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스티스 리그

김봉석 | 2016-09-06 14:40

요즘 코믹콘의 중심은 슈퍼히어로다. 일본만화가 인기를 끌던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고 마블을 중심으로 한 슈퍼히어로영화의 예고편을 공개하고, 감독과 배우가 나와 인터뷰를 하는 등의 행사들이 성황리에 전개된다. 얼마 전 끝난 코믹콘에서 마블은 곧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의 새로운 예고편을 공개하고, 캡틴 마블 역의 브리 라슨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DC는 <원더우먼>과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을 선보였다. 가장 유명한 슈퍼히어로이며 여성의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원더우먼>의 예고편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저스티스 리그>는 약간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로 호평이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슈퍼맨의 죽음을 알린 후 <저스티스 리그>의 중심은 배트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고편에서도 배트맨이 아쿠아맨과 플래쉬를 찾아가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사이보그의 모습은 잠깐 스치듯 나오고, 원더우먼은 전작에서 배트맨과 함께 전투를 벌일 정도의 사이니 따로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까 예고편으로 본다면 DC의 어벤져스라고 할 저스티스 리그의 구성원은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쉬, 사이보그가 된다. (아마도 슈퍼맨은 부활하며 <저스티스 리그> 도중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가 늘 들고 나기는 했지만 단골이었던 그린 랜턴, 그린 애로우, 마샨 맨헌터는 보이지 않는다.


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리그 파트1>


영화에서는 빠졌지만, 그린 애로우와 마샨 맨헌터는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 DC가 만드는 드라마는 <애로우>, <플래쉬>,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슈퍼걸> 등이 있다. <콘스탄틴>은 1시즌만으로 취소되었다. <애로우>에는 그린 애로우, 블랙 카나리, 데쓰스트로크 등이,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에는 아톰, 화이트 카나리, 호크 걸 등이 나온다. <슈퍼걸>에는 마샨 맨헌터가 슈퍼걸과 함께 나온다. 코믹스에서 슈퍼히어로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크로스오버는 종종 있다. 애로우와 플래쉬는 꽤 가까운 사이로 설정되어 있다. <슈퍼걸>에 플래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다른 지구로 설정한다. 플래쉬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시간을 넘나드는데 때로는 공간까지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 DC의 드라마는 슈퍼히어로들이 모두 하나의 지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행우주인 다른 지구를 넘나드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린 랜턴은 영화가 망하면서 거의 금기어가 되어버린 수준이다. <데드풀>의 오프닝에는 그린 랜턴의 할 조던을 연기했던 라이언 레이놀즈가 스스로를 풍자하는 컷이 들어 있다. 플래쉬가 드라마와 영화 모두 나오는 것에 비하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 그린 랜턴은 너무 초라하다. 제프 존스가 스토리를, 짐 리가 그림을 맡은 뉴 52 세계관의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 우먼, 아쿠아맨, 플래쉬, 사이보그 그리고 그린 랜턴이 멤버다. 마샨 맨헌터는 이미 사라졌고, 그린 애로우는 저스티스 리그에 가입하고 싶어 하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서 그린 랜턴도 떠나간다. 마치 영화로 만들어지는 <저스티스 리그>를 염두에 둔 것 같은 내용이다.


저스티스 리그

<그린랜턴에게 총을 겨누는 데드풀>


지금 DC는 마블의 뒤를 쫓아가는 형국이기 때문에 초반에 확장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굳이 인기가 없는, 아니 원래는 인기가 좋았지만 영상화되었을 때 환영받지 않을 것 같은 그린 랜턴을 빼는 것은 한편 이해가 간다.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린 랜턴은 우주에서 활약하는 그린 랜턴 군단의 일원이다. 막 첫발을 디딘 DC 입장에서는 일단 지구 내에서의 갈등과 충돌을 제대로 그려내는 것이 좋다. 외계인인 슈퍼맨 때문에 조드 장군이 등장하고, 둠스데이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지구 안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마블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등 지구 안의 슈퍼히어로에 집중한 후 <어벤져스>에서 외계의 사정을 끌어들인 것처럼 DC도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는 그린 랜턴이 다시 필요해지 않을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그랬듯이, 그린 랜턴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영역으로 확장하기에 가장 좋은 슈퍼히어로다. 이미 멸망한 문명과 행성의 생존자인 슈퍼맨과 마샨 맨헌터보다 더욱. 그리고 그린 랜턴이 등장하는 <블랙키스트 나이트>는 DC팬들이 영화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이벤트다. 언젠가는 <블랙키스트 나이트>를 반드시 영상으로 보고 싶다.

마블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마블 영화사의 첫 작품인 <아이언맨>이 대성공을 거두었기에 수순대로 나아간 것이지, 처음 두어 편이 연속으로 실패했다면 현재의 마블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디즈니가 인수하기 전 이미 판권을 팔아버린 <엑스맨> 때문에 <엑스맨 대 어벤져스> 같은 이벤트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어벤져스>도 판권을 넘긴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때문에 우회 전략을 폈다. 2002년에 시작된 마크 밀러의 <얼티미츠>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슈퍼히어로 팀을 만든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울브린과 스파이더맨을 어벤져스에서 빼기 위한 설정이다. <얼티미츠>에 나온 앤트맨과 와스프도 영화 <어벤져스> 1, 2편에 등장하지 않았다. 의처증이 있고, 폭력성향이 강한 행크 핌을 온 가족이 즐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전면에 내세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2편에서 울트론의 창조자를 행크 핌에서 아이언맨으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다. 앤트맨도 2대인 스콧 랭으로 바꿨고.

그러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좌초하면서 콜롬비아와 마블은 타협을 했다. 서로의 캐릭터를 주고받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나올 수 있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빼버리기는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코믹스만큼 중요한 일을 하지 않지만, 슈퍼히어로들이 두 편으로 갈려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스파이더맨의 존재는 너무나도 빛난다. 마찬가지로 폭망한 <판타스틱 4>도 다시 마블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망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타협하여 중요 캐릭터를 주고받는다면 좋지 않을까? 기왕이면 엑스맨도 다. 그러면 애증의 관계인 데드풀과 스파이더맨이 함께 나오는 영화나 휴먼 토치가 죽고 난 후 스파이더맨이 판타스틱 4에 합류하는 등 모든 것이 가능해질 테니까. 물론 <엑스맨 대 어벤져스>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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