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좋아하면 울리는 -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필요한 대가

경리단 | 2015-09-01 18:52

 

 

 

모든 정신적 행위에는 딱 그만큼의 반작용이 따른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화를 내건 다르지 않다. 쏟아낸 감정만큼의 후폭풍을 견뎌야 한다. 감정적 교류는 반드시 정신적 피로와 소모를 초래한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필연이다.

 

이러한 감정의 반작용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진짜 어려운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사회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정의 교류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체로 둘만의 관계는 제3자, 제4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삼각관계부터 짝사랑에 이르기까지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여기에 사회적 위계관계까지 끼어들면 상황은 더욱 골치 아프게 변한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는 감정의 교류와 그로 인한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 웹툰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좋알람(발음에 주의)’ 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갈등을 극대화 시키고, 자칫 잘못하면 진부할 수 있는 인물들 간의 설정조차도,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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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주고받는 행위와 그로 인한 여파가 막강한 만큼 기본적인 사회화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만족과는 별개로)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은폐와 인내에 힘입어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좋알람’ 의 존재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두른 울타리를 사정없이 걷어낸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어플리케이션 ‘좋알람’ 의 기능은 매우 간단하다. 이 어플을 깐 스마트폰의 주인의 10m 반경 안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익명’으로 이를 알려준다. 물론 좋아하는 쪽도 좋알람을 설치했어야만 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물리적 제한이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기타 자질구레한 설명이 따라붙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100%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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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변화이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비록 웹툰의 공간적 배경은 - 2부까지는 - 학교이지만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조’ 는 특히 감정의 사회적 파급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을(乙)이고, 사회적 약자이다. 불우한 가정사 탓에 친척집에 얹혀사는 조조와 굴미의 관계는 순수한 연애조차 가만두지 않는 '타인들' 의 개입과 물질적 빈곤에서 비롯된 상하관계를 나타낸다. 굴미는 화려한 외모와 허영심으로 들 떠 있는 평범한(혹은 상당히 비뚤어진) 사춘기 소녀이지만 그런 굴미가 가진 알량한 권력조차 조조에게는 너무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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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를 좋아하는 ‘선오’ 는 그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조조는 분명 남성으로서 이상적이고, 사회적으로도 비록 자신의 능력 덕분은 아니지만 - 고등학생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 또래들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선오 또한 조조와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그런 그녀를 공감하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혜영(이름과는 달리 남자다)은 감정의 다자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혜영은 선오와 마찬가지로 조조를 좋아하지만 선오와의 관계 때문에 조조를 피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어찌 보면 뻔하고, 심지어는 지저분한 이야기에 독자들이 절절히 공감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간단하면서도 빼어난 설정 장치를 잘 활용한 덕분도 있겠지만, 역시 작가의 빼어난 심리묘사와 부드러운 전개의 힘이 제일 크지 않나 싶다. 인물들은 나이와 경험의 미숙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라온 환경에 따라 자신의 한계와 부딪히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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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악역과 그에 맞서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도 설득력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로 충만하여 주인공을 공격하는 괴물이 아니다. 독자들이 가슴을 치게 만드는 선택도 그들이 처한 환경과 한계를 감안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그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 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로 인해 잔인한 대가를 치뤘을 때, '나 자신도 아닌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부르짖는 조조의 절규에 가슴 아파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지난한 과정이 마침내 끝 난 순간, 둘 사이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모든 게 파토나고 조조가 흘린 눈물을 목격한다면 말이다.    

 

15년 9월 기준으로 간단한 덧붙임 : 24화라는 횟수는 일종의 (즐거운)함정이다. 회당 분량은 여느 웹툰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훌륭한 웹툰의 재미를 즐기는 데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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