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볍게 즐긴다? - 하루 3컷

므르므즈 | 2016-10-02 11:26


[웹툰 리뷰]하루 3컷 - 배진수

세상은 언제나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누군가가 있기에,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 같은 취향을 가졌으면 좋겠다.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하고 늘어지게 12시까지 잠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자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오늘 갑자기 일 좀 하라며 부모님이 날 타박해서는 아니다. 그저 웹툰을 찾다가 내 취향이 아닌 작품 탓에 뒤로 가기를 눌러야하는 수고를 줄이고 싶은 것뿐이다.


매정하고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작품을 그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는 내 알바 아니다. 배경에 나오는 겨울 꽃 하나를 그리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한들 무슨 상관인가. 그 날 내용이 유부녀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복수극을 찍는 거라면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고요의 바다를 찾아갔다 해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한 번 꼰대가 되어보도록 하자. 역시 만화라면 극화체에 여자 캐릭터의 속옷 모습이 한 번 씩 표지 장식도 해줘야 한다. 거기다 주인공은 조폭이나 정의로우면서도 못 말리는 유쾌한 남자여야 하고 만화는 반드시 흑백이어야 한다. 그래, 역시 만화는 이래야 한다. 박인권이나 김성모 같은 작가들이야 말로 진정한 만화가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준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모든 만화가 다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만화는 그림이 아쉽더라도 강렬한 스토리와 연출로 자기 개성을 뽐내고 어떤 작품은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를 가졌으면서도 작화로 독자를 압도한다. 작품마다 개성은 다르며 이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루 3컷>의 개성은 무엇인가? 다른 만화와는 다른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는가? 아니면 어떤 색다른 표현을 사용하는가? 풍자가 날카로운가? 하루 3컷은 이런 지점들 기준에서 보았을 때 어디에 위치하는가?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일주일에 5번 출근 시간동안 잠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의 시간. 지하철이 한 역을 지나치지도 못하는 시간에 끝나는 재미와 사유가 이 작품에 존재한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짧은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은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 부른다. 편의점 과자같이 가볍게 즐길만한 대중문화라는 것이다.


나는 모든 작품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다. 각 장르마다 작품 하나만 남겨둔다면 그것만큼 삭막한 세상도 없다. 하지만 3컷의 분량과 단순한 작화를 개성으로 삼자면 그것으로 어떤 재기 넘치는 표현이 가능한지 우리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작품은 우리가 몇 번이고 보았던 풍자와 패러디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작품에서 썼던 풍자를 다시 써먹기도 하고 ‘효’나 사람들의 이기심 같은 기본적인 미덕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몇 번은 봤던 것이기에 내용은 순식간에 잊힌다. 작가는 독자들의 3초를 가져가겠다고 말했지만, 3초 뒤에 잊히는 창작물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 만화란 작가의 대화 수단이다. 곧 잊어버릴 테니 아무 말이나 하겠다는 건, 대화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아직 20대 초반임에도, 나는 시대 흐름에 뒤쳐져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 3컷을 따르는 이 혁신과 발전의 순류를 따라가지 못해 삶은 나를 휩쓸고, 나는 역류조차 하지 못해 돌 사이 끼인 부초마냥 어정쩡하게 외치는 것이다. 이봐요. 전 여기에 있어요. 상상해보면 참 슬픈 발상이다. 시대는 벌써 웹툰을 짧게 치고나가는 스낵컬쳐로 정의 내렸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역시 만화는 이래야지! 사실 개연성이며, 작화며 연출이며, 독자만 많다면 그걸 따를 필요가 없다. 이 아래에서 누가 안경을 고쳐 쓰고 “음 이 작품은 개연성도 연출도 엉망이군요.” 이렇게 말한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대답은 하나 아니던가.


  결국 이건 가볍게 즐기는 문화 콘텐츠를 받아 들이냐 못 받아 들이냐의 문제다. 개연성이며 그림이며, 연출이며 그 모든 것을 벗어난 ‘자신의 재미’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재밌으면 그만이다. 이런 작품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진행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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