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꾸는 고양이 바림 - 꿈을 들어주는 존재

경리단 | 2015-09-02 15:59

 

 

 

이 웹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바림은 기묘하게 생긴 고양이 인간이다. 그는(혹은 그녀는) 병든 공주님을 위해 ‘꿈의 조각’을 모으고 다니는데, 구체적으로 꿈의 조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바림은 꿈의 조각을 담고 있는 상자가 ‘꿈이 보이지 않는 소녀’ 지호를 선택했다며 상자를 그녀에게 맡기고, 그녀를 나비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꿈속을 여행한다.

 

꿈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동안 여행하는 세계이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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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과 지호가 여행하는 꿈 속 세상은 평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낭떠러지와 같다. 그들은 주로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꿈을 잃고, 또 꿈을 잃었기에 새로운 꿈을 꾼다. 비록 스스로가 의식하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꿈은 정확히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만큼 다르다. 소년은 운동선수를 희망했지만 다리를 다쳤고, 어느새 성인이 된 소녀는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단절되어 있고, 어머니는 가족들과의 대화를, 의미를 잃었다.

 

바림과 지호는, 그리고 독자들은 그들의 꿈을 본다. 그들이 꿈을 잃는 과정과 이유를 읽는다.

 

그리고 바림이 나선다. 그는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조언을 건넨다. 사람들은 꿈을 이루게 된다. 혹은 다시 찾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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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사람들, 망가진 사람들을 고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바림의 방식에 의하면 말이다. 그는 단지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지호를 나비로 변신시키고 꿈을 헤엄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 데 있어 약간의 무례를 범할 뿐이다.

 

한편으로 이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꿈을 잃은 소녀 지호, 그리고 바림과 지호가 찾은 사람들은 분명 평범하다. 그러나 바림의 존재는 분명 비현실적이다. 그는 꿈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인생을 유심히 살피고 태연히 사람들 앞에 나타나 조언을 건넨다.

 

사람도 아닌 기묘한 존재와, 그 기묘한 존재가 펼치는 놀라운 능력은 어찌 보면 이야기의 편의를 위한 장치, 혹은 흥미를 돋우기 위한 설정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꿈을 자유자재로 들여다보는 고양이 인간의 비현실성은 사람의 꿈을 되찾아주는 과정의 지난함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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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라.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들이 걸어온 길을 들어준다는 것, 그 이전에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고 설득한다는 것, 그들이 거부하지 않게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것.

 

다리를 다쳐 더 이상 뛰지 못하는 소년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 이야기를 듣고 힘을 복 돋아 줄 수 있을까. 직접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는 타인이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는 것은 어쩌면 단순한 조롱일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은 여자에게 진짜 문제는 세상이 아닌 당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조언이라기보다는 결투 신청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가족의 의미를 잃고 있는 가족에게 다시 그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가정사에 대한 간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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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은 그 모든 어려움을 지나쳤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덕분인지도 모르고, 고양이 주제에 두 발로 걸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처럼 떠벌리는 기묘한 모습에 놀란 덕분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바림이 아닌 현실의 사람들에게 그런 편리한 설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옳고 선명하지만 그만큼이나 어렵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외의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다.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친절한 한마디 위로를 해주는 것 외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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