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줄리엣과 줄리엣 - 더없이 훌륭한 백합 단편집

박성원 | 2016-09-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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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입니다. 단편이고요. 정확히는 단편집이죠. 더 정확히 표현하면 2편의 중편과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개에는 ‘여고생의 여린 감성과 느낌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전현직 여고생이 아닐뿐더러 여고생이라는 존재와 인연이 없는지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보통 여고생 감성이라는 것이 이런 종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여고생의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줄리엣과 줄리엣’은 여고생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담백하고, 명료하게 끝이나죠. 정말로 좋은 만화입니다.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단편집의 구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용을 일일이 늘어놓는 것은 미래의 잠재적 독자들에게 무례한 짓이겠지요. 이럴 때는 작품의 특징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쪽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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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본격적인 백합 만화에요. 장르 구분도 ‘백합’이 전부입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소녀와 소녀의 관계에 온전히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백합 이외의 뭔가를 기대하시면 곤란해요. 어떤 소재와 배경이 등장하든 그것은 소녀들을 위함입니다. 달리 말하면, 백합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분명 만화의 메인은 백합이지만, 의외로 다양한 소재와 배경, 인물 구도가 등장합니다. 도식적이고 다소 진부할 수 있는 그런 관계와 설정이 전부가 아니에요. 다소 공포스러운 상황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소녀부터 종말론적인 SF, 이미 끝장난 다음의 ‘아름다운’ 세계, 낭만적이고 바보 같은 요구를 하는 소녀가 감추고 있는 의외의 아픔, 둔감한 짝사랑 상대의 과감한 행동에 곤혹스러워 하는 소녀까지, 백합이라는 메인 재료는 변함없지만 요리하는 방식이 정말로 다양합니다. 일정한 테마를 가진 단편집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 중 하나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지만, 백합팬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면 분명 후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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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매듭짓는 방식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아주 깔끔합니다. 꼭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죠. 주어진 배경 아래 물 흐르듯 진행되는 이야기는 사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사람이 아프면 죽고, 내가 얘기하지 않는 이상 짝사랑 상대는 내 마음을 모르고, 티켓이 한 장뿐이면 우주선에 탈 수 있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한 사람, 진심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뭐 그런 당연한 법칙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줄리엣과 줄리엣’이 뻔한 이야기인가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필연적인 결말은 이야기의 감동과 슬픔을 전달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림체는 소녀스러운 감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특징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스펙트럼이 꽤 넓어서 거친 질감의 이야기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좋은 장점인 것 같아요. 백합 만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지만, 거기에 얽매이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그림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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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역시 그렇습니다. 백합 팬이라면 역시 일독을 권하겠고, 백합에 거부감이 없다면 단편집으로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단편집 외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 없는 게 아쉬울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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