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737 - 자른 토끼와 잘린 토끼의 이상한 동거

위성 | 2015-09-03 22:23

 

 

 

자른 토끼와 잘린 토끼의 동거. 동글동글 귀엽고 심플한 그림체와는 달리 이 이야기는.......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일상 쁘띠 고어툰? 하지만 3737은 토끼 두 마리의 힘으로 언뜻언뜻 떠오르는 불편함을 날려버린다. 팥죽색을 배경색으로 웬일인지 첫 화부터 익숙하게 느껴지는 토끼 두 마리 캐릭터는, 조만간 캐릭터 상품들이 판매될 것 같은 촉이 선다. 밤비 작가의 세계관이나 독특한 스토리에 이끌리는 독자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카드를 꺼낼 것만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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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도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물론 잘린 토끼가 머리통밖에 남지 않아 도망 갈 방법도 없다만), 한집에 같이 살면서 마트도 가고 바다로 해수욕도 간다. 같이 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쪼물딱거리다 함께 잠도 잔다. 서로 죽방을 날리지 못해 말로 까대다가 진짜 죽방을 날린다. 못을 박는 데 망치 대신 잘린 토끼의 머리통을 쓰고, 구멍을 막아준다며 잘린 토끼의 입을 꿰맨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사는데 이유가 있나? 궁금해 하지 마라. 그냥 사는 거지. 3737도 그런가보다, 이해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귀찮은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이 작가가 이걸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지? 이렇게 찌르고, 자르고, 파내고, 먹는 상황들을 나열하는 거지? 자기를 썰어버린 사람이랑 왜 친해지는 거지? 그 새끼한테 기대지 않으면 굴러다니는 머리통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어서? 그냥 받아들이고 살기로 한 건가? 등등. 점점 무심하게 동족을 자르고 써는 토끼만큼이나 인물들을 무심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진다.

 

만약 혈흔이 낭자하고 뼈가 잘려나가는 영화들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읽어 내릴 웹툰이 필요하다면 독특한 세계관을 그리는 웹툰 3737을 추천한다. 하지만 평소 잔인한 일을 이유 없이 저지르는 살인사건이나 별 다른 이유 없이 한 맺힌 귀신이 튀어나와 인간들을 못살게 구는 호러 영화,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바이러스에 걸려 멀쩡했던 사람들이 변해 이웃의 장기를 파먹는 좀비물 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추천해 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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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작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예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늘어놓는다. 그게 뭐? 왜? 어때서? 라고 말하는 듯하다. 내장이 늘어져 있고 뼈가 뒹구는 방안에 앉아서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뿐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볼 때는 거리낌이 없다가, 내려간 컷을 다시 올려 상상해보면 오금이 저린다. 그... 그러니까 지금 죽인 애랑 죽은 애가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거잖아? 또 누구를 죽이면서 말이야....... 이렇게 말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일상의 한 부분을 에피소드로 만들어 따온 것처럼 간결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의외로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자른 녀석과 잘린 녀석의 찰진 대화도 재미있을뿐더러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주인공들만큼이나 황당하고 사이코패스적이어서 이들이 나중에 도대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작가의 상상을 그림으로 풀어놓았듯 이 이야기의 결말을 한 번 상상해 글로 풀어볼까. 만약 잘린 토끼가 면사포를 쓰고, 자른 토끼가 턱시도를 입고 나와 식을 올린다면. 아마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할 것이다. 지금까지 자른 토끼가 죽인 인물들이 하객으로 참석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결혼식 뷔페인 동족들의 뼈와 살이 올라와....... 윽. 상상하기 싫어지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종의 다양성만큼 웹툰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그 독특하고 새로운 매력에 끌려 계속 다음 화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함께 자른 토끼와 잘린 토끼의 결말을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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