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처럼 - 음악과 인연
바쁜 현대사회에서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만나고 인연을 맺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학창 시절의 친구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사람을 사귈 기회는 도통 오지 않는다. 취미를 위한 온, 오프라인의 모임은 몇 안 되는 신선한 인연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웹툰 ‘바이올린처럼’ 은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사랑하고, 우정을 쌓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사랑’, 연인관계에 있다. 독자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니 당연하다.
‘바이올린처럼’ 은 한국 드라마를 비판할 때 흔히 거론되는, 소위 ‘뭐뭐 하면서 사랑하기’ 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근영, 대복, 설화, 가을 등 여러 인물들은 바이올린을 배우고, 또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독자들이 보고 즐길 것은 역시나 그들의 간질간질한 사랑이다. 하지만 한드를 비판할 때 쓰이는 논거는 이 웹툰에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프로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바이올린을 반드시 익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취미삼아 모인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올린에 관한 복잡한 과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취미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바쁜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있어, 열정을 가지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날 용기와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싹 트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교류는, 결말이 어쨌든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움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흥미를 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인공 근영과 대복을 포함해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이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진 사람들이다.
사랑 이야기는 아주 담백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아픔과 슬픔, 어려움을 품고 있지만 가슴 속에 묻어둔 아픔 하나 없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현실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평범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대개 그렇듯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렵다. 바이올린을 통해 출구를 찾고, 또 바이올린을 배우는 이들끼리 모여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라면, 그중에서 질곡이 있는 삶을 살아왔다면 가졌을 법한 슬픔과 상처를 가진 이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인연을 쌓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별하거나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회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 술술 넘어가는 것은 솔직담백한 감정묘사와 올곧게 나아갈 줄 아는 인물들 덕분이다. 웹툰은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 인연이 막 시작될 즈음에 느끼는 혼란,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상처와 흉터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이런 어려움은 누구나 겪게 되지만, 또 누구에게나 넘어서기 쉽지 않은 어려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영, 대복, 설화, 가을 등 ‘바이올린처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오만하지 않게, 조심스럽지만 동시에 아주 분명한 방향으로, 올곧고 바르게 오해를 풀고, 자신의 아픔과 감정을 전달하고, 마침내 서로에게 기대고 마주 웃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용기와 관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정말로 좋았으리라. 평범하지만 동시에 평범함 이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들려주는 바이올린 같은 이야기의 선율은 정말로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