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는 스스로가 쌓아 올린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주말 도미 시식회>

나예빈 | 2020-12-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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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말 도미 시식회를 위해 요리 재료를 사서 횟집으로 돌아가는 남자가 있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저녁에 다가올 시식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남자. 사람 참 좋아 보이는 이 남자의 이름은 태신입니다. 태신의 얼굴에 큰 상처가 하나 나 있습니다. 조커처럼 입이 옆으로 주욱 찢어진 것으로 보아 평범한 일을 했던 것 같지는 않네요. 우리의 일상에서 이런 상처를 가질 일은 정말로 드무니까요. 하지만 경찰이 주말 도미 시식회에 참가한다는 것으로 보아, 험악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요. 하긴, 사람 생긴 걸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겉모습으로 태신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추측하기 어려운 태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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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으로 돌아간 태신. 얼마가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횟집으로 찾아옵니다. 그는 횟집 사장과 태신 앞에 무릎을 꿇고는 살려달라고 빕니다. 애원하는 그는 피까지 흘리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냐고 묻는 횟집 사장 앞에 그의 입이 열립니다. 시공건설에서 두목 자리에 앉아있는 서우진이 중소기업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납품가를 들이밀면서 그 가격에 거래하라고 강요를 하고, 조금이라도 수틀릴 경우에는 납치하고, 고문까지 일삼는다는 것이 그가 횟집을 찾아온 이유. 이런 일을 당한다면 누구에게든 부탁하고 싶을 겁니다.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이니까요. 하지만 대체 어떠한 연유로 횟집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심각한 부탁을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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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이들의 과거 때문입니다. 횟집 사장과 태신, 그리고 옆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건까지. 이들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기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과 일이 계속 꼬이게 됩니다. 태신은 제일 공업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싸움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었고, 망량회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에서 일하며 서열 3위까지 차지 하게 되지만 사건이 터져 망량회가 해체하고 난 후로는 횟집에서 일하게 되죠. 사장 역시 망량회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기에 둘이 같이 횟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었습니다. 건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날뛰던 태신을 누르던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였고요. 태신은 말보다는 주먹으로, 또는 칼로 움직였습니다. 그가 휘두르던 폭력에 다친 사람들도 많았죠.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과거는 그를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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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사람들은 망량회 속했던 과거를 가져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나쁜 마음씨는 없는 횟집 사장과 태신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던 것이었습니다. 돈이면 모든 게 다 되는 이 뒷세계에서 공권력은 힘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피를 흘릴 정도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 바로 옆 파출소가 아니라 횟집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해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그들의 애원에 마음이 흔들리는 횟집 사람들이지만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애써 그들을 무시하죠. 무시도 한계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았기에 자꾸만 과거의 사람들이 꼬입니다. 우리의 과거일지언정 우리만의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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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 이 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방향을 정하게 되죠. 이런 식으로 인생이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요? 태신과 건은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러내면서 자신들의 과거가 붙잡는 손길을 뿌리칩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이어 현재가 미래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노력한다면 변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를 테지만, 이 둘은 자신의 문제를 되돌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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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죽이기 위해선 더 강한 괴물이 되어야 한다.’ 태신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주먹을 휘둘렀던 사람들은 제각기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행하고 있는 뒷 일을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연민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인간일 것입니다. 그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본능적인 자기연민을 넘어서서 자신은 과거에 당한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지금 하는 일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자신의 잘 못을 눈감아버립니다. 정말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는 더 강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을까요? 괴물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눈앞에 괴물이 있더라도 알아보지 못하는 쪽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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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파의 가장 높은 사람 서우진은 횟집 사람들을 여전히 망량파 사람들로 봅니다. 그들이 잠시 잠을 자는 것뿐, 언제든 돌아와 숨겨온 모든 일을 돌이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망량파가 다시 모이기 전에 그들의 콧대를 부수어놓아야겠다고 판단한 서우진. 그는 시공파 사람들을 지켜 횟집을 감시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감시는 감시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점점 괴롭힙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들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잘 참아오던 태신과 건이 열 역시 불타오르는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이성을 잃으려고 합니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살 수 있는 일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처럼 짜인 각본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요? 과거를 없앤다는 것은, 그 수많은 일과 사람들에게 엮인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분노를 최대한 억누르고, 표면으로는 자존심 상하는 것처럼 보여도 반격하지 않고 참습니다. 그게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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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하는 사람도 찾고, 자리를 잡아가는 태신.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과거를 이겨내고 현재에, 그리고 더 나을 미래에 머물 수 있을까요? 피 튀기는 전쟁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웹툰, <주말 도시 시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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