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엿보기, 작은 구멍에서 룸메이트로 진화

박성원 | 2021-07-07 09:10

주인공 덕수는 유명 성인웹툰 작가의 밑에서 채색을 담당하는 어시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아싸에다 여자와도 거리가 다소 있는 타입인데, 작화에서는 꽤 미남으로 그려지고 실제로 작중에서의 인식도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미인(미남)으로 그려놓고 평범하다고 우기기' 스킬은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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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뒤에 이어질 썸씽에 어느 정도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하여튼 덕수는 그림으로 밥을 먹고 살면서 일거리가 없는 한가한 오후에는 방에 틀어박혀서 야한 동영상이나 보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웹툰이 시작하고 나서 큰 변화, 정확히는 두 여자와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됩니다. 하나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대학 때 후배로 만난 '에리'와 이런저런 간단한 소동 끝에 이성으로서 무척이나 가까워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의 제목의 이유이기도 한 '엿보기 구멍'을 통해 존재를 인식하게 된 옆집의 '남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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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오래된 장롱을 치우고 나자 거기에는 허술한 벽면이 드러나고, 작은 구멍까지 뚫리게 되는데, 그 구멍을 통해서 옆집의 가희라는 대단한 미인을 종종(?) 훔쳐보게 됩니다. 중간에 지극히 19금 남성향 웹툰스러운 사건 끝에 화실에서 짤리기도 합니다만 이건 뭐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옆집 사는 가희라는 미인과는 단순히 훔쳐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이웃으로서도 안면을 트게 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가희의 집으로 침입한 괴한과 그녀가 처한 위기를 엿보기 구멍을 통해 보게 되고 도움을 주면서 결정적으로 이러쿵저러쿵 관계로 발전하게 돼죠. 인트로만 놓고보면 꽤나 뻔한 내용의 성인웹툰입니다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 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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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정문근)의 전작만 봐도 뻔한 클리셰나 장르에 의존하는 듯하다가도 그 안에 나름의 주제의식이랄지 철학을 녹여내는 작품성이 일관되게 보이는데, '엿보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인가 하면, 19년 3월에 완결되었고, 그리 널리 알려진 인기작도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의외로 밀도가 높고, 작화도 우수한 편이며, 캐릭터 메이킹이나 스토리도 기존의 시리어스 일변도의 전작에서 한국식 남성향 웹툰에 맞게 잘 녹여낸, 그래서 개성이 살아있는 웹툰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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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화부터가 (도장찍기 성향은 좀 있지만)대단히 우수합니다. 19금 남성향 웹툰에서부터 시작한 그림이 아니라 극화가 살짝 섞여있고, 특히나 인체묘사가 굉장한 편입니다. 사실 반 정도는 작화만으로도 먹고 들어가도 좋다고 할 만큼요. 스토리나 캐릭터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남성향 성인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화 되고 평면적인 여캐보다는 메인 히로인인 가희부터 주인공까지 현실적이며 비교적 담백한 캐릭터의 개성과 스토리가 꽤나 볼 만한 편입니다. 전작인 '사화 : 은밀한 의뢰'도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씬과 작화, 스토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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