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안나라수마나라>
<안나라수마나라>는 2010년 6월에 연재를 시작해서 2011년 1월에 막을 내린 웹툰이다. 무려 9년 전의 웹툰이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부족한 점이 하나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루니 옛것을 다시 보았을 때, 처음 볼 때와 같은 전율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하일권 작가의 작품은 다르다. 여러 번 보아도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나의 경우에는 다시 볼 때마다 나이가 달라지면서 <안나라수마나라> 속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가 새롭게 다가와 언제나 감탄을 내뱉는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웹툰의 막을 올린다. 버려진 유원지에서 미쳤다는 마술사가 산다고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더불어 마술사는 진짜 마술을 부린다는 소문도 가지고 있다. 절단 마술을 할 때면 사람을 진짜 자르고, 사라지는 마술을 하면 정말 그 사람이 사라진다는데. 소문은 연기처럼 마술사 주변을 감싸고 돌아서 그의 정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마술사만큼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윤아이’이다. 아이는 마술사의 소문에 대해서 떠드는 아이들 입에 마술사 만큼 자주 오른다. 그것은 아이의 차림새 때문. 같은 반 친구들은 아이가 구멍 난 스타킹을 갈아신지도 않고 다닌다는 이유로 집안 환경을 예상해보고 아무렇지 않게 들쑤신다. 아이 역시 자신의 스타킹이 다른 친구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부모님 없이 여동생과 단둘이 사는 아이는 쌀이 없어 밥을 굶고 있어, 스타킹을 새로 산다는 일은 큰 사치였던것.

아이의 짝인 ‘나일등’은 여러모로 아이가 신경 쓰인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자신을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나일등에게 있어서 자신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아이가 신기할 따름. 일등과 아이의 투 샷을 잡는 부분에서 작가가 가진 특별한 연출 방법이 나타난다. 마치 종이처럼 가볍게 날아갈 것처럼 일등이를 표현해서 아이와 일등이 한 공간에 있지만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까지 만드는 독특한 연출이 그렇다.

아이는 자신의 현실이 힘들고 버거워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여러모로 크고 작은 일이 많아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기는 했지만, 새로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사장님은 아이의 배가 크게 울리자 그 소리를 듣고 밥은 먹고 다니라며 따로 돈을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 돈으로 스타킹을 살지, 쌀을 살지 고민한다. 스타킹을 사는것과 쌀을 사는 것 모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고민할 일이 아닌데 말이다. 행복감도 잠시. 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지폐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린다. 아이는 허겁지겁 돈을 뒤따라가지만, 돈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웃기기라도 한다는 듯이 멈추지 않는다. 아이와 돈의 움직임이 그동안 아이가 살아왔을 세상의 모습을 비추는것 같기도 하다. 돈은 마술사의 손아귀에서 멈춘다. 아이는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도 않은 채, 장난만 치는 마술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왠지 그의 한마디 때문에 스스로가 달리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마술사에게 향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이 스스로에게로 돌아온다.

아이는 과거의 자신의 꿈이 마술사였다는 것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 꿈이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금방 그것은 그저 옛날의 생각이었으며, 지금은 다른 것을 꿈꾸고 있다고 경로를 바꾼다. 지금 아이의 꿈은 평범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마술사와 평범한 어른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이 지구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 닮은 사람 정도야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니까. 우리는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한 채,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를 지워내고, 또 지워낸다.

아이에게 있어서 몇 안 되는 행복인 아르바이트 자리. 사장은 아이가 굶고 다니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챙겨주었고, 아이는 덕분에 쌀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안정이 되어가던 아이는 또다시 큰 파도를 만나 일렁인다. 그저 호의로 다가온 것 같던 사장님이 아이의 몸을 만지기 시작한 것. 사장은 뿌리치려는 아이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런 아이의 앞에 또다시 마술사가 나타나고. 마술사는 사장을 없애주겠다고 말하지만 아이는 믿지 않는다. 아이 예상은 빗나간다. 다음 날 아르바이트 자리로 나갔을 때, 사장의 부재를 듣는다. 정말 마술사가 사장을 없앤 것일까?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이라면 어떻게 없앴을까. 마술으로? 아니면...
이야기는 계속 흑백으로 진행된다. 몇몇 순간에만 색이 사용되는데, 눈에 도드라지게 색을 가진 것이 돈이었다. 계속해서 아이가 쫓는 돈만 색을 가졌었다. 마치 그것만이 아이에게 중요하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일순간 아름다운 핑크빛을 사방을 물들이는데, 그 색은 마술사가 아이에게 선물한 것이다. 마술사는 아이가 마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다며 멈춰버린 유원지를 아름다운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마술사는 아이의 이름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다. 이름이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이 되더라도 계속 아이일 거라고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가 동심을 지켜야 한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내가 썼던 많은 글에 우리가, 사회가, 어른들이 동심을 잃었기에 회색빛으로 물들여져 쳇바퀴를 도는 거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도 사회에 나와 외로움을 느끼고 방황하며 점점 동심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것은 하나 의미가 없다고, 먹고 살기 바빠죽겠다고 짜증을 내며 말이다.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아이가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잊어버리고 마술사의 말대로 계속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마술을 믿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기다리고 있는 이곳, <안나라수마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