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옥탑방 - 세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
옥탑방,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로망으로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젊을 때 즐길 수 있는 자유의 상징, 게다가 가족을 벗어나 이제는 내 집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공간. 여기 세 남자 <낙타>, <호>, <오리> 역시 그들의 로망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옥탑방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현실과 로망이 똑같을 수 있을까. 아니, 설령 현실과 로망을 일체화 시킬 수는 있을 지언즉 그것에는 당연하게도 돈이 필요했다. 도저히 쉽지 않은 선택, 그러나 이미 집을 나와버렸으니 살 곳은 필요하고 한참을 방황하던 그들은 결국 얼떨결에 집을 선택해 계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곳, 문제가 많다. 일단 계단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옥상이라는 점부터 시작해서 천장이 기우뚱하질 않나, 벽이며 바닥에 온통 곰팡이 투성이질 않나, 집 바로 위에서는 그들을 내려보는 창문이 있고 옥상에서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신탑이 있다. 어느 하나 온전하지 못한 집, 그러나 싸우기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에 그들은 결국 집주인의 동의하에 집을 고치기로 한다.
그렇게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 그들. 하지만 그마저도 난항이다. 괜한 고집을 부려 더 비싸고 더 먼 집에 가서 페인트를 사오질 않나, 의미 없이 팔랑귀로 속아 넘어가 필요도 없는 조립식 장판을 사오질 않나. 어느 하나 도저히 평탄하지 않는 그들의 옥탑방에서 거주하기. 하지만 그럼에도 로망, 그 자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랬을 법한 옥탑방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