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의 일방적인 연재 종료. 모두에게 안 좋은 최악의 자충수(自充手)
최근 모 웹툰 플랫폼에서 소속 웹툰 작가들에게 일방적인 연재 종료를 통보하여 다수의 작품이 갑자기 시즌 1로 완결이 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해당 웹툰 플랫폼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올해 5월에는 자사의 모 작품이 조회수 1400만을 돌파해 성공적으로 완결됐다는 기사까지 나온 바 있다.
헌데, 불과 한 달 밖에 안 된 6월 지금 현재 일방적 연재 종료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해당 웹툰 플랫폼의 일방적 연재 종료에 대한 태그가 SNS상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데. 플랫폼 자체에 대한 비난은 이미 SNS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으니 여기선 업체의 연재 종료 통보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는 2002년에 장르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15년 동안 장르 시장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영세 업체를 거쳤고. 십 수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한 것 중에 처음 구상한 데로 끝까지 써서 완결을 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출판사로부터 책이 잘 안 팔리니 다음 권에서 완결하라는 연락을 받아서 5권 이내로 완결을 한 작품이 많다. 5권을 넘어가는 작품은 전 7권 완결인 데뷔작 밖에 없는데 그것도 사실 10권 완결 기획한 게 7권으로 종결된 거다. (온전히 처음 기획대로 완결한 건 1권짜리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볼 때 판매 실적이 낮으니 조기 종결하는 게 맞다. 잘 팔리는 책은 10권, 20권, 30권도 나오지만 안 팔리는 책은 5권 내로 끝내는 게 필자가 책을 내던 시기의 생리였으니까.
필자는 작가로서 현역 활동을 할 때 그런 일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출판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지.
하지만 이번 웹툰의 조기 종결 사태는 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건 플랫폼 측의 일방적인 연재 종료 통보다.
처음부터 시즌제 계약을 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 안정적인 연재를 보장해준다면서 연재를 쭉 시키다가, 어느날 갑자기 플랫폼이 연재 종료를 통보하면 작품 자체가 제대로 완결이 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장르 소설 출판 시절 때도 출판사 측에서 조기 종결 통보를 줄 때 다음 권에서 완결하라고 하는데. 웹툰은 소설책과 다르게 권 단위로 분류되는 게 아니고 화 단위로 주간연재하니 수습하기 더 힘들다.
최소한 작가가 자기 작품을 급전개라도 해서 수습하여 완결할 수 있는 시간은 줘야 한다.
아마도 계약서상에 연재 기간과 연재 보장에 대한 조항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는 이상은, 플랫폼의 일방적인 연재 종료 통보가 계약 위반인 것은 아닐 테니 법적인 책임은 없겠지만 도의적 책임은 있는 것이다.
그런 게 없이 무작정 연재 종료시키는 건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플랫폼 측에서 연재 종료 통보를 해서 작가한테 지급한 고료를 아껴서 지금 당장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작가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연재 종료를 통보했다는 사실 자체로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여론이 악화되어 무형의 피해가 생길 테고 그게 장기적으로 볼 때 치명상으로 남을 것이다.
일방적 연재 종료 통보로 다수의 작품이 갈려 나갔는데 앞으로 어느 작가가 그 플랫폼에 가겠는가? 작가한테 신망을 잃으면, 작가/작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끌어올 수 없으면 플랫폼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리게 할 거다.
장르 소설 시장의 조기 종결이야 모든 출판사가 다 그런 수순을 밟았으니까, 작가도 거기에 순응했지만 웹툰 시장은 그렇지 않기에 이번 일방적 연재 종료 통보 사건이 이슈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연재 종료는 작가와 작품, 독자, 그리고 더 나아가 플랫폼도 포함하여 모두에게 안 좋은 최악의 자충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