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락호락하지 않은 캠퍼스 로맨스, <동생친구>

나예빈 | 2021-05-14 10:11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은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절정에 닿아서 내 이상형까지 말하게 되고, 그러다가 공통분모라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서로를 공감할 수 있다는 기분에 목소리가 커지죠.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가요? 제 경우를 먼저 꺼내 놓아보자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제가 무조건 잘 나가서 능력적인 부분은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외모가 가장 중요했어요. 키가 크고, 손은 얇고 길면서 무쌍이 매력적인 사람이요. 그러다가 능력을 갖추기 참 힘들다고 느꼈던 근래에는 조건이 중요하다고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편안한 생활이나 이런 것들을 갖출 수 있는. 이게_정말_최종본.hwp 가장 최근 이상형은 인성이 된, 마음이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엉말 어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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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은 결혼을 앞두고 오랜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청첩장을 주기 위해서요. 아직 남편이 누구인지 모르나 봐요. 서로 앞 다투어 친구의 이상형이 어땠는지 열을 내고 있습니다. 정작 가은은 한 마디도 끼어들 수 없는 이 피 튀기는 토론장. 결국 가은이가 나서서 중재를 하네요. 그러고 나서야 분위기가 조금 차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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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가은에게 참으로 따뜻한 말을 건네주네요. “넌 누구랑 결혼하든 행복할 거야.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오기 마련이니까.” 저라도 결혼을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 고맙고, 감동 받아서 마음이 찡해질 것 같아요. 큰 따뜻함으로 가득 차올라서요. 정말 그럴까요? 가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그런 생각도 들어요.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오는 것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악한 사람도 등장한다고요. 그래도 버티고 살아가야하는 것이 인생이고, 인간관계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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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제목이 <동생친구>이다보니 대충 내용에 대해 추측하신 분들 많으시죠? 그렇습니다. 가은이 결혼할 상대는 대학생인 가은을 지나쳤던, 수많은 고등학생 남동생의 친구예요. 초반부부터 누구라고 알려주지 않고 우리가 추측해 나가야하는 것이 전개 방식입니다. 그 때문에 조금 더 큰 긴장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있어요. 과거 회상 장면에서부터 가은이는 이별을 하고 눈 주변으로 마스카라 흔적을 남겨버렸습니다. 이해해요. 어떤 연애였든 헤어짐은 아프게 다가오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눈치 없이 남동생이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동생의 친구 중 한 명인 도완이는 누나의 상황을 눈치채고 밖으로 나가서 공부하자고 제안해요. 친동생보다 훨씬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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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엉망일 것이라는 도완이의 추측처럼 정말 누나의 마음이 말이 아닙니다.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린 것으로 보아 원만한 이별이 아니었음이 예측이 되는데도 대학 선배인 남자친구를 잊지 못 했나봐요. 선배가 아직 인스타그램에서 네 사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련이 남았다는 친구의 말에 희망을 느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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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의 희망과 기대는 휴지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추락해버립니다. 저 역시 그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쓰리네요. 마치 안전 벨트 없이 자유로드롭을 타는 기분일 거예요. 위로 붕 떴다가 쿵,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그 기분. 누군가와 이별을 해본 분들이라면 다 이해하겠죠. 가은이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온전하게 바라볼 자신이 없었는지 이별을 했던 그 날처럼 술을 거나하게 마셔서 취해버립니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가은이를 어쩔 수 없었던 친구들은 휴대폰 목록에서 동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번호에게 문자를 보내요. 와서 데려가야 할 것 같다고요. 그 문자를 받은 것은 친동생이 아니라 도완입니다. 도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유 하나 묻지 않고 누나를 향해 달려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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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완이는 아픔에 몸부림치는 누나가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합니다. 편한 길을 돌아간다고 말을 하는데 그 말에 담긴 무겁고도 따뜻한 뜻이 느껴지시나요? 고3이면서 앞뒤 안 재고 달려가는 저돌적임이 많은 사람이 말하는 연하의 매력인가봐요. 물론 현실은 감정만 보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잘 압니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도 우리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요소를 따지는 바람에 일이 꼬이고, 엉망이 된다고도 생각해요. 단 한 순간도 고려할 점이 많다며 나에게 솔직해질 수 없다면 우리는 왜 살아가야하는 걸까요? 마리오네트처럼 살려고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인지 도완이의 이런 말들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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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도완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술에 취한 누나는 그런 도완이의 진심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버립니다. 대신에 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죠. 우리 이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리워도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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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데인 마음의 상처도 완벽히 낫지 않았고, 술에 다친 몸의 상처도 완벽히 낫지 않았는데도 세상은 가은을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선배 대접 해주었더니, 자신이 왕 인줄 착각하는 것 같네요. 더 이상은 봐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에게 모든 조별과제를 떠넘기려는 선배에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가은입니다. 하지만 선배는 되려 화를 내는데요. 청춘에게는 로맨스도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대학만 가면 환상의 나라가 펼쳐질 것처럼 세뇌당하면서 자랐는데. 당신의 캠퍼스 로맨스는 어떤가요? 공감이 간다면 지금바로 네이버 웹툰, <동생친구>를 향해 달려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