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굴레가 계속 반복되어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칼가는 소녀>

나예빈 | 2021-04-08 09:20

우리의 일상에서 웹툰은 꽤 큰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를 가다 보면 웹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웹툰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고 하니 웹툰을 통해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는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리뷰할 네이버 웹툰 <칼가는 소녀>는 이미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홀로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횃불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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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사랑이라는 아이의 다큐멘터리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렸을 적부터 희소병을 앓았던 사랑은 치료비를 벌기 위해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게 되고 큰 인기를 얻는다. 다행스럽게도 병세를 잘 누르며 고등학생까지 자라난 사랑. 이런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하다. 잘 자란 사랑을 연예인처럼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언제 죽을 건지 내기를 하는 악독한 부류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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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랑이 다 자라 다시금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인터뷰 자리에서 사랑의 친구인 은조는 첫인상이 어땠냐는 질문에 재수 없었다고 운을 띄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은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도우미 친구를 붙여달라 하기도 하고, 보건실에 누워 수업을 듣지 않은 적도 많았다. 누군가가 보았을 때는 연예인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단 한 명도 사랑을 친구처럼 대해주지 않고 연예인처럼 바라보거나 뒤에서 숙덕거렸기에 사랑도 별다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은조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사랑을 대했고, 그런 은조를 새로운 도우미 친구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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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우미 친구에서 밀려난 슬기는 자신이 이제는 도우미 친구가 아니라는 점에 화가나 사랑이에 대한 악의적인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린다. 슬기는 자신의 복수가 성공적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슬기 본인도 진심으로 사랑이에 대한 적은 없었다. 도우미 친구로 옆에 붙어 지내면서 사랑이의 개인적인 정보까지 인터넷에 올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즐겼으니까. 인터넷 세상의 사람들은 모두 병에 들어 스타를 선망하고, 선망하던 스타를 욕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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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의 게시글 때문에 인성 논란이 터지고만 사랑. 사랑은 더는 도우미 친구를 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결정은 자신의 인성 논란을 덮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은조 앞에 서서히 마음을 연 것. 은조는 도우미 친구든, 그렇지 않든 부탁 하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사랑이한테 필요했던 것은 수많은 숫자의 좋아요가 아니었다. 이렇게 단 한 명의 따뜻한 말과 손길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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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에게 따뜻함을 받았던 사랑이는 자신 역시 그 감정을 은조에게 선물하고 싶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같이 시간을 보내던 둘은 서로의 개인사를 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은조 역시 부모님의 이혼 이후 상처를 받아 마음의 병이 생긴 엄마 아래에서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 알게 된다. 사랑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던 은조. 어쩌면 그런 행동은 은조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둘은 자신들을 외롭고 차갑게 만들어버린 대상에게 복수하자고 말하지만 은조는 아직은 힘이 없으니 자신이 조금 더 강해졌을 때 하자고 미룬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때는 오지 않아. 아니 너무 늦게 와.” 사랑이는 은조를 그림자에서 꺼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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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프다. 사회 때문에, 잘못된 어른들 때문에 아프다. 우리는 정말 원래 사회가 이렇다는 말로,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는 것뿐이라는 말로 방관자가 되어야 할까? 잘못된 것은 고치고,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더는 사랑이와 은조같은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몸집을 공작새처럼 부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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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에 대한 악의적인 글과 관심으로 과열이 된 인터넷 세계.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남자는 자신 영상의 조회 수가 더는 오르지 않자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사랑이 학교 교복까지 사입고 몰래 침입한다. 그 뒤로는 사랑이를 찾아내 억지로 손목을 붙잡고 카메라를 코앞에 들이민다. 남자는 자신이 한 일을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유명하니까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유명하면 무슨 일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겨야 할까? 이런 사랑을 도와주려던 은조는 남자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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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는 루머에 휩싸여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사랑이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자고 말한다. 어차피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멈추지 않을 거니까 그게 좋은 말에 뒤덮여 보이지 않도록 좋은 말을 계속 외치자고, 그래서 사랑이 귀에 들리는 말은 그것만 되도록 만들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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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처를 받아 지친 나에게 “어딜 가도 나쁜 사람은 많아.”라고 조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그 말이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은 잘 알았지만, 듣다 보면 무기력을 느껴 세상을, 나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어차피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도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많다면 내가 발버둥 치며 상처를 이겨내도 다시 상처를 받게 될 테니까. 그럴 거면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야 한다. 사랑이가 은조를 만난 것처럼,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나쁜 말이 들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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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직 어린 내 동생이 사회에 나갈 때도 사회는 지금처럼 거칠고 차가울 거다. 때로는 이런 굴레 때문에 동생이 나처럼 울고 좌절할 수도 있겠지. 그때 나는 이 웹툰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계속해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라고. 그런 친구가 없다면 언니가 그 길을 같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이고 싶다. 이처럼 사회에 나와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칼가는 소녀>가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칼가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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