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해클럽 - 내 몸을 긋는 이유

위성 | 2015-09-03 22:29

 

 

 

 “회색으로 짙게 빛나는 날이 살갗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가고 틈에 스민 따뜻한 피가 팔을 타고 흐릅니다. 오늘도 통증을 넘어선 해방감이 나를 안도하게 합니다. 나의 고통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기에 완벽하게 나 혼자만의 것입니다. 설마 당신은 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메인에 소개글이 눈을 시리게 한다. 이어 편집부의 한마디.

 

 “혹시 그렇다면 이 만화가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해클럽은 그 이름처럼 홀로 화장실에 앉아 팔 안쪽의 여린 살집을 커터칼로 긋는데서 시작한다. 자신의 상황을 친구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 말이다. 아프지 않았냐는 친구의 말에 아팠다고, 그런데 아프고 싶었다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오래된 일들이 몽타주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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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나는 팔에 아대를 종종 하고 다녔었다. 손목에 인대가 늘어났다는 핑계는 얼마 가지 않았고, 다음 학기까지 이어지는 나의 아대 사랑에 친구는 기습적으로 아대를 벗겼다. 나의 손목은 가늘고 붉은 실지렁이들이 그려진 것처럼 여러번 덧대어 그어져 있었다. 사실은 그랬다. 이미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여자아이였다. 손목의 아대는 일종의 단서였고, 나는 지금 아프다는 것을 어디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밖으로 아프면 누군가는 나를 위로해 줄 것 같았고 이해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이없게도 그런 일이 있었던 후에도 나는 애처롭게 혼자였다. 아픈 나를 안아주는 아영 같은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겉으로는 늘 웃었고 상냥했으며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아무렇지 않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뒤에야 깨달은 일이 있다.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정말 아무렇지 않아지는 때가 찾아 왔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속인 것인지, 통증이 희석되어 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이었다. 더군다나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는 스스로도 감당 못할 만큼의 통증을 떠안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며 진심으로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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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시되지 말아야 할 것은 타인의 존엄성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해를 통해 일종의 분노를 표출했던 나는,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그래서 늘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성장했다. 그리고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르니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 또한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 나는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 에너지를 무엇으로 발산할 것인가를 말이다.

 

 그제야 나는 정말로 웃을 수 있었다. 정말로 상냥해 질 수 있었고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서른 이후의 새로운 삶을 꿈꾸었다. 환자들이 통증을 느낄 때 진심으로 가슴이 저렸다. 모두가 기본으로 장착하는 스펙 하나 없이, 그렇다고 독을 품지도 않고 현재의 일들을 해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어린 시절의 어두운 그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웹툰은 사견을 제외하고 받아들이기에도 상당히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다. 자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일본 만화 중 하나인 라이프가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웹툰이 완성도 면에서 조금 더 높지 않나 싶다.

 자해클럽은 레진 코믹스 공모전의 우수상 수상작이다. 레진의 웹툰 보는 안목을 확인 하고 싶다면 그 첫 번째로 자해 클럽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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