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섬세한 묘사, 편안한 설정의 스와핑물 '갈증 : 채우다'

박성원 | 2020-10-31 11:38

지희와 원찬은 2년째 섹스리스인 부부입니다.

대학교 때 만나서 결혼한 둘은 선남선녀에 서로가 서로의 첫 관계였다는, 주위에서는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받는 동경의 커플이지만, 현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젊은 나이에도 벌써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요즘 자주 보이는 '남자가 알고보니 조루'였다는 쪽은 아니고, 일이 바쁘다거나, 서로의 육체에 흥미가 식었다거나, 뭐 그런 쪽에 가깝습니다.


갈증:채우다 행복한지희

이야기는 원찬의 직장에서도 난봉꾼(?)으로 유명한 듯한 그의 선배가 지희에게 마수를 뻗치며 시작됩니다. 한편으로 원찬에게도 어떤 여자와 새로운 썸띵이 이어지고요.

줄거리 자체는 거의 소개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형적이거든요. 클리셰 안에서도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비틀어 준 요소가 있으면 저는 리뷰에서 반드시 소개하는 편인데, '갈증:채우다'에는 그럴 만한 부분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별로라거나 클리셰로 범벅된 진부한 웹툰이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굳이 부정적으로 적자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만화는 긍정적인 단어들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스와핑 19금 웹툰의 왕도를 걷는 작품'.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거든요.

갈증:채우다 빌런등장

작화가 우수한 점은 너무 당연한데, 전반적인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눈이 부담스럽지 않고 지나치게 공장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는 특히 19금 남성향 위주 웹툰 플랫폼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인체와 무슨 기름을 발라놓은 듯한 반들거리는 색감(광처리?)이 매우 부담스러운 만화들이 여럿 있거든요. 반면 이 작품은 우수한 인체 묘사와 개성을 잘 드러내는 외향 등, 대중적인 니즈를 잘 충족하면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빼어난 작화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을 거론하자면 너무 빠르지도, 늘어지지도 않는 유연한 전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서 줄거리 소개에서 적은 것처럼 이야기의 방향 자체는 전형적이고, 왕도적이에요. 그런데 이 전개의 완급 조절이 참 좋습니다. 사실 한국식 남성향 성인물에서 섹스리스인 부부가 각자 다른 남녀를 만나는 과정 따위는 1~2화만에 후다닥 해치우고, 본격적인 거사로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렇게 해도 별로 상관이 없는 장르이기도 하지만요.

갈증:채우다 술취한지희
반면에 이 작품은 별로 재미도 의미도 없는 인트로는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스와핑이라는 장르가 시작되는, 그러니까 지희와 원찬 부부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는 내용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부의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면서도 점차 선을 넘어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그렇다고 질질 끌어서 지루하지도 않게 적절한 자극과 수위 상승을 곁들여서 훌륭하게 그려냅니다. 이렇듯 중간의 전개 과정이 설득력 있게, 상세하게 묘사하면 뒷부분에 가서도 독자들의 몰입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갈증:채우다 나좀안아줘
캐릭터 메이킹 또한 준수한 편입니다. 사실 지희와 원찬 부부, 그리고 주변의 다른 캐릭터들까지 그렇게 독특하거나 신선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하지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확실히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그럴듯한 인물들이라는 느낌. 충분히 매력이 있는 캐릭터들이기도 하고요. 특히 악역(?)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는 원찬의 선배가 꽤나 인상적입니다. 그야말로 여심을 저격할 줄 아는 Bad Guy라는 느낌. 제가 19금 남성향 웹툰에서 본 악역들 중에는 손꼽히는 캐릭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한 법이니까, 아마 이 작품을 보며 비현실적이라 비난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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