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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를 넘어서서 - 웹툰 〈바리공주〉

조경숙 | 2019-08-12 11:23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죽음 건너편을 엿보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인류의 문화사에서 죽음에 관한 텍스트는 수도 없이 많다. 멀게는 《구운몽》부터 가깝게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까지 - 죽은 사람의 앞에 어떤 길이 열리는지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또 두려워하는 내용이다. 주호민 작가의 유명한 웹툰 《신과 함께》 역시 기존 설화에 기반하여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세하게 그려내 큰 관심과 호응을 끌었다. 한편 웹툰 《죽음에 관하여》는 사람이 죽는 순간 또는 직후에 집중하여, 신이 직접 개개인의 생을 위로해주고 배웅하는 서사를 그려냈다.

그러나 죽음과 삶이 맞닿아있듯, 죽음을 다룬 숱한 서사들도 단지 삶으로부터 해방된 세상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죽었지만 여전히 생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는 존재들, 바로 귀신을 다루는 서사가 그렇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귀신'의 이야기인데, 웹툰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억울함이 남은 귀신을 찾아가 그의 한을 풀어주고 넋을 위로하는 작품이 있다. 전작 《키스앤코리아》을 냈던 김나임 작가의 웹툰 《바리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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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바리공주》 메인 썸네일 이미지 (출처: 다음 웹툰)

전통설화에서 바리공주는 쫓겨나고 수난당하는 캐릭터로, 생명수를 구하기 위해 오른 저승길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시련을 돌파하고, 특유의 강인함으로 그 이후에도 억울한 영혼들을 위해 일하기를 자처한다. 웹툰 《바리공주》에서도 바리는 원작과 동일하게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는 따뜻한 신이지만, 그 외의 설정은 조금씩 다르게 변주된다. 원작에서는 무장승이 바리공주에게 자식 출산을 강요하는 한편 웹툰에서는 바리공주와 무장승이 서로 연모하는 과정에서 바리공주의 생부에게 생명수를 주지 않기 위해 무장승이 즉석에서 꾸며 낸 것으로 설명된다.

그뿐만 아니라 원작에서 바리공주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길조차 마다하지 않는 강인한 캐릭터로 나타나지만, 웹툰 <바리공주>에서 바리는 그저 주변 사람들이 강요한 역할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처럼 묘사된다. 연 없는 아이를 주워다 길러준 할머니·할아버지에게 효도해야 하고, 얼굴 한 번 못 본 부모라도 부모를 위해 저승길을 가야 한다는 주변의 말들 사이로 바리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들에 파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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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바리공주》, 에피소드 <
사혼제二> 중 

바리는 이후 무장승과의 사이에서 낳은 일곱 아들을 다 키워 출가시킨 후,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잊은 채 환생 길에 올라 다시 바리라는 무당으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다. 무장승은 환생한 바리가 무당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 인간 스승의 모습으로 바리의 곁을 지킨다. 이렇듯 웹툰 《바리공주》는 설화를 되짚는 게 아니라 설화 이후에 남겨진 인물을 쫓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바리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 뒷면에 묻힌 상처, 억울함, 한 등을 마주한다.  누군가의 삶을 밟으면서 행복을 쟁취한 사람(<선녀와 나무꾼>), 친한 척 불행을 넘기는 사람들(<경대>), 가장 약한 자를 향해 쏟아지는 폭력(<가체>) 등을 마주하면서 바리는 억울한 귀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적합한 벌이 내려지도록 돕는다.

그렇지만 사실 산자들의 세상에서 외면받고 박해받던 인간이 죽어서야만 풀어낼 수 있는 한을 똑같이 억울하고 괴로운 이유로 저승길에 내몰렸던 바리가 경청한다는 건, 바리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바리가 비로소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찾는 것이기는 하지만, 역할에서 벗어난 바리가 다시 역할의 굴레로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 세상에 와서 귀신을 만나고 있는 것, 그리고 구태여 자신의 모든 것을 지우면서까지 세상에 내려간 것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으니, 남은 이야기에서는 부디 자유로운 바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