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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 웹툰 <N번째 연애>

조경숙 | 2019-09-09 09:30
이십 대 때, 개발자로 일하며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일에서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IT 업계의 일을 하다 보면 선명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확실히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다. 새로 벤처를 개업할 때, 요새는 누구나 홈페이지를 먼저 찾지만 홈페이지는 만드는 것보다 꾸준히 유지보수하는 일이 더 어렵다. 자잘한 내용 업데이트나, 기능 보강, 오류 수정 등 시스템에 더해져야 하는 사안들은 언제 어디에서건 불쑥 튀어나온다. 

이 모습은 흡사 연애와도 닮았다. 아슬아슬하게 '썸'을 타고,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그래서 비로소 연인이 되는 '구축' 단계보다도 이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유지보수의 과정이 더 어렵고 고되기 때문이다. 연애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가도, 심지어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이 조율의 과정은 끝나지 않는다. 웹툰 는 연인이라면 응당 거치게 되는 이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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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썸네일 이미지 (미디어다음)

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연애를 뒤로하고 이제 성숙한 연애에 도전하고자 하는 유나리,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인 이무기다. 나리와 무기 커플의 연애가 이 웹툰의 중심 서사이지만, 이 웹툰은 전형적인 로맨스 장르 작품이라고 볼 순 없다. 로맨스 장르 작품들이 낭만적인 사랑을 기조로 한다면, 는 오히려 낭만을 걷어낸 사랑, 서로 싸우고 대화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 맞추어가는 연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리와 무기는 서로 한눈에 반해 사귀게 되지만, 연애의 과정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면들보다도 점차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인 단점이라기보다 오히려 내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무기는 편의점에서 음료를 살 때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자 여분의 음료를 더 구매하는 나리의 면모에 새삼 반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여유와 품격있는 배려의 모습이 무기와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더 매력적으로 어필되는 것이다. 반면 나리는 무기에 대해 확신이 있는 자신과 달리 결혼에 대해 선을 긋거나 미래에 대해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무기에게 점차 불안감을 느낀다.

이들은 차이를 격렬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묵인하기도 하며, 때로는 알면서도 숨기며 여러 차이를 맞춰나가거나 포기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나리와 무기는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는 한편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된다. 이들은 각각 내가 그때 그/녀에게 왜 그렇게 대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또 곱씹어 보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변화가 극적으로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욕망에 자신의 모습을 무조건 맞추려고 했던 초기의 연애에 비해 이들의 연애는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며 더 깊은 연애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나리와 무기의 연애는 서로에게 N번째이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연애는 어렵게 다가온다. 상대의 욕망을 파악하는 동시에 나의 욕망을 이해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웹툰 는 이 고난의 여정을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나리와 무기뿐 아니라 다른 연애의 모습들도 조금씩 들춰내 보여준다. 연인이 서로를 자극하기 위해 타인까지 끌어들이는 연애의 모습(42, 43화)도 있고, 서로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연인도 있으며(51화) 서로의 욕망에 치여 결국 지치고야 마는 연애(나리의 이전 연애)도 있다. 이 모든 연애에 정답은 없지만, 웹툰 가 전하는 연애의 '정답'은, 결국 연인관계에 있어 자신만의 '선'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필연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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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51화)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며 '운명'의 사랑을 꿈꾸는 로맨스가 있는가 하면, 현실에 내려앉아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바로 이런 로맨스도 있다. 장르의 내/외연을 확장하는 이런 작품들은 로맨스를 기반하여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의 경우엔 바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연애는 이 질문을 시도때도 없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고행의 길이지만, 그것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나름 즐거운 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