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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게 문제가 아닙니다-레진 코믹스 <마녀의 스캔들>

EditorAnne | 2017-02-20 10:26

당당하게 말할게요. 저는 성인용 웹툰을 사랑합니다. 한 달에 레진코믹스와 투믹스에 쏟아붓는 돈만 해도...어후...

저는 성인용 웹툰이 지금보다 더 양지로 나와야 된다고 믿습니다. 평가 절하되어서도 안된다고 보고요. 섹스만큼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달리 있나요? 또 성인용웹툰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도매로 묶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씬' 만으로 구성된 작품과 탄탄한 줄거리와 씬이 결묘하게 조합된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잖아요. (물론 전자도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 최근 연재를 마친 레진 코믹스 <마녀의 스캔들>은 그런 면에서 아쉬운 작품입니다. 미리 밝혀두자면 저는 이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고요. 연재 내내 기다리면서 본 작품이기도 해요.  

[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

   작품의 제목대로 주인공 '이세은'은 마녀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상사입니다. 하지만 유능하고 비주얼도 끝내주기에 모든 남자 직원들은 그녀를 욕하면서도 욕망합니다. 그런데 까칠하게만 보이는 이세은이란 여자, 의외로 외로움을 잘 타고 정에 약합니다. 그래서 유부남과도 섹스 파트너 이상의 교감을 나누게 되고, 회사에서 부당하게 성희롱을 당하는 여사원 '민아'도 구해줍니다. 그 때문에 큰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민아를 성희롱한 남자팀장이 세은에게 약탄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하거든요.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민아를 원망하지도 않고 회사내에 떠도는 안 좋은 여론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죠.




[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

   세은은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입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 '지웅' 이 있었지만 절친의 자살로 인한 죄책감으로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합니다. 절친이 좋아하는 남자가 지웅인 걸 나중에 알았거든요. 그런데 절친이 남긴 유서에는 내가 진짜로 좋아했던 건 지웅이 아니라 세은이 너였다는 고백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세은은 트라우마에 빠져 지웅을 떠나죠. 그런데 알고보니 민아의  애인이 지웅이었던 겁니다. 우연히 마주친 세은과 지웅은 서로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다시 러브러브..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

   여기서부터 이 작품의 플롯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상처받은 민아는 순수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회사의 남자들을 꼬셔 잠자리에 들기 시작합니다. 복수를 실행하려하는 것 같긴한데 타겟이 누군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세은과 지웅이 타겟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말이 되죠. 그런데 엉뚱하게도 민아는 회사 전체를 원망합니다. 더러운 회사라는 거예요. 겉으로는 비즈니스 관계인듯 보이지만 뒤로는 섹스를 주고받는 곳이라는 거죠. 대체 왜 사고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넘어갔는지 설명이 나오질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이 작품의 설정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

   마지막 회, 드디어 민아의 복수극이 드러납니다. 그 복수란 바로 신작 게임 소개 영상회에 원래의 영상이 아닌 민아와 회사 직원들의 잠자리 영상이 방영되는 것......... 이게 왜 복수지? 혼란스러워하며 스크롤을 내리는 가운데 어느새 민아는 옥상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고 있고요... 너무 당연하게도 세은의 설득에 감화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독자는 안 해피하죠. 하하하하


 [웹툰 리뷰]마녀의 스캔들 - ALMA PINKO

   레진코믹스의 수많은 성인 웹툰 중에서도 이 작품을 소장하고 계속 봤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그림입니다. 작가가 여자의 얼굴과 몸매를 아름답게 그리는데다가 씬도 잘 소화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이었어요. 예쁘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 섹스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은 언제나 잘 팔리잖아요.

세번째는 스토리와 씬의 절묘한 조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은이 민아를 팀장의 성희롱으로부터 구해주는 화와 이에 앙심을 품은 팀장이 세은을 납치하는 화는, 독자들이 성인용 웹툰에 바라는 판타지와 이야기 구조상의 설득력을 모두 갖춘 백미였다고 평가합니다.

작가가 역량이 없는 게 아니란 걸 확인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 작품의 용두사미가 아쉽습니다.  적어도 '씬을 위해서 줄거리가 진행된다'는걸 독자들이 알아채게 하지는 말았어야죠.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티를 안내려고 노력해야 독자도 모르는 척 넘어가주죠.


   확고한 네임밸류를 얻은 작가들이 아니고서야  이 땅에서 창작가들의 삶은 고달픕니다. 이 나라의 소비자들은 돈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아직 안 들어 있습니다.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사실 이건 소비자들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그런면에서 유료웹툰 사이트의 약진을 응원하는 웹툰 팬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작가들은 또 한 번 압박을 받죠. 성인용으로 그려야 더 잘 팔리는 현실 때문에요. 감히 이 짧은 글에서 이 구조를 진지하게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물이든 아니든 다만 하나의 작품을 바다에 띄웠으면 적어도 침몰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다음 배도 띄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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