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신강림>, 여신 숭배 뒤에 숨은 부드러운 억압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0-01-06 16:42



<여신강림>, 여신 숭배 뒤에 숨은 부드러운 억압


글 조경숙(갱)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시선이 바깥에 있다

메이크오버에 관한 만화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각각의 작품마다 다루는 메이크오버 방법도 다양하다. 메이크업을 중심으로 외모를 바꾸는 만화로는 <여신강림>, <겟 레디 위드 미>, <취향저격 그녀>, <화장 지워주는 남자> 등이 있고, 성형수술 또는 다이어트를 수단으로 외모 변화를 꾀하는 만화 <5kg을 위하여>, <껍데기>도 있다. 이런 만화들은 주인공의 외모가 바뀌거나 바뀌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껍데기>에서 성형 수술을 통해 미녀로 거듭난 주인공은 말한다. “저는 여러분이 만든 결과물이에요.”


그러나 모든 메이크오버 만화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예로 <여신강림>이 있다. 네이버웹툰에 인기 연재 중인 <여신강림>의 주인공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주경이다. 주경은 중학교 시절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학교에 다니며 다른 여학생들한테 수시로 무시당했다. 그동안 겪은 차별의 경험 때문에 주경은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에 인터넷으로 화장법을 공부하여,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모두가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미녀로 재탄생한다.


극적으로 외모가 달라진 주경은 고등학교에서 외모가 뛰어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주경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늘 함께 붙어 다닐 정도로 친하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절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쌩얼’과 ‘취향’이다. 주경은 친구들 앞에서 ‘쌩얼’을 절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친구들과 학업이나 화장품 정보, 연예인 이야기는 나누지만 본래 주경이 좋아하는 취미(록 음악과 호러 장르 만화)에 대해서는 함께 공유하지 않는다. 주경이 ‘쌩얼’로 마음 편히 만나 자신의 취향에 대해 수다를 떨수 있는 단 한 명은, 그마저 동성 친구가 아닌 같은 학교 남학생 이수호다.


주경에게 메이크업이란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커버하는 행위다. 주경은 쌍꺼풀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쌍꺼풀을 만들어주지 않고도 돋보일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여 학교 후배인 고운의 얼굴을 꾸민다. 하지만 메이크업을 통해 완성된 주경과 고운의 얼굴은 결과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이 두 캐릭터뿐만 아니다. 주경의 친구 수아나 학교에서 만난 수진도 다 비슷한 얼굴의 미인으로, 모두 늘씬하고 키가 크며 갸름한 턱과 또렷한 눈매를 갖고 있다. 화장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눈썹을 그리는 색깔이나 립스틱의 색조, 아이라인의 방식 모두 특정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주경이 처음 화장을 시도하며 일명 ‘컴싸 아이라인(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린 것 같은 아이라인)’을 했을 때, 화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놀림감이 되었던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화장한다고 모두 인정받는 건 아니다. 트렌드에 맞는 화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메이크업을 단순하게 ‘장점을 부각하며 단점을 커버하는 행위’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화장에는 특별한 법칙이 있고, 선호되는 색과 모양이 한정되어 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메이크업을 잘한다는 것은, 나의 얼굴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 지금 사회가 소비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경이 메이크업을 통해 예뻐졌다고 해도, 이를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경은 ‘자신의 화장법이 맞는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려 검토받고, 고등학교 첫날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불안해한다. 누가 봐도 아름다워서 새로 강림한 ‘여신’ 같은 주경조차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건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많이 받았을 때, 혹은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줄 때 정도다. 주경은 자신이 정말 예쁜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시선이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고,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아름다워져라, 노력하면 가능하다? 

아름다움은 얼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경은 자신의 취향을 친구들에게 알리지 못한다. 주경이 좋아하는 록 음악과 호러 장르 만화가 ‘구리고’ ‘찐따’ 같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주경이 따돌림을 당했던 것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특이한 취향과 화장 없이 다니는 얼굴에서 발로한다. 이말인즉슨 꾸미지 않은 외모뿐만 아니라 소녀답지 않은 취미 역시 배제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관리되어야 할 ‘외모’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더해 무엇을 즐기고 향유하는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도 포함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나오미 울프는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 “아름다움의 신화는 언제나 외모가 아니라 실은 행동을 처방하려고 했다”고 썼다. 이 책에서 울프는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남성적 시선을 여성들이 내재화함으로써 여성들 간의 분열이 일어난다고도 말한다. <여신강림>은 이러한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텍스트지만, 그러한 현상을 비판하기 보다는 몇몇 연출들을 통해 오히려 강화한다. 화장하지 않은 외모를 과장되게 그려 ‘쌩얼’을 비정상의 상태로, 메이크업한 얼굴을 정상의 상태로 보이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뿐 아니라 <여신강림>은 모두 비슷한 미형의 미인을 등장시켜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외형들을 삭제하고 특정한 아름다움의 규칙들을 반복하여 재현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에는 메이크오버 만화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개성을 살리며 아름다워지는 걸 추구한다 해도 그게 정말 자신의 욕망에서 발현되는 게 맞는지 질문하고(<화장 지워주는 남자>), 아무리 미모가 걸출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끝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방식(<껍데기>)으로 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신강림>은 오히려 후퇴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여신강림>은 오로지 아름다운 외모로 바뀌는 데에 대한 카타르시스에만 주력한다.


물론 메이크오버를 다룬 콘텐츠에서, 외모가 바뀌는 데에 따른 카타르시스는 분명 필수적이다. 그러나 메이크오버를 다루면서도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시스 이후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예컨대 <껍데기>의 경우에는 외모가 바뀐 이후에도 여성들이 여전히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모습들, 주인공의 외모가 바뀌면서 겪는 갈등들을 선명하게 그려내어 메이크오버 카타르시스의 공허함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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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강림> (글 그림 야옹이. 네이버웹툰 연재)

주경은 메이크업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여신’ 미모를 갖게 되지만 결국 그를 만족시키는 기준은 타인의 평가다.



그러나 <여신강림>에는 카타르시스 너머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화는 그저 매번 주인공의 메이크업 전후의 외모를 교차시키면서 화려한 외모 변신의 카타르시스만을 똑같이 반복·재현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과 서사 구조에서 <여신강림>의 효과는 TV의 여타 메이크오버 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만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름다워지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다. <여신강림>을 접한 독자들은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의 폭력성을 문제 삼기보다 외모를 바꾸고 난 후 더는 차별받지 않는 주경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런즉 <여신강림>이 추동하는 건, 오로지 ‘이들처럼 아름다워져라,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지독한 자기 개발의 요청일 뿐이다.


조경숙(갱) | <주간경향> ‘만화로 보는 세상’ 칼럼을 연재하며,

박희정 기록활동가와 <코믹스 페미니즘: 웹툰 시대 여성만화 연구>를 진행했다.

공저서로는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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