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소곤소곤 - 두렵지 않은 기묘함

므르므즈 | 2016-05-30 19:21

소곤소곤_옛사람_1.jpg

 

 

두렵지 않은 기묘함.

 

  기묘함은 공포와 연결된다. 공포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고, 기묘함이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언제나 그렇다. 그렇기에 다른 말로 하자면 무섭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만 말하자니 일단 기묘한 이야기의 정의부터 세워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일본의 유명한 호러 만화가 이토 준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작가의 작품 중에 [기둥에 깔린 사나이]라는 작품이 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아무 이유 없이 지하실 기둥에 깔려서 옴짝달싹 못하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원인도 근거도 없고 딱히 그래야될 이유도 없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게 당연하다는 듯, 혹은 갑작스런 사건에 당황하며 진행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진지하게 고찰하는 전개는 없다. 당장 닥친 괴상한 상황과 그에 맞춘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관음하는 것이다. 기묘함이란 이 관음에서 비롯된다.

 

  소곤소곤의 방식도 그렇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전제로 깔며 들어간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고찰이나 활용보다는 등장인물의 반응과 행동만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차분한 분위기에 그림체와 이 기묘한 분위기는 매우 잘어울려 그야말로 적막했다. 주로 귀신을 활용하면서도 공포스러운 감성만을 노리지 않았기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전개 방식에서 나온 작품들의 질이 모두 좋다곤 할 수 없었다. 귀신이 3002호에 산다더라 어쩐다하는 에피소드는 표현력에 있어서도 가독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은 에피소드가 아니었고, 미식가 에피소드와 같이 허무 개그에 가까운 에피소드도 있었다. "음식의 맛을 잘못느끼게 됐어. 그래서 맛있는 걸 찾아 먹었지!" 세상에, 정적인 연출과 나레이션으로 포장한다고 모두 참신한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니다. 약간의 무리수가 겹쳐진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아쉬운 에피소드들이 있다고 해서 이 작품을 폄하할 수도 없다. 단편으로 훌륭한 에피소드들이 더 많았고 그 표현력이나 전개에 있어서 연출력과 작화가 발목을 붙잡지도 않았다. 적당한 그림체에 적당한 연출, 그리고 볼만한 스토리가 합쳐진 그야말로 볼만한 작품인 것이다.

 

  개인적인 불만을 하나 적자면 중간중간 난해한 연출을 넣어서 독자들에게 의미를 해석하라고 던져놓는 걸 작가가 좋아하는 듯 한데 부탁이니 안했으면 좋겠다. 연출이 난해하고 의미가 깊다면 사람들은 반하지만 연출만 난해하면 사람들은 반(反)하기 마련이다. 내가 지향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한발짝 엇나갔다고나 할까. 설명 후에 멋진 이해가 동반되긴 커녕 그랬구나 하는 무덤덤함과 반항심이 올라온 경험에 대해 나는 딱히 험한 말을 쓰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난해해보이는 연출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특정한 관념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나 어울리는 것이지 귀신이 어디 사는 지 알려줄 때 써먹는 게 아니다. 어디 사는 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반전 요소로 충격을 주지도 못하며 이해한다고 득되는 것도 없다, 노리지 않았다면 실패한 것 뿐이다. 난해라는 단어에 실례를 범한 기분이 드니 실패했다고 해두자.

 

 

  결론은 이렇다. 재밌다. 잘만들었다. 그러니까 연출을 조금만 담백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여러분, 어디든 가까운 만화방으로 달려가서 이토 준지 전집을 사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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