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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전스 - 살해된 연인의 복수를 위해서, 백합과 스릴러의 만남

박성원 | 2016-08-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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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장르에 추리 스릴러가 더해진 작품입니다. 형사가 있고, 살인 피해자가 있는데, 이 둘은 여자이고 연인 관계에요. 형사가 피해자의 지인이라 복수심에 범인을 쫓는다는 얘기는 그리 드물지 않지만, 본격적인 백합과 추리의 과감한 조합은 분명 신선한 측면이 있습니다. 장르적인 완성도도 괜찮은 편이에요.

 

주인공 ‘현설아’는 강력계 형사로, 키가 여자치고는 매우 큰 (대한민국 남성 평균)173cm입니다. 스펙상으로도 그렇고 그림에서 묘사되는 모습만 봐도 덩치가 상당해요. 강력계 형사로 현장에서 뛰려면 아무래도 신체적인 면이 중요하겠죠. 물론 이런 장르에서 대체로 그렇듯 날고 기는 강력계 안에서도 특별히 유능한 형사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안에서 손꼽힐 만한 마초 직장이 바로 강력계일 텐데, 그 강력계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으니 말 다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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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라’는 순수예술을 전공한 대학생으로, 설아와 동성 연애관계에 있었습니다. 성적 정체성을 숨기는 설아와는 달리 대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에요. 덕분에 대학에서 호모포비아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비난에 전혀 굴하지 않는 당찬 아가씨입니다. 설아하고는 스토킹 당하던 친구, 가희를 돕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 수없는 대쉬 끝에 마침내 연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설아와 하라, 둘 다 사회적 편견에 고통 받는 건 비슷하지만, 대응하는 방식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설아가 가면을 쓰고 ‘형사’로서의 의무에 충실했다면, 하라는 앞서 언급했듯 물러서지도 숨지도 않았죠. 둘은 좋은 상호 보완이 됐을 것 같습니다. 설아는 일반적인 형태의 폭력에 가장 익숙하고 강한 사람이지만, 성적 정체성과 관련된 공격에는 약하죠. 반면에 하라는 육체적으로 평범한 여대생이지만, 유치하기 짝이없는 호모포비아들의 헛소리에는 단련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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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행복했을 설아와 하라의 관계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하라가 무참히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며 끝장납니다. 설아는 물론 미친 듯이 분노하죠. 하지만 그녀는 프로이기 때문에 이성을 잃고 날뛰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화를 참지 못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질 때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평상시보다 더 집요하게 범인을 쫓습니다.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인 만큼 어느 정도는 추리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벤전스’에서 등장하는 살인 사건은 건조하게 현실적이라, 복잡한 트릭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한 해에 300건 남짓 일어나는 살인에 모두 코난이나 김전일의 도움을 청해야 된다면, 검거율이 90%를 훌쩍 넘지는 못했겠죠. 하라의 살인도 비슷합니다. 설아를 비롯한 형사들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몸을 써가며 차근차근 수사망을 좁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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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아는 비록 베테랑의 강력계 형사이지만 그녀 또한 사람이지요. 주변인, 특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의 살인을 수사하면서 멀쩡할 수 있을 만큼 냉정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녀는 크게 혼란스러워하지만, 위태로운 상태에서도 형사로서의 본분을, 그리고 복수와 징벌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백합과 추리 스릴러라는 신선한 조합에 장르적 재미, 그리고 깔끔한 완결까지 더해진 웰메이드한 작품입니다. 추리나 수사물에 특히 방점을 찍는 독자가 아니라면,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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