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의 끝에서 단 하나의 후회로 찾아온 기회, <악녀는 두 번 산다>

정유주 | 2021-11-21 14:00
얼마 전에 우연히 삼국지 속 인물들에 대해
각 나라별 인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는데요.

중국 사람들은 의리의 관우를,
일본 사람들은 용맹한 자룡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총명한 제갈량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각각 어떤 것들이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삼국지의 제갈량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지략과
명석한 두뇌로 해결방법을 찾아서
적의 중심을 흔들 수 있는 날카로움.

작품에서도 그런 캐릭터들이 활약을 보여줄 때마다
시원한 사이다를 느낄 수 있죠.



그런데 반대로,
그런 인물이 아군이 아니라 적이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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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를 쓰고 버텨도, 이내 적에게 모든 것을 간파당하고
그들이 그린 그림대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로서는 고구마가 식도에서 위장까지 꽉 차있는 느낌이고,
만약 작품 속의 캐릭터라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그런 마음일 겁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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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모든 것을 살리기위해
모든 것을 파괴한 악마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이 있습니다.




책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그걸 이용해
오빠인 폭군 로렌스를 왕으로 만들고,
결국 너무 많은 악행과 너무 많은 것을 알고있어서
로랜스로부터 버림을 당한 악녀 아르티제아.


아르티제아의 능력이 너무 뛰어났기에,
혹여 자신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반군들에게
어떠한 비책도 밖으로 꺼낼 수 없도록
로렌스는 아르티제아의 혀를 자르고,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잘라 지하 감옥 깊숙한 곳에 가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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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선시대에서도 
목과 팔다리를 베어죽이는 능지처참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로 꼽힐 정도였으니,

말이 좋아 "목숨만은 살려두겠다"이지,
타인의 도움이 없다면 한 발자국도 움질일 수 없고-
그 후의 고통과 후유증들도 어마어마 했을 겁니다.






그런데 자신의 동료, 부하, 그리고 연인을 잃고도
이미 무너져가는 나라를 살리겠다는 대의를 위해서..

처참하게 감옥에 갇혀있던 아르티제아를 구해와서
폭군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계책을 얻고자
그런 아르티제아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세드릭 대공.




아직 뛰어난 두뇌는 남아있지만
아르티제아는 그동안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이미 겉잡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그저 후회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죠.




하지만 단 하나의 방법.
자신이 벌인 일들에 대한 후회와 함께,
세드릭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아르티제아는 자신의 피와 몸을 제물로 삼아
고대 마법진을 발동시켜 시간을 되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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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시간을 돌리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쳤는데,
자신까지 살아있는 그대로 과거의 시간에서 눈을 뜹니다.


마법진이 정확하지 않았는지,
혹은 자신이 알고있던 것과 달랐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만큼은 어머니와 오빠의 꼭두각시가 아닌-


미래이자 과거였던 시간 속에서
자신이 망가뜨렸던 세드릭과 그의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하는 아르티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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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티제아의 어머니에게는 두 명의 남편이 있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정부였지만,
신분의 차이로 황가의 일원이 될 수 없었던 자신의 애첩을
자신의 신하였던 로산 후작에게 막대한 금품을 주고
로산 후작 부인 자리를 만들어 곁에 두었죠.

그런 왕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황가의 반쪽짜리 핏줄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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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르티제아는 왕의 핏줄이 아닌
로산 후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기에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어머니에겐
애정은 커녕 늘 차별적인 홀대가 뒤따랐죠.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로렌스를 위한 장기말처럼 여겨졌던 아이.
오로지 로렌스에게 도움되는 일에서만
칭찬 끝자락이라도 받을 수 있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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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아르티제아였기에, 자신이 애를 쓴다고
어머니의 애정이 자신을 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로렌스를 황제로 만든 계책가로 성장했던 것이죠.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로렌스를 위해 수많은 피를 묻혔지만
결국 버림받았던 아르티제아의 과거이자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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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렌스의 세력이 시작되기 전으로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기회를 잡은 아르티제아는
이제 로렌스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과 세드릭을 위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지킬 수 있었던
또 다른 인물.
세드릭의 연인으로 알려졌던
만인에게 사랑받는 성녀 리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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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를 황제로 세우기 위해서,
아르티제아는 리시아를 이용해 민심을 굳건히 하고자
그녀를 황후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죠.


하지만 자신의 정통성에 강박증이 있던 로렌스에게
모두가 사랑하는 성녀 황후의 존재는 
그저 또다른 시기의 대상이었고-


처음부터 있어서는 안될 곳에 둘러쌓여
리시아는 서서히 건강을 잃어가고
온갖 화려한 것들로 둘러쌓인 공간이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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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르티제아가 자신의 능력에 취해
그저 오만하고 탐욕스런 인물이었다면
폭군의 책사로 모든 것을 움직일 때,

동일하게 로렌스의 함정들 속에서
한 줌의 후회는 고사하고
악을 쓰다 죽임을 당하는 그런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악녀였겠죠.



하지만 <악녀는 두 번 산다>에서의 아르티제아는
로렌스를 도와 그를 황제로 만들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
자신이 지키지 못하고 죽게 만든 사람들을 보면서
내면에서 많은 갈등과 후회를 할 줄 아는 
인물이었기에 좀 더 작품 속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계획했던 책사 답게,
로렌스가 아닌 세드릭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르티제아의 모습은 섬세하면서도
사이다처럼 속시원해서
두뇌 게임을 직관하는 것처럼 
눈을 뗄 수 없으실 거예요!



리시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아르티제아가 움직였던 그 고대의 마법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던 것인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악녀는 두번 산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