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페르샤 - 고대 페르시아 제국 건국기

경리단 | 2015-09-03 19:54

 

 

 

혼란한 시대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 물론 영웅은 상대적인 표현이다. 누군가에게 영웅인 존재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마일 수 있다. 민족(Ethnic group)들의 영웅만큼 그 괴리가 심한 경우도 또 없을 것이다. 한 민족의 영웅이자 성인은 많은 경우 다른 민족의 악마 혹은 호전광으로 매도된다.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가장 확실한, 그리고 어려운 방법은 역시 독립투사로서 성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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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페르샤’ 는 페르시아의 영웅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메디아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페르시아의 독립을 이끌고 대제국의 기반을 닦은 ‘키루스’ 의 성장기다. 물론 메디아와 아케메네스 왕조는 기원전 수백년 전에 존치했던 국가들이니 근대적인 관념을 그대로 투영하기는 무리가 많이 따른다. 예를 들어 메디아와 페르시아는 같은 이란계 민족의 국가로 여겨지며 인종, 문화, 언어적으로 매우 밀접했다고 한다.

 

주인공 키루스는 메디아 황제의 외손자로 태어났지만, 제국을 전복할 운명이라는 주장에 태어나자마자 죽임당할 위기에 처한다. 여러 행운이 겹쳐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평민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평민으로서 거대 상단의 호위무사가 되어 일하나 암투에 휘말려 다시 메디아 궁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신분이 밝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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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큰 줄기는 대체로 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ae》를 좇는다. 카루스 2세의 초기 행적을 기록한 사서(史書)라고 하니 당연하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언급했고, 널리 알려진 헤로도토스의 저서의 내용과 비교해 봐도 그렇고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의 고대사를 모델로 하되 각색을 섞어 재미를 추구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웹툰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체다. 배경묘사가 매우 세밀하거나, 인물 묘사가 유려하거나 전투장면이 박진감 넘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기원전에 작성된 역사책에 있는 삽화를 조금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할까? 선 굵은 그림체 특정 장면을 강조할 때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며 인물과 행동을 강조하는 방식, 과장된 감정표출, 전투장면에서 움직임보다는 난무하는 선혈과 죽어가는 이들의 표정에 집중하는 컷들은 마치 사서의 기록화(記錄畵)를 현대 웹툰의 형식을 빌려 그려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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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소 촌스럽거나 예스럽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충실한 기본기는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고, 만화를 읽어갈수록 오히려 배경과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임을 알 수 있다.

 

주인공 키루스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조형도 칭찬할 만하다. 주인공을 돕는 이들, 적대하는 이들, 선역과 악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이다. 역사물에서의 인물조형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보다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시대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인물 묘사는 역사 배경의 창작물을 사극 세트장에서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우스꽝스러운 연극으로 변질시키기 십상이다. 아니면 먼 미래를 살고 있는 작가의 근대적 이념이 투사되어 역사적 맥락과 사실에서 한참 벗어나기도 한다.

 

‘페르샤’ 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은 것 같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철학과 신념을 지니고 있다. 보수, 진보적이거나 권위적이고 조국의 독립을 추구하거나 그저 일신의 안위를 위해 눈치만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과 행동은 어디까지나 기원전 몇 세기의 시대와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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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가 평민 소년이었을 적 그의 무모한 용기에 감탄하며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던 귀족소년도 때로는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키루스가 그를 뛰어넘으려 하자 신분에서 비롯된 모욕감에 분노하며 그를 견제한다. 키루스가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데 직간접적으로 돕는 인물들도 매우 계산적이어서 영웅의 운명을 타고났다 한들 편의적인 도움은 주어지지 않는다.

 

‘결말’ 이 정해진 이야기, 역사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이야기는 자칫 잘못하며 지루해지기 좋다. 비정하고 시대에 맞는 인물조형, ‘영웅’ 에게도 엄격한 이야기는 독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고전적이지만 동시에 영웅이 자라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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