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선왕조실톡

므르므즈 | 2016-07-12 17:27

조선왕조실톡_무적핑크_1.jpg

 

 

  역사를 다룬다는 것이 항상 무게감을 동반한 진지한 작업이어야 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언제나 딱딱한 궁중어와 한자로 쓰인 어려운 언어로만 역사를 배우는 것은 배우는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은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카카오 톡을 활용하여 역사 속 인물들이 카톡으로 역사를 설명해준다는 발상은 신선하다고 할 수 있었고 재기발랄한 신세대 언어로 대화하는 위인들의 모습이 볼거리라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안정(眼精)에 좋지 않을까 염려되니이다.

 

 

  이 작품의 목적을 우선 분명히 해둘 필요성을 느낀다. 조선왕조실톡은 역사를 교육하기 위한 작품인가? 아니면 역사를 소재로 삼은 개그물인가? 이는 분명히 해둘 문제다. 단행본 등에서는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 홍보하고 있고 작가 자신이 고증에 신경쓴다고 직접 말한 기사도 있는 걸로 보았을 때 작품에 어느 정도 교육적인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10/2014101002254.html)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역사적 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역사 만화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려한다. 그러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개그물에 뭐이런 반응을 보이느냐, 재밌기만 하면 장땡 아니냐는 반응은 집어치우시길. 일단 난 재미없거든. 

 

  우선 하나 짚어보자면 역시 역사만화의 영원한 동반자 고증이 있을것이다. 조선왕조실톡은 이 고증문제에서 아주 유리한 지점을 잡고 있는 작품이다. 우선 패도법이나 기타 자질구레한 복장 고증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작품이 오로지 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설령 칼을 뽑았다는 묘사가 나온다 한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으며 세종이 반말을 한대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젊은이들 입맛에 맞춰 바꿨다고 어물쩡대면 넘어가는 게 고증이고 어법일텐데.

 

 

  그러니 나는 고증 문제에 대해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내시가 내명부를 관리했다 주장하고  진사과와 생원과를 헷갈려서 실수하는 작품에 고증 문제 운운하는 건 빈곤해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에 할 말이야 하나 밖에 없지 않던가. 발 구르는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외치면 되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언제나 역사는 사관을 따르기 마련이다. 사관의 사관이던 사관이든 말이다. 모든 기록은 기록하는 이의 입맛에 맞게 각색된다. 그리고 이 기록은 다시 역사학자들에 의해 여러 관점에서 다시 연구되어 다양한 가설을 만들어낸다. 가령 왕자의 난이 일어난 것을 두고 단순히 이방원이 찌질하게 왕 해먹고 싶어서 일으켰다 해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당시 정치 구도와 사회 상황 그리고 인물을 보아야 한다. 즉 역사는 한가지 단편적인 사실을 알아서 되는 게 아니다. 역사란 곧 맥락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실톡]에서 다루는 역사는 단편적이다. 중요하지 않은 작은 부분을 다시 수차례 토막내어 형체만 간간히 알아볼 수 있는 뱀 허물을 가리키며 꼭 이무기 같지 않냐며 우리에게 묻는 꼴이다. 사소한 사실들을 두고 우리에게 놀라움을 강요하고 애국심으로 작품을 팔아먹는다. 이거 봐요! 세종은 고기를 엄청 좋아했답니다 신기하죠! 그리고 이 임금은 동물 애호가 였고! 이 임금은 어어엄청 나쁘고! 이 임금은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이러다 반응이 시들해지면 이순신이나 임진홰란 병자호란 같은 치트키를 써먹으며 애국심으로 작품을 근근히 연명해가는 모습을 보자면 호응에 맞춰 따라 외칠 수 밖에 없다. 역시나 대단해요!

 

 

    나는 조선왕조실톡의 유머가 웃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음 포인트를 못찾겠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며 인터넷 통신 용어로 백성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희화화 시키는 게 코미디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끔찍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비를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을 다루는 기우제도, 왜란도, 어떤 비극도 작품 내에선 ㅠㅠ와 ㅎㅎ로 이루어진 이모티콘과 가벼운 말투로 적당히 넘어간다. 이런 장면들을 보며 난 역시나 웃으면서 외칠 수 밖에 없다.  정말 재밌네요!

 

 

  카톡으로 이루어진 만화는 분명히 좋은 발상이다. 하지만 그 한계점이 분명하다. 가벼운 말투로 쓰이기에 조선시대 정치극의 무게감을 살릴 수도 없고, 이미지 하나로만 인물을 표현하기에 역사 속 위인이 아니라 무적핑크 개인의 캐릭터 마냥 괴상한 캐릭터만 고정되며, 전쟁 묘사가 가볍고 경박하여 이야기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어릴 적 피라미드 위에서 부리로 균형을 잡는 새 같은 것이다. 신기하고 재밌지만 매 번 똑같은 모습에 어느 새 관심을 끄게 되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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