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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엔딩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0-02-16 09:28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엔딩


적들을 일거에 소멸시키는 그가 핵폭탄 두 방에 소멸해버리는 모습은 <노블레스>가 지난 11년간 받았던 사랑을 일거에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말이었다.


글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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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000년대 일본 3대 소년만화를 ‘원나블’이라고 불렀다. <원피 스>, <나루토>, <블리치>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대표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의 3대 소년만화를 칭하는 표현이 있다.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신노갓’이다. 그 중 네이버웹툰 1세대에 가까운 <노블레스>는 2007년부터 2018년 말까지 장장 11년에 걸쳐 연재된 장편으로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에서도 화요일의 강자로 오래도록 군림해왔다. 그 인기는 국내와 웹툰 시장만으로 한정할 수 없을 정도다. 연재 초기, 주인공 라이제르의 대사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가 압도적인 강함을 나타내는 인터넷 밈(meme)으로 소비되었고, 망가폭스 같은 해외 만화 사이트에선 저 ‘원나블’과 수위 경쟁을 할 정도로 북미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네이버웹툰 글로벌 공략의 초기에 첨병 역할을 했으며 <노블레스: Awakening>이라는 제목으로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스타일리시한 작화와 미형의 캐릭터, 거기에 소년만화의 장점을 함께 가진 이 작품은 그만큼 오래 또 넓은 사랑을 받았다. 완결이 난 2019년 1월로부터 약 1년 전에 벌어지기 시작한 별점 테러의 기간을 제외한다면.


물론 별점 테러가 없던 시기에도 독자들은 <노블레스>의 서사적 약점을 지적해왔다. 장기 연재되는 소년만화의 경우 보통 주인공이 전투를 통해 더 강해지는 성장 서사지만, <노블레스>는 조금 달랐다. 


세계관의 절대 강자 라이제르와 프랑켄슈타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면 라이제르와 그의 오른팔 프랑켄슈타인이 달려가고, 둘이 도착하면 어떤 새로운 적이든 그 둘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확인한다. <노블레스>의 경우 거의 언제나 예외 없이 시즌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었다. 소위 ‘원 패턴 전개’다. 독자들은 라이제르의 강함에 쾌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패턴의 반복은 지루함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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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복의 문제만으로 <노블레스>가 최근 1년간 받은, 네이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별점 테러를 설명하긴 어렵다. 패턴 반복은 ‘신노갓’을 포함해 오래 연재된 소년만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별점 테러와 독자 불만이 본격화된 <노블레스> 시즌 8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이 시기는 노블레스의 소위 설정 붕괴가 본격화했던 시기다. 작품 속에서 수백 년간 가주들이 찾아다녔다는 귀한 아이템 블러드스톤이 마치 공산품인 것처럼 많이 등장하더니, 그 힘을 흡수한 시즌 8의 최종 보스 마두크는 라이제르 앞에서 한 번에 힘을 잃고 만다. 시즌 최종 보스의 허무한 죽음도 문제지만, 그 허무함까지 독자들이 견뎌야 한 시간도 문제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것이 2017년 4월이고, 라이제르가 한 회 만에 마두크를 쓰러뜨린 것이 같은 해 8월이다. 4개월간이나 지루하게 이어진 전투가 라이제르가 참전하자마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반복되는 패턴에 허무함이 더해지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설정들도 붕괴한 해당 시즌에 본격적으로 별점 테러가 일어난다. 이후 시즌 9 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일상 학원물의 모습이 나왔을 때 잠시 9점대로 회복한 것을 제외하면 이후 <노블레스>의 별점은 회복하지 못했다. 시즌 9에서는 더 많은 블러드스톤과 더 잦은 무의미한 전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무의미하게 소모됐다. 그리고 독자 불만이 극에 이른 2018년 마지막 날, 충격의 엔딩을 맞는다. 소위 ‘핵피엔딩’이라 불리는 엔딩이다. 


주인공 라이제르가 목숨을 건 희생을 치르며 막아내는 이 작품의 최종 보스는 두 개의 핵미사일이다. 핵미사일이라니. 11년간 달려온 이 만화의 끝이 핵미사일 두 개에 산화되어 버리다니. 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엔딩에서 그동안의 설정 붕괴를 수습하기보다는 오히려 붕괴를 완전히 굳혔기 때문이다. 이미 199화에서 세계관 최강자도 아닌 귀족의 가주가 함대 전체를 상대하고, 모든 미사일 폭격을 막아내는 장면이 있었다. 시즌 8에선 마두크가 손가락으로 쏘아낸 에너지가 우주에서도 관측될 만큼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조차 한 번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세계관 최강자가 바로 라이제르였다. 그가 고작 핵폭탄 두 개에 소멸되어 사라진다는 결말을 이해할 수 있는 독자가 있을까? 그동안 흑막으로서 온갖 개조 인간 실험을 하며 힘을 좇던 유니온은 무슨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던 걸까? 그냥 핵무기를 만들거나 구매할 것을. 이러한 핵폭탄 충격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독자들이다. 


작품에 애정을 갖고 끝까지 지켜본 독자들은 작중에서 최초로 아군이 된 적이자 수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냈던 캐릭터 M-21의 원래 이름과 그에게 이식된 웨어울프 심장의 주인은 누구인지, 인간인 프랑켄슈타인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얻었는지를 포함해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커녕 힌트조차 얻지 못했다. 허무하고 허무한 엔딩이었다. 엔딩 후기에서 스토리 작가는 결말이 처음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로 믿기도 어렵지만, 실제 라면 편집부의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작가와 가장 먼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첫 번째 독자로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편집부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 귀족이 죽었을 때 나타나는 붉은 눈과 비슷한 효과를 사용해 라이의 죽음을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필로그에선 라이가 살아 돌아오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모습으로 독자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노블레스>를 관통하는 설정과 주제부가 무엇인지 작가와 편집부가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어 낸 결말이 빚어낸 혼란이다. 


<노블레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귀족에게는 의무가 따른다는 이 말은 라이제르라는 캐릭터를 규정한다. 노블 레스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라이의 모습,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강함은 많은 독자를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재앙을 가져오는 적들을 일거에 소멸시키는 그가 핵폭탄 두 방에 소멸해버리는 모습은 <노블레스>가 지난 11년간 받았던 사랑을 일거에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말이었다. 작가는 작품 마지막 후기를 통해서 <노블레스>가 ‘청춘을 바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본인들의 청춘이 핵미사일로 소멸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해지는, 오블리주 없는 <노블레스>의 엔딩이다. 





이재민 | 

팟캐스트 <웹투니스타>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1회 만화평론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만화, 웹툰이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읽어내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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