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칼카나마 라리가위클리 Jornada 377 '리가4컷 9라운드'
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03. 칼카나마 라리가위클리 Jornada 377 '리가4컷 9라운드'
니스NICE 장 지 원
칼카나마는 지난 26일 발행한 라리가위클리 '리가4컷 9라운드' 편에서 드라마,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은 물론 다른 리그의 사례까지 들며 갖가지 패러디를 선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도 다방면의 원본짤을 찾아왔다.
1. 각본 있는 드라마
칼카나마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화에서도 4컷만화를 포맷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첫 번째 4컷으로는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와의 맞대결을 그렸다. 결과는 3-2로 바르셀로나의 펠레 스코어 재역전승으로 끝났으나 판정시비나 거친 플레이로 논란도 남았다.
시작은 심판 디스로 시작한다. 심판이 화자로 나서 "오심도 축구잖아요..."라고 말한다. 판정 문제는 크게 3가지 상황에서 불거졌다. 11분 이니에스타가 깊은 태클을 당해 무릎부상을 입었지만 카드가 주어지지 않은 점, 21분 리오넬 메시의 선취골 때의 오프사이드 논란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수아레즈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양 팬들의 가슴에 번갈아가며 거대한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스포츠에서의 흔한 격언을 붙인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2013년 5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에 나온 명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11월 6일 방영된 118회에서 설설희(서하준)가 박지영(정주연)에게 "암세포도 생명인데 (중략) 내가 잘못해서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항암치료 포기를 선언한다.
이 대사를 접한 당시 네티즌들은 "작가님 정신병원 가보세요"에서부터 "암환자를 욕보이는 내용이었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해당 회가 방영되자마자 인터넷에서도 방송에서도 각종 패러디의 소재로 쓰였다. 대사의 주인공 서하준은 훗날 한 예능에서 "나도 대사를 받고 5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며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이 컷에서는 루이스 엔리케 바르사 감독이 노란 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다. 51분 동점골을 터뜨린 발렌시아의 무니르가 바르사에서 건너 온 임대생 신분이기 때문이다. 바르사는 지난 8월 30일 발렌시아로부터 파코 알카세르를 영입했고 그 대신 무니르 엘 하다디를 발렌시아로 임대를 보냈다. 그 무니르가 친정팀을 상대로 비수를 꽂으며 위기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편 바르사가 데려간 알카세르는 리가와 챔스를 포함해 7경기 무득점...
이 장면은 2012년 10월 15일부터 '13년 5월 3일까지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또 MBC다) '사랑했나봐' 120화 중 한 장면이다. 드라마 중 대사는 이렇다.
박도준(박동빈) : 지 딸도 아닌 예나를 왜 달고 가?
한윤진(박시은) :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
박도준 : (주르륵)
극중 인물 주예나가 한윤진이 낳은 주현도의 친딸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최선정과 백재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바꿔치기를 당했고 그후 주명철네 집에서 자랐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이었다. (자세한 건 나도 말하기 어렵다. 144부작을 어떻게 한두 줄로 요약하나?) 문제는 이 대사 직후 박도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오렌지주스였다. 이 장면에서 오렌지주스는 등장인물의 입에서 흘러나와 자기 자리였던 잔 속으로 정확히 들어갔고, 심지어 그 소리마저 아름다웠다. 거기다 등장인물의 진지해보이면서도 과장된 표정연기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장면이라고 할 법하다.
원조 짤과 더불어 이것도 보너스로 감상하자.
그 와중에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이 훗날 다시 모여 창조해냈던 짤이 바로
이거다! 불과 바로 앞 회차인 '패원짤' 2회 때 설명했던 김치싸대기다. 다시 한 번 찰지구나 칼카나마는 이 짤을 자신의 만화 컷으로 만들면서 드라마 속에서 임동준(원기준)이 나은희(이효춘)에게 "무식한 건 지 엄마하고 딸하고 똑같다"는 대사까지 추가로 패러디했다. 참고로 12번은 발렌시아 스쿼드에서 비어 있는 번호이며, 12번째 선수 팬을 상징한다. 네이마르를 향해 물병싸대기를 날리는 발렌시아 팬을 표현했다는 말이다.
이 장면에는 후반 추가시간 수아레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메시가 차 넣고 극적으로 3-2 스코어를 만들어낸 직후의 상황이 담겼다. 서로 다 같이 끌어안고서 좋아하는 바르사 선수들을 향해 발렌시아 팬 중 누군가가 물병을 투척한 것이다. 물병을 직격으로 맞은 네이마르는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고 이를 본 엔리케 감독은 벌떡 일어나 불같이 항의했다. 발렌시아 팬의 행위에 대해 사후징계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헤밍웨이가 썼다고 알려진 낱말 6개짜리 소설이다. 어느 날 헤밍웨이의 친구들이 장난으로 "단어 6개로 자신들을 울릴 만한 소설을 써보라"고 했을 때 헤밍웨이가 이렇게 썼다고 한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한 번도 신겨지지 않은 아기 신발 팝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짧은 소설은 6개 낱말만으로 아이의 유산, 가난한 가정과 같이 깊은 속사정을 상상하게 해준다.
이걸 칼카나마는 다시 심판을 디스하고자 이용한다. 심판이 말한다. "For Sale, My eyes, Never use." 형편없는 경기를 봤을 때 축구팬들이 하는 흔한 말 '이 경기 안 본 눈 삽니다'를 변형한 말이라 할 법하다. 이 경기에 대한 발렌시아 팬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만하다. 참고로 칼카나마는 발렌시아의 팬이다.
