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가의 건강보다 원고 마감을 챙기는 웹툰 플랫폼의 비윤리성

잠뿌리 | 2017-09-20 12:58

작가의 건강보다 원고 마감을 챙기는 웹툰 플랫폼의 비윤리성


작가의 건강보다 원고 마감을 챙기는 웹툰 플랫폼의 비윤리성


 최근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모 웹툰 플랫폼에서, 플랫폼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4년 넘게 연재해 온 최고참 작가의 계약 해지 이슈가 떠올랐다.


 해당 작품은 플랫폼 초기 시절부터 연재한 초창기 작품으로 전체 연령가 부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 인기작이다.

 헌데 작가가 암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서 휴재를 하게 됐다가, 이후 연재를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해지를 통해 타 플랫폼에서의 연재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올린 것이다.

 계약 해지 사유는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작가의 SNS를 통해서 계약 해지에 영향을 끼친 사건 중 하나를 공개하면서 그게 화제가 되고 있다.


 작가가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져 사비로 건강 진단을 받은 바로는 갑상선에 1.5센티의 종양이 생겨서 담당 PD에게 휴재를 요청하니.

 PD가 작가에게 갑상선은 대부분 음성이고 자신도 종양이 있는데 작가의 종양보다 더 크며, 휴재는 저번에 했는데 이번에 또 하려냐고 별거 아니란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쉬지 않고 연재를 지속했는데... 약 두달 후에 시간이 나서 다시 병원을 찾으니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말을 들었으며, 암 수술 전 병실에 PD가 찾아와서 암 때문에 그렇게 피로하셨나보다고 했다고 한다.


 해당 작가의 SNS에 올라온 글이니 문제의 PD가 그 사실 부인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작가가 작품 연재를 하다가 2017년 1월 말에 병원에 입원하여 암 수술을 받은 건 엄연히 사실이고.

 또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이르기까지 건강 이상에 의한 휴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것은, 수술 받기 전에 올라오던 원고의 업로드 날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 아주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플랫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원고 마감이고 잦은 휴재는 지양해야 할 일이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원고 마감을 작가의 건강보다 우선시하면서, 작가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계약서에 작가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항목이 따로 작성되어 있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과 의무는 없겠지만 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이며, 윤리적 문제를 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가의 건강보다 원고 마감을 챙기는 웹툰 플랫폼의 비윤리성


 종양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종양 있고 종양 대부분은 음성 판정이라며 별거 아니라고 넘어가는 그 말은 작가를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은 느낌마저 드는 비윤리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결과적으로 발견했을 당시 휴재를 하여 치료에 들어갔으면 됐을 것을, 별거 아니라고 넘어가 휴재를 못하게 함으로서 상태를 더 악화시켜 암으로 발전시킨 것은 명백히 플랫폼 측의 과실이다. 플랫폼과 작가의 갑을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너무나 심한, 가혹한 처사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어찌 원고 마감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하다는 건가.

 물론 몸이 아프지 않는데 몸이 아프다고 과장하거나 혹은 꾀병을 부리는 작가도 있긴 할 거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건강이 좋지 않다는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도 아니고 의학 지식도 없는 일개 PD가 병원 의사의 진료를 불신하고 휴재 요청을 철회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보통, 플랫폼과 작가 사이의 문제가 갑질 문제가 터지면 웹툰 작가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을 가진 커뮤니티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인기 작가 내지는 마이너 작가들이 투정 부린다고 까는 경향이 있는데. 플랫폼 초기부터 연재한 최고참에 인기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던 에이스 작가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작가의 실적이 낮으니 플랫폼의 대우가 나쁜 게 당연하다는 기존의 논리가 논파되는 상황이다. 실적이 좋은 작가도 이런 대우를 받는 게 한국 웹툰계의 현실이자, 웹툰 시장의 흥행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이다.


 해당 플랫폼의 또 다른, 초기작이자 인기 상위권에 들어간 작품은 작가가 2부를 연재하고 있던 중에 휴재 공지를 올리며, 최근 작업실에서 원고를 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사례를 보면 작가들은 자기 생명을 깎아가면서 원고 작업을 하는데, 플랫폼이 그런 걸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작가의 건강을 등한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작가의 건강을 챙겨준다면서 종합검진을 받게 해주면서, 뒤로는 작가의 건강 이상이 발견되어도 묵살하고 원고 마감을 시키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다.


 플랫폼이 작가와 상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다.

작가의 건강과 원고 마감 중에 뭐가 중요하냐고 하면, 당연히 작가의 건강이다. 건강을 잃은 작가는 작품 연재를 지속할 수 없고 그건 플랫폼 측에도 큰 손실일 텐데 왜 그걸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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