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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웹툰 범죄 미화 논란. 언론의 웹툰 규제 목소리. 과연 온당한 것일까?

잠뿌리 | 2017-04-03 11:10

로맨스 웹툰 범죄 미화 논란. 언론의 웹툰 규제 목소리. 과연 온당한 것일까?

지난 3월 31일 YTN에서 ‘노골적인 성폭행 장면이 전체관람가? 범죄 미화 웹툰 논란’이란 기사로 웹툰 규제 목소리를 드높이는 기사가 올라온 바 있다.

2016년 7월 중순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핑지 작가의 ‘복수할까? 연애할까?’라는 작품으로 현재 106화까지 연재되고 있는데, 관련 기사에서는 초반부 3화 분량 내의 문제를 거론하며 여주인공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며 로맨스로 분류되어 있는데 로맨스의 기준을 알 수 없고 범죄 미화 웹툰인데 전체 연령가로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문제로 아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으니 규제를 거론하고 있다.

언론의 웹툰 규제 관련 기사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해 그런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칼럼을 통해 과연 그게 합당한 말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런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일단, ‘복수할까? 연애할까?’는 애초에 한국 웹툰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태그에는 일본 순정이라고 적혀 있지만, 작가/출판사 이름으로 추정해 보면 중국 계열이 아닐까 싶다.

작가 이름이 핑지인데 이게 한글로 읽을 때 그런 것이고 실제로 표기되는 명칭은 Ping Zi이며, 본래 출판사가 Chengdu GuQiang Technology로 표기되어 있다. (Chengdu는 중국 쓰촨성의 성도다. 중국 삼국지의 촉나라 수도 말이다)

국내의 수입사/판매사가 GT PLANNING이고, 레이디 몬스터에서 현지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만에서 연재되는 대만산 웹툰을 한국에 수입할 때 대만의 출판사/한국의 수입사/대만 웹툰의 한국 웹툰 현지화를 맡은 팀이 각각 따로 표기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어떤 한 웹툰 플랫폼에 정식 계약되어 연재된 게 아니라, 이미 연재되고 있는 작품을 수입해서 여러 플랫폼에 공급한 것이라서 서비스하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마녀 코믹스, 레진 코믹스, 카카오 페이지, 봄툰, 미스터 블루, 투믹스 등등 어지간한 플랫폼에는 다 서비스되고 있고 네이버 N 스토어에서도 유료 판매 중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보기 부적절한 콘텐츠인데 아무런 제약 없이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라는 것도 어폐가 좀 있는 게. 수입된 웹툰이기 때문에 플랫폼별로 서비스할 때 관람 연령가가 다른 것이란 말은 기사 본문에도 나와 있고. [전체 이용가/12세 이용가/15세 이용가]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실상 전체 이용가다!’라는 전제를 두고 까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그런 말은 보통, 본작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등급이 통합되어 있을 때 지적해야 하는 말이다.

설령 작품 내용이 진짜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면 그건 본작의 수입을 허가해준 심의 기관에 따져 물어야 할 일이지. 수입한 작품을 기준으로 한국 웹툰의 유해성을 따지면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번지 수를 잘못 찾은 거다.



근데 사실 기사에 언급된 작품을 가만히 보면 그게 과연 범죄 미화 소리까지 들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기사에서는 해당 작품이 로맨스로 분류되어 있는데 왜 로맨스인지 알 수 없다고 황당한 반응이 나온다. 라고 하는데,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체 연령가 작품으로 볼 때 다소 수위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해당 작품이 여성향 만화란 걸 감안해서 보면 문제의 그 내용은 해당 장르의 클리셰라고 할 만한 내용이라서 예전부터 쭉 있어 왔던 설정이라서 그렇다.

쉽게 예를 들면, 남자 주인공이 돈과 권력이 많거나 혹은 능력이 뛰어나서 안하무인에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고, 여자 주인공이 순진 혹은 청순한데 두 사람이 만난 이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희롱하면서 덮칠 듯 말 듯 간을 보다가 결국 덮치지 않고 넘어간 뒤에는 그것을 계기로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시작되는 거다.

이게 평소 여성향 만화, 로맨스물 같은 거 전혀 안 보는 사람이 볼 때는 ‘이게 대체 무슨 로맨스야!’라고 일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로맨스의 클리셰적인 설정이라서 일상다반사적으로 나오는 거다. 여성향 로맨스물의 화법 내지는 표현법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걸 범죄 미화로 몰아가는 건 장르에 대한 식견과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몰이해에서 과거 청보법(청소년 보호법)이 생겨나 만화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던 걸 생각해 보면, 지금 언론에서 웹툰 규제 목소리를 높이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원초적인 위기감을 자극한다.

실제로 해당 작품에서 문제의 내용은 장르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어 사실 덮칠 듯 말 듯 하다 결국 넘어가는데, 관련 기사에선 작품 내용에 성폭행이 나왔다고 단정 지어 말하며 해당 장면을 모자이크해서 실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무슨 강간 장면이 직접 나온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해놓아서 왜곡의 정도가 심한 수준이다.

현직 웹툰 작가/웹툰 플랫폼 관계자/웹툰 작가 지망생이라면 한국 웹툰이 잘 나간다는 미담만 전하는 기사에만 취해 있지 말고, 건수 잡을 것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면서 규제의 목소리를 내는 기사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한국 웹툰계의 아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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