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적 흥미를 자극할 3편의 SF "파이프시티", "APPLE", "PLAY-A 보고서"

자연주의 | 2016-03-30 09:41

 

한국에서 SF라는 장르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굉장히 마이너한 편이지요. 그나마 대중에게 접근할 기회가 보장된 SF 창작물이 있다면 할리우드 영화 정도가 전부일 것 같습니다. 소설은 매니아들에 의해 근근히 유지되는 정도겠고요. 아마 만화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텐데, 레진코믹스에서는 SF 웹툰도 적잖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SF라는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3편의 단편을 감상할 생각이에요. 특정 장르를 자칭하는 것만큼 확실한 구분법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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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이프시티 (재수)

 

 

파이프시티.jpg

 

 

: 제목 그대로, 파이프로 이루어진 도시입니다. 아니, 이 도시 외에 다른 공간은 존재하지 않거나 최소한 작중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니 ‘파이프월드’라고 불러도 무관합니다. 무수히 많은 파이프가 벽과 바닥, 천장에 담쟁이덩굴처럼 뻗어있는 세계. 파이프가 없다는 것은 우스갯소리처럼 떠돌고 있고, 사람들은 메커니즘조차 알지 못하는 중앙의 거대한 ‘엔진’에 의존하며 그저 용접을 비롯한 몇 가지 기술적 조치로 삶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훈련소에서 막 나온 ‘신입’들은 그 구조와 원리에 의문을 느끼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바쁜 절대다수는 그저 멋모르는 초짜의 헛소리로 치부할 뿐이지요. 심화되는 위기에도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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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PPLE(케이지콘)

 

 

APPLE.jpg

 

 

: 21세기보다 훨씬 고도로 발달한, 그러나 지구의 종말을 앞에 둔 근미래. 주인공은 전쟁에서 몸의 상당부분을 잃었지만 기적적인 과학의 힘으로 살아납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 취약해진 가짜 몸은 파괴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주인공은 뛰어난 과학자인 아내의 조언에 따라 미래에 개발될 치료법을 고대하며 냉동 수면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런 장르에서 냉동 수면이 의도한 결말을 맞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가 깨어난 곳은 공간적으로 다른 행성이며, 시간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까마득한 미래입니다. 이제 과학을 두려워하게 된 미래의 인류는 무력으로 지혜와 지식을 억압하고, 주인공을 비롯한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그 탄압의 대상이지요. 아내의 안배와 군인으로서의 경험을 지닌 주인공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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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LAY-A 보고서 (안성호)

 

 

PLAY-A 보고서.jpg

 

 

: 기자가 잘 나가는 포르노 회사의 대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처음에 혁신적인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 포르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기자의 주장에 의하면 포르노 영상물의 질은 형편없다더군요. 더욱 수상한 것은 이 회사는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후원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서는 포르노 사업 이전에 주력한 가상현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착한 척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든 짓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모토로 한 그 서비스에는 거물들의 후원을 이끌어 낼만 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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