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 황녀로 시작해, 진짜 황제로 끝나는 무대 <레디메이드 퀸>

정유주 | 2021-09-26 08:52


완벽한 통치자 혹은 그 후보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와 정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문학과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소재 중의 하나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타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긴 여정을 걸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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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made”.
사전적 의미로는 ‘이미 만들어져 나오는, 기성품, 이미 주어진’이라는 뜻의 단어인데요.
 

이 의미는 작품 속에서 내내 주인공인 에비가일이
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현재의 처지를 늘 잊지 못하게 상기시켜주는 트리거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 점에서는 “THE END!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의 엔딩이 아닌, 계속해서 캐릭터의 고뇌와 혼란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저는 오히려 더 그래서 인간적으로 느껴졌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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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가일은 귀족 영애였지만, 사업의 파산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병에 걸리면서 집안의 빚과 동생들을 위해 평생 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종신직 시녀로 궁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것도 심지어 일반적인 궁이 아닌,
유폐된 황녀 비올레타를 돌보게 된 에비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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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동갑이지만, 마음은 5살에 머물러 있는 비올레타 황녀를 모시며 어느 이름 없는 외진 궁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그들에게, 운명은 기어이 잔인한 칼날을 드리우고
그 소소하고 조용한 삶마저 앗아갑니다.


갑자기 궁을 습격한 자객들로 인해
비올레타 황녀는 끝내 궁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하고,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에비가일 역시 증거 인멸을 위해 두 번째 희생자가 될 뻔한 그 순간.

황녀의 유일한 외사촌이자 선대의 죽음으로 
에델가르드 공작이 된 라키엘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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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음모로 인해 선대 공작인 아버지와 비올레타의 오빠이자 황태자인 미하일이 죽임을 당하자, 자신의 계획을 위해 평생 만나본적 없었던 사촌인 비올레타 황녀가 필요했던 라키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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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비올레타 황녀는 죽임을 당한 뒤였고, 라키엘은 에비가일의 머리색과 눈동자가 비올레타 황녀,
그리고 황제의 색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복수극에 에비가일을 비올레타 대신 ‘가짜’ 황녀로 세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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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라키엘의 아버지와 황태자 미카엘,
그리고 불쌍한 비올레타 황녀가 살해당해야만 했던 이유는
죽음을 방관하는 황제와 그리고 황비 소생의 다른 황자들의 황위계승권 다툼이 원인이었던 것이었죠. 


그래서 황후 소생의 미카엘마저 죽임을 당하자,
라키엘은 비록 마음이 온전치는 않을지라도 미카엘의 동생인 비올레타를 이용해
그들만의 계승 구도를 흔들고 복수하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피 한  섞이지 않은 에비가일을 황녀로 등장시키고,
결국에는 진짜 황제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복수를 이루고자 합니다.


진짜 비올레타 황녀라면 할 수 없었겠지만,
진짜가 아니기에 황후 소생이라는 우선순위를 가지고
황위계승권까지 노릴 수 있었던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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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비슷한 외모만을 가지고 그것도 황족들을 상대로
거짓 연극을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지만,
사실 에비가일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었죠. 


모시던 황녀는 죽고 시녀만 혼자 살아남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황녀를 죽인 자들과 공범으로 몰려서 죽임을 당하거나-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라키엘 공작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 에비가일이 필요하기에
이대로 순순히 놔줄 리도 없을뿐더러...

만약 자신마저 죽어버리면 고통받을 엄마와 동생들 때문에
모든 상황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죽음 외에는 방법이 없던 에비가일은  결국 라키엘의 손을 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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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에비가일’이라는 인물은
황녀를 구하고 대신 죽은 것으로 보여져야 했기에,
몸은 존재하지만 ‘에비가일’의 영혼은 가두고
대신 비올레타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어떤 의미로는 또 다른 죽음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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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법이나 우연으로 인한 것이 아닌 결국은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주인공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더 확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시대적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런 일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어딘가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래서 더 주인공들에게 몰입해서 작품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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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새로운 ‘비올레타’는 자신에게 찾아온 여러 고난들을 공모자인 라키엘을 포함해 자신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잘 극복해 나갑니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칼을 들이밀던 라키엘과의 관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미묘한 감정들로 인해 서로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두 사람.

하지만 매력적인 황녀에게는 역시 매력적인 새로운 인물들도 함께 나타나죠! 


그리고 역시 중점적으로 그려지는 부분은
외면은 '비올레타', 영혼은 '에비가일'로서의 삶과 죄책감이 종종 보여지는데요. 


이 '비올레타'도 사람이기 때문에 거대한 태풍 속에서도 
종종 그 현실을 잠시 망각하고 진짜 황녀처럼 생각하고 생활을 하다가도 다시 이내 '에비가일'의 존재로 돌아와서 죄책감 사이에서 다시금 목적을 깨닫기를 반복합니다.



캐릭터들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참 현실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드는 게, 큰 목표를 위해서 작은 것들 내어주는 상황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엔 정말 굳게 마음먹어야만 가능한 일들도 섞여있어서, 각 인물들의 미소 너머에 얼마나 치열한 감정들이 싸우고 있는지 정말 대단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가짜 황녀로 시작했지만 진짜 황제가 되기 위한
이 무대를 과연 '비올레타'와 '라키엘'이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지금 바로 카카오웹툰에서 "레디메이드 퀸"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