2. 풍요 속의 빈곤
지난 23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라리가 9라운드 레알소시에다드 대 데포르티보알라베스와의 경기는 사비 프리에토와 윌리안 호세, 카를로스 벨라가 1골씩 집어넣으며 3-0 완승을 거뒀다. 여기서 특히 주목받는 이가 이번 시즌 우루과이의 말도나도에서 영입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윌리안 호세다. 그는 현재까지 리가에서 8경기 4골을 기록하며 중앙공격수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칼카나마는 이번 컷에서 윌리안 호세의 활약을 지난해 중앙공격수였던 조나타스와 비교했다. 조나타스는 지난해 엘체에서 소시에다드로 적을 옮기며 기대를 모았으나 15/16 시즌 리가와 코파까지 총 29경기에 나서고도 단 7골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결국 1년만에 러시아의 루빈카잔으로 소속팀을 옮겨야만 했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쓴 문장 "조나타스와는 다르다! 조나타스와는!!"은 '기동전사 건담'의 등장인물 람바 랄의 대사 "자쿠와는 다르다! 자쿠와는!"에서 따온 것이다. 구프를 몰고 싸우는 에이스 파일럿 람바 랄이 주인공을 놀라게 하며 자쿠 따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대사라고 한다. 자쿠와 구프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다른 건담마니아들이 잘 설명해주리라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뿐일지도 몰라...
셀타비고는 데포르티보라코루냐를 홈으로 불러들여 4-1 쾌승을 챙겼다. 칼카나마가 그린 컷에서는 데포르티보의 한 선수가 어떻게 될지를 묻자 선글라스를 낀(?) 셀타의 한 선수가 "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4득점과 한자 죽을 사를 연결지었다.
이는 '럭키짱'으로 유명한 만화가 김성모가 그린 한 장면을 가져온 것이다. 김성모의 성인극화 '늑대파'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으니 목숨만은 살려주지"라고 해놓고 결과는 "죽을 것이다!"라고 한다. 실제로는 뒷부분에 '내가 살려주더라도 다른 조직에게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알려준다고는 하나 앞뒤 자르고 저 내용만 보자면 황당한 웃음을 안겨줄 따름이다.
비슷한 예로는 동명 만화에서의 "돈 내놔 새끼야!"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가 있다.
말라가도 레가네스를 홈에서 4-0으로 완파했다. 말라가가 터뜨린 페널티킥골을 제외한 3골은 모두 그림같이 멋지게 들어간 것이어서 홈팬들을 기쁘게 하기에는 충분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칼카나마의 컷에 등장하는 대사, "4-0일 때 세레모니하는 건 모욕적이야." 이는 다른 작품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의 한 사건을 가져온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대 맨유, 무리뉴의 전 소속팀 대 현 소속팀의 대결, 그리고 말라가 대 레가네스와 똑같이 4-0으로 끝난 경기 말이다.
이 때 논란이 된 것이 경기 종료 직후 무리뉴 맨유 감독이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에게 건넨 귓속말이었다. 4-0으로 벌어지는 은골로 캉테의 쐐기골이 터지자 콘테 감독은 펄쩍 뛰어오르며 코칭스태프에게 안겨 포효했다. 이를 두고 무리뉴 감독이 "4-0일 때 세레모니하는 건 모욕적이야."라고 말한 것이 결국 영국 언론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콘테 감독은 "경기 외의 것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쿨한 반응을 보였지만 네티즌들은 무리뉴를 향해 '무졸렬'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비판했다. "무리뉴도 과거에 대승했을 때 상대를 얕보는 식의 세레모니를 펼쳐놓고 자기가 당하니 저런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줄여서 말하자면, 내로남불?
※ 다만 왼쪽 컷에서의 얼굴은 무리뉴와 콘테 대신 다른 이미지를 본따 그린 것 같은데, 아는 분 있으신가요? ㅠ
3. 좌절
이번 4컷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마드리드와 아틀레틱빌바오와의 맞대결을 그렸다. 요약하자면 빌바오의 공격수 이냐키 윌리엄스가 득점 기회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탄식을 자아내게 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함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벌이며 이냐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그 때 호날두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1998년 말 발매된 게임 '삼국지 조조전'에서 조씨 일족의 최고 갑부라고 하는 조홍이 퇴각할 때 쓰는 대사로 유명해졌다. 게임에서 능력치도 최하급이라는 장수가 퇴각하면서는 정작 저런 명언스러운 대사를 치고 있으니, 어찌 유행어가 되지 않을쏘냐. 그러한 가운데 칼카나마는 호날두의 안면에 조홍의 얼굴을 90% 이상 옮겨놨다. 대단한 안면인식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화 '패원짤' 리뷰는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이번 화에는 시사와 관련된 드립이 딱히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칼카나마가 '오늘의축구'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오해툰'으로 최근 다음과 같은 만평을 연이어 올렸다. 과연 그는 다음주에도 무사히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뚜둔)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암세포도 생명인데 http://bit.ly/2dWrpBf http://bit.ly/2eRrTY1 http://bit.ly/2dKqKj6
-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 http://bit.ly/2ev4gX4 http://bit.ly/2dWH1oc
- 김치싸대기 http://bit.ly/2eaW5fT
- 헤밍웨이 6낱말 소설 http://bit.ly/2eFGf0e
- 자쿠와는 다르다! 자쿠와는! http://bit.ly/2eb6FmT http://bit.ly/2eRxtIO http://bit.ly/2eRKlQo
- 김성모 죽을 것이다 http://bit.ly/2f7NfUN
- 세레모니 모욕적 http://bit.ly/2dIUkdp http://bit.ly/2eGIgXc
-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http://bit.ly/2dXdF9c
+ 이거 인공지능이에요? http://bit.ly/2fgja4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