. 윤필 작가의 작품은 이 예고 없는 이별 같은 느낌이어서 윤필 작가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가슴이 먹먹하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 하도 울어서 주변에서 다음날이면 왜 이렇게 얼굴이 부었냐고 물어보는 일이 잦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리뷰하기가 겁이 나기까지 한다.

 

이렇게 주인을 대신해 채무 이행을 하기로 한 야옹이는 마트에서 시식코너 아르바이트를, 흰둥이는 인력사무소에서 연락을 기다리며 일용직을 한다. 정규직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본래 시급의 절반만을 준다는 대사가 오늘날 비정규직의 고충을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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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의 책임이 없는 일을 아무런 대가 없이 수행하는 흰둥이와 야옹이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사회는 이렇듯 약자를 하나의 부품쯤 여기고, 노동에 대한 합당한 노력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해야 맞는 것인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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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돈이 없어서 사 먹지 못하고 남들이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흰둥이의 모습 또한 가슴이 아프다. 보통 같으면 힘들고 짜증 나서 서로 챙겨줄 겨를이 없을 텐데도, 야옹이는 시식코너에서 팔고 남은 고기를 흰둥이를 생각하며 싸오고, 흰둥이는 야옹이를 떠올리며 야옹이가 좋아하는 박스를 가져온다. 남에게 잘해주는 것은 손해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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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이 작품을 읽었던 필자는 야옹이가 “아우 분하다냥” 하며 벽을 북북 긁는 모습을 보면 필자의 고양이가 같은 행동을 할 때마다 사실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 분해서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이름도 똑같이 야옹이다. 색은 없지만 줄무늬가 묘하게 노란 필자의 고양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윤필 작가가 고양이를 넣은 것도 단순히 당시 고양이 만화가 붐이었고, 주변에서는 고양이의 행동을 묘사만 해도 애묘인들이 좋아하니 자신도 그런 고양이의 특성을 넣어서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던 작가의 말처럼, 필자를 포함한 여동생과 친구들은 이런 소소한 장면에 아주 열광했다. 무거운 스토리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도 흰둥이와 야옹이의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과 그들의 귀여운 동물적 특성들 덕분이다. 이런 작가의 소소한 배려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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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보상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하지만 자신은 자신의 작품 속 흰둥이처럼 살지 못해 자신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너무도 정직한 윤필 작가. 오늘도 독자들은 그의 만화에서 위로를 받고, 그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감정의 동요 없이 묵묵하게 끝까지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윤필 작가의 작품이 있기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우리는 행운이다.

 

작가 인터뷰 참고 자료 : http://interview365.mk.co.kr/news/17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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