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서늘한 옛 이야기를 <어둠이 걷힌 자리에>

심지하 | 2020-01-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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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주세요,서늘한 옛 이야기를 <어둠이 걷힌 자리에>


서늘하고 잔잔한, 그럼에도 어딘지 자꾸만 마음이 기울던 섬뜩하면서도 다정한 이야기, <묘진전>을 그려냈던 젤리빈 작가가 돌아왔다. 조금은 위험할 지도 모르는 시대를 다룬 <어둠이 걷힌 자리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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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전보다 좀 더 컬러가 들어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최두겸>이다. 골동품, 미술품, 가구 등등 여러 물건을 다루는 오월중개사무소의 직원으로 물건 보는 눈과 정직함으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평이 좋으며 특별한 능력으로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두겸.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특별한 중개인인 그는 작품 속 화자이자 청자로 기묘한 세계와 복잡하며 혼돈스러운 경성을 이어준다. 말 그대로 중개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특한 물건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 인간이 아닌 자들과 인간을 이어주는 중개인이란 소재는 그리 독특한 소재는 아닐 것이다. 다만 젤리빈 작가는 누구보다 한국적인 소재를 한국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배경이 한반도, 조선땅이며 캐릭터의 국적이 한국인 것과는 관계없다. 작품 속에 녹아든 정서와 그를 풀어내는 필치가 누구보다 한국적인 젤리빈 작가의 <어둠이 걷힌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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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그렇듯 '듣는다'는 것 역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이다. 굿판에서 무당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바로 듣는다는 것이다. 대대로 말할 수 있는 권리, 발언권은 가진 자의 것이었다. 무대와 연극이라는 장치 안에서는 이것이 역전되곤 했으나, 대부분 발언권이란 권력자의 것이다. 물론 단순히 화자는 권력자요 청자는 피권력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들으려면 말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나는 무당들의 '굿'이 '밀려나고 소외 된 자들의 '청자'가 되어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러한 도식에서 두식이 하는 것 역시 일종의 굿이다. 일종의 씻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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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젤리빈 작가의 작화만으로도 이 웨분은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 단순히 선의 느낌이나 데포르메같은 것을 떠나서. 작품 속 문장 하나 하나에 묻어나는 애정이 돋보인다. 특히 나레이션의 경우 독자가 아닌 청자가 되어 젤리빈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장판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온도는 어떨까.

한 때 잔혹한 그림동화, 그림동화에 숨겨진 진실……시리즈가 유행한 적 있었다. 잔혹하고 끔찍한 서양 동화들! 이라며 모두 떠들었지만 이곳이라 해서 달리 괴담이 남다른 것은 아니었다. 전래동화라는 이름 뒤에 있는 잔혹함, 현대 21세기가 아닌 과거의 잔혹함. 꽃잎을 뜯어놓으면 그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꽃잎을 마구 뜯는 아이처럼,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다정하며 섬뜩한 이야기들이 꽃바구니 속 꽃잎처럼 차곡 차곡 담겨있다. 작품 이름처럼 어둠을 걷어내고 남은 자리에 무엇이 있을지는, 작품을 읽어본 이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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