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세판타지식 막장 가족물, <백작가의 불청객들>

김예인 | 2021-06-20 10:00
백작 가문, 상큼발랄한 그림체와 색감,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들, 그리고 귀여운 어린 아이.
이 웹툰을 얼핏 보면, 우리가 익히 봐온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판타지 장르처럼 보입니다.
거기에 귀여운 생김새의 어린 아이가 등장하니, 육아물이나 가족물이 섞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오해로 틀어진 부부의 관계회복과 두근거리는 로맨스, 그리고 가족간에 피어오르는 애정과 평화 같은 내용들 말이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백작가의 불청객들>은 그러한 따스함과 애틋함이 아닌 막장 콩가루 가족의 향기가 솔솔 납니다.


백작가의 불청객들

필데트 백작가는 오랜 역사와 명성을 가진 명문 귀족가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세대의 주인들은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필데트 17대 백작 '베네딕트 그루먼드'와 그의 부인 '라니아 그루먼드'. 그리고 그들의 사랑스러운 외동 아들 '헤이든 그루먼드'.
이 세 사람으로 구성된 백작가는 완벽해보입니다. 재력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외모와 거기에 귀여운 아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간의 단란한 분위기까지, 더할 나위가 없죠.

하지만, 그 실상은 다소 처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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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웹툰들과 다르게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부부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아이 헤이든의 관점을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헤이든은 백작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입니다. 겉으로 완벽해보이는 이 가족은, 문제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에요.

우선, 백작 부인 라니아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겉모습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도도해보이는 그녀는, 대화를 하는 순간 그 밑천이 곧바로 드러납니다.
교양과 상식이 상당히 부족하며, 어딘가 핀트가 나가있죠. 하지만 그것은 그리 문제가 안됩니다. 단지 독특한 것일뿐이니까요.
진짜 큰 문제는, 어린 아들 헤이든에게 배우자 베네딕트의 노골적인 욕설이 담긴 뒷담화를 습관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말과 함께, 베네딕트가 갱생이 불가능한 망나니라는 등,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가 들어서는 안될 소리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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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욕설의 당사자인 가주 베네딕트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문란한 여자 관계 때문에 라니아에게 신뢰를 잃은지 오래입니다.
어린 헤이든까지 알고 있을만큼, 사교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 소문이 자자한 모양입니다.
이미 사이가 틀어진지 오래인 베네딕트와 라니아는 마주치기만 하면 싸늘한 공기를 풍깁니다. 그것을 중재하는 것은 아들 헤이든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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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억울할 법도 하지만, 헤이든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비록 사람들 사이에서의 가문 평판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고, 부모님은 서로를 대놓고 증오하지만...
헤이든 자신에게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좋은 부모님들이니,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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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완벽한 집단은 없다. 하지만 구성원에게 같은 목적이 있는 한, 그 집단은 견고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비정상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애늙은이로 자란 헤이든의 가족 철학입니다.
비록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가족의 '평화'는 평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며, 그저 그들 간의 갈등을 억지로 덮어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헤이든은 그러한 거짓된 평화라도 유지하고자 착하고 귀여운 아들 노릇에 열중합니다. 그것이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불안함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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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이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낯뜨거운 욕설을 쏟아내는 것을 들어주던 헤이든은 아버지 베네딕트에게 그것을 들키고 맙니다.
헤이든과 대화하며 상당히 상심한 듯한 그는, 그날 밤 술에 취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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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앞에 헤이든을 앉혀두고 뜬금없이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시작하죠.
낮에 라니아가 헤이든에게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있었던 일이 상당히 억울했는지, 그녀가 자신을 여자 문제로 비난하는 것은 다 과거의 첫사랑 때문이라면서요.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듯이, 이 집안에 정상인 가족 구성원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있을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들리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 어린 아이가 듣기에는 상당히 자극적인 막장으로 치닫습니다.
그러고는 끝끝내, 헤이든이 알아서는 안될 이야기까지 하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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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잠자리를 한 적이 없는데, 전대 백작과 똑닮은 헤이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요.
뿐만 아니라, 헤이든의 삼촌과 어머니 라니아의 불륜관계를 의심한다는 것까지 낱낱이 말해버리고 맙니다.

아버지의 자극적인 첫사랑 이야기마저 가만히 듣던 강철멘탈 헤이든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언급하자 이 웹툰에서 처음으로 충격받은 표정을 보입니다.
충격으로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말했던 삼촌과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기까지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백작가의 평화 유지를 위해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애늙은이 헤이든의 멘탈이 한 순간에 박살나고 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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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한 그림체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충격적인 막장 전개 덕분에 순식간에 빠져드는 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
이미 헤이든의 부모님의 상태는 정상적으로 되돌리기에는 먼 길을 온 듯하죠. 부모님의 밑바닥까지 보게 된 헤이든은 과연 여전히 가족의 평화를 지키려고 할까요?
제목의 '불청객들'은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요? 막장 부부 사이에서 착한 아들 노릇을 해오던 헤이든이 다음주부터 어떻게 대처할지가 무척 기대됩니다.

다음 웹툰 <백작가의 불청객들>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