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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 탐구영역>, 일상 속에 번식 중인 비과학적 사고들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0-01-30 09:11

<유사과학 탐구영역>,

일상 속에 번식 중인

비과학적 사고들


비과학적 사고가 일상의 틈새를 파고든 데에는 과학을 사고의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지식으로서만 배우게 한 교육의 잘못이 크다.


글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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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자를 하다 보니 이상한 제보를 종종 받는다. 효율이 뛰어난 추진기관을 발명했다고 사무실로 찾아오겠다는 발명가도 있었고, 양자역학 또는 상대성이론이 풀지 못한 난제를 풀었다며 자가 출판한 두툼한 세 권짜리 책을 보내온 경우도 있었다. 특징이라면, 하나같이 주제가 거창하다는 점이다. 우주의 난제, 에너지 법칙 초월, 예언 등. 선배 과학 기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주장이 그렇게 많았단다. 다행히 그게 물리법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많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그렇게까지 무리한 제보는 없다. 우리 사회도 과학적 사고방식에 매우 익숙해져서, 이제 기본이 안 된 내용은 비 웃음을 받을 뿐이란 걸 제보자도 안다. 다만 여전히 우리의 지식으로 해결이 안 된 분야에 한해서는 ‘막 던지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정말 그럴까? 몇몇 어려운 분야, 특이한 사람만의 문제일까? 소수의 비과학적인 사람이 따로 있고 나머지는 괜찮은 걸까? 혹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일상에서 온갖 비과학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는 않을까? 글을 쓰며 콜록대다 생각한다. 이 감기는 언제 걸렸을까? 지각할까 봐 젖은 머리로 출근한 날? 챙겨 먹던 비타민C가 똑 떨어져 한동안 못 먹은 날? 날 추운데 나가 놀겠다고 시내를 돌아다닌 날? 여러분도 체크해 보시라. 


지난 1월 21일 미국 미시간대 의대가 실제로 조사를 했다. 부모들에게 위 세 경우를 포함해 몇 가지 선택지를 주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에 답하게 했다. 그 결과, 51%의 부모는 ‘비타민 보충제를 먹으면 감기가 예방된다’는 항목에 동그 라미를 쳤고, 71%는 ‘젖은 머리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추우면 실 내에 머무르게 한다’ 같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맞다’고 답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라, 예방책은 감기 걸린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것과,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것뿐이다. 젖은 머리로 겨울바람 쐰다고 감기 걸리는 게 아니며,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비 맞고 돌아다닌다고 감기 걸리는 것도 아니다. 비타민C는 혹시 몸에 부족할까 봐 먹는 거지 병을 막는 능력은 없다. 그나마도 밥 세 끼 잘 챙겨 먹는다면 비타민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다. 이처럼 비과학적 사고가 일상의 틈새를 파고든 데에는 과학을 사고의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지식으로서만 배우게 한 교육의 잘못이 크다. 그다음 원흉은 상술이다. 그게 계란계란 작가의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이 시작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보여주고 있는 내용이다. 이 웹툰은 한정된 등장인물이 펼치는 공방이 내용의 거의 전부다. 중요한 축 하나는 과학자가, 다른 하나는 이름 없는 ‘잡상인’이라는 인물이 담당한다. 현대판 알레고리다. 과학자로 대표되는 합리적 사고방식과, ‘잡상인’으로 대표되는 상술의 대결이 이 작품의 등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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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후배 기자가 게르마늄 팔찌를 대차게 깠다. 아무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요지였다. 그 기사가 포털에서 화제가 되며 난리가 났다. 독자들은 많이 시원해했다. ‘애매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사야 하나 싶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가장 고마워했다. 과학적 판단을 대신 내려줬다는 거다. 반면 후배는 항의 메일도 받았다. 죄다 업체 사람들 또는 소위 ‘협회’로부터였다. 상술이 통하지 않게 되자 항의한 거다. ‘잡상인’은 어디에나 있다.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게르마늄 팔찌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근거로 활용하던 일부 연구를 반박한 내용이었다. 연구 내용을 부정한 게 아니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그 논문이 실린 학술지가 실은 허구였다. 가짜, 부실 학술지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존재하지 않는 학술지. 이들은 비과학적인 상품을 팔면서, 그 효능만큼은 과학적인 말로 포장되길 바랐고 이를 위해 있지도 않은 과학 논문을 날조했다. 비과학이 ‘과학으로 보이길’ 바랐다는 뜻이다. 


이런 상술의 심리는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유사과학 탐구영역>에도 자주 나오는 ‘천연 대 합성’의 대결 구조를 보자. 합성의 느낌을 주는 용어인 ‘카세인’이나 ‘MSG’ 같은 용어는 상술의 영역에서는 ‘악’이다. 타도의 대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이 파는 물건에 ‘천연’을 쓴다. 이 구도는 게르마늄 팔찌를 과학 논문으로 증명하려는 시도와 정반대다. 타도할 과학과, 거짓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된 과학은 같은 것이지만, 상술의 영역에서는 유체이탈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 과학이 껍데기뿐인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사 (가짜)과학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유사과학이 왜 횡행할까? 작가는 ‘잡상인’에게 심오한 정체성 하나를 추가했다. 심리다. ‘잡상인’은 소비자로 하여금 안도감을 얻도록 하는 데 과학의 외피를 쓴 비과학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먹어도 큰 피해가 없고 안 먹어도 큰 피해가 없는 비타민C를 사면서,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마음의 위안, 나아가 위약 효과(플라세보)라도 얻을 수 있으니 선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상술은 돈을 벌고 소비자는 만족감을 얻으니 사회의 후생은 높아지는 것 아닌가? 상술은 이렇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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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런 심리가 사회 전체에 유사과학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양산하기에 더 위험하다고 본 듯하다. 유사과학이라면 피를 쏟듯 타도를 외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겠다. 대개의 애매한 지식처럼, 유사과학은 미온적 태도와 무시 속에서 마치 이끼처럼 태어나고 장수한다. 외계인의 메시지와 영구기관, 우라늄을 먹는 식습관처럼 어이없이 비과학적이라면 애초에 이끼가 자랄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합성한 MSG는 몸에 나쁘고 천연이 좋다’는 말처럼 모호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적고, 신봉하는 사람은 많기 마련이다. 먹는다고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 이유로, 목소리를 낸 소수의 의견은 전체 의견으로 왜곡돼 간다. ‘침묵의 나선’이다. 이런 환경에서 유사과학은 명이 길다. 


작가는 이런 사안을 하나하나 혹독하게 지적하는 전략으로 미온적 상황을 바꾸려 시도한다. 일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질 거다. 근본적으로 과학적 사고, 그러니까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유사과학에 가려진 진실을 더 아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 이 짧은 글도, 읽고 비타민C를 굳이 먹을 필요 없겠다고 결심한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름의 글값을 한 셈이다. 


아직 ‘에이 설마’ 하고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 한 마디만 덧붙이자. 비타민C에 항산화 효과가 있어서 노화가 예방된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은 거의 그로기에 빠진 학설이다. 비타민은 보충제 이상으로 생각하지 마시길. 




윤신영 | <동아사이언스> 과학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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