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이 두려워하는 존재 귀신, 우리들 이야기 들어볼래? <귀전구담>

나예빈 | 2020-05-19 10:22
사람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는 틀이 비슷한, 그러나 조금씩 다르게 전해오는 괴담을 친구들과 나누고는 했다. 학교에 들어와서는 학교의 특색을 담은 괴담을 들으며 밤늦게 귀신이 나온다는 교실이나 화장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괴담을 즐기는 것은 비단 어린아이들뿐만의 일은 아니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공포 영화는 즐비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소비한다. 우리는 귀신에게 호기심을 가지지만 그 감정에서 멈추지 않고 두려움을 가진다. 사람들이 모여 그 실체를 파악하자며 괴담 속으로 들어가서는 결국에 혼비백산하여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오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장면들을 우리들 모두 한 번쯤은 보았다. <귀전구담>은 이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귀신이 인간보다 무서운 존재인 걸까?
일곱명의 귀신

귀전구담은 여섯 명의 귀신이 모인 방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서로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모여 차례차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귀신들은 시각적인 요소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사람이 귀신이 될 때, 자신이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으니 다양한 모습만으로도 여러 추측들이 떠오른다. '과연 저 귀신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그 죽음이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귀신 중에서 처음으로 입을 여는 것은 저승사자이다. 항상 죽음의 경계에는 저승사자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장의 포스를 물씬 풍기는 그다. 그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승사자의 이야기 속 여자는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핍박을 받는다. 그녀는 상처를 받다 못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여자가 가장 궁지에 몰렸을 때,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사회에서 정해놓은 틀에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이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훌륭한 외모를 가졌고, 여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잘생기고 성격 좋은 남자이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사회의 편견에 지쳐버렸기 때문에 그의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불안해진다. 왜 저렇게 잘난 남자가 나 따위를. 그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될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자의 행복권을 사회가 박탈했기 때문이다. 응당 그래야만 한다는, 사회에서 정한 말도 되지 않는 편견 때문에 여자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할수록 고통스러워진다. 둘이 하나가 되었으니 이것은 여자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귀전구담>은 단순히 판타지적인 귀신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그래서 간담이 서늘해지고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는 찜찜함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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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는 인간이 큰 배신을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 역시 웹툰의 제목과는 다르게 인간이 인간을 배반하는 것인데, 독자는 ‘언제쯤 귀신이 나올까?’ 하는 의문 감이 드는 동시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우리는 귀신이 무섭고 악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 안에서 계속 인간을 괴롭히는 귀신의 존재만 찾으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이야기하는 인간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귀신들은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인간이 얼마나 악하고 무서운지에 관해서 이야기 나눈다. 귀신들이 만들어낸 폐허를 바라보는 그동안의 것들과는 다른 느낌이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돌아볼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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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이 들려주는 인간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옴니버스 형식으로 캐릭터성이 강한 귀신들이 입을 여는데, 이때 이야기 속에는 귀신들과 닮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서 결국 귀신이 하는 인간의 이야기, 귀신이 인간이었을 적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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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우리는 인간이 다치고, 상처받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목격한다. 우리가 알던 괴담과는 다르게 일을 벌이는 가해자가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고, 귀신은 그 사건들을 측은지심을 넘어서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귀신들은 독자인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인간의 잘 못된 점을 제대로 꼬집는다.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가도, 우리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가까운 일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귀신은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어릴 적 친구들의 이야기. 그것이 서늘했던 이유는 우리가 윤리적으로 살고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처녀귀신

귀신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웹툰의 진행이나 내용이 지루하지 않을까? <귀전구담>은 이러한 의문을 모두 내쫓아 버린다. 단순한, 어쩌면 너무나 여러 번 들어 이제는 보지 않아도 결말을 알 것만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도 곳곳에 상징을 심어 넣어 독자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계속 웹툰을 보며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이다.

피에타

어쩌면 누군가는 나의 리뷰를 보고 그렇다면 괴담이 아니니 으스스한, 제대로 된 공포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뒤돌아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강렬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허무맹랑하지도, 너무 먼 세계의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무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무섭다고 느끼는 ‘귀신’은 정말 우리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암흑 속에 있어서 모든 것이 다 암흑으로 보이는 것일까? 이 매력적인 여섯 귀신, 아니 어쩌면 우리들과 같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지금 당장 <귀전구담> 속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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