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이버] 닭통령 계양반(2012)

잠뿌리 | 2016-09-01 00:00


* 닭통령 계양반 (2012) *

 

[웹툰 리뷰]닭통령 계양반 - 미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11446&page=4


2011년에 미티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31화로 완결한 드라마 만화. 본격 치킨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모바일웹 환경에 최적화된 스마트툰으로 나왔다.


내용은 치킨 개발에 집착한 아버지 계난국에게 시달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아버지와 의절하고 혼자 살아온 계양반이, 어느날 아버지의 비보를 듣고 연 매출 1000억의 거대한 치킨 회사 양후 F&B의 후계자 후보에 올라 아버지의 치킨을 재현해 기업과 재산을 상속 받기 위해 동생 계후반과 치킨집 경영 경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화는 이전 작품인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고삼이 집나갔다’ 비해서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지나치게 탁한 눈동자와 눈밑살과 인중 강조, 천하장사 소시지 피부 색깔까지. 인물 작화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귀귀 작가나 이말년 작가처럼 작가 고유의 그림체에 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전매특허 연출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단순히 잘 그린다, 못 그린다 수준을 떠나서 호감도 자체가 극히 떨어지는 작풍이다.


단, 그렇다고 해도 그게 만화 감상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본작의 장르는 개그 만화라서 비호감 그림체라고 해도 그게 작가의 개성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 작품 꼽자면 ‘피에르 타키’의 ‘변기맨 쥬이치’를 예로 들 수 있다)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는 건 몹쓸 개그 센스다.


계난국, 계양반, 계후반, 변아리, 육덕진, 지휘자, 소금기, 고추장 등등 무성의한 작명 센스도 걸리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대사 센스가 최악이란 거다.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무리수를 던진다는 거다. 정확히는, 외국물 먹은 캐릭터. 또는 외국인 자체가 등장해 대사를 날릴 때 외국인이 혀 꼬부라진 발음으로 대사를 던지거나, 한국인이라고 해도 비속어도 은어도 아닌 대사를 자주 쳐 한글 파괴 현상이 극심하다. (예를 들어 ‘엄훠~’ ‘삶쉉전자’[오타 같지만 실제 본문에 적힌 대사다], 안뇽하쎄에요오 꾸릐쑫뛰나예요오~ 등등)

 

표준어를 꼭 써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대사를 읽고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본작은 그런 부분에서 대사 감수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 하냐면 캐릭터 대사를 말풍선에 넣은 글로 읽는 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비주얼에서 육성으로 대사를 던지는 감각으로 써서 그렇다. 소리 나는 데로, 발음하는 데로 여과 없이 적어 넣으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다.


스토리는 본격 치킨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한국 TV에서 수십 년 넘는 세월 동안 계속 나온 트렌디 드라마 스타일이다.


대기업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들이 골육상쟁을 벌이는 가운데, 수년 만에 재회한 형의 첫사랑이 동생의 일을 돕는 측근이자 애인이고 또 거기에 얽인 사건 사고, 교통사고 기억상실 유아기퇴행 삼단 콤보, 연쇄 반전 등등 나올 만한 건 다 나온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가 아니라 그냥 ‘상상한 것 그대로를 볼 수 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라서 뒷내용이 쉽게 예상이 간다는 말이다. 


진부한 이야기라고 해도 스토리의 밀도가 높으면 알면서도 찾아보는 재미와 깊이가 있는데 본작은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트렌디 드라마의 표준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치킨을 소재로 한 개그를 넣어서 매 화의 끝을 개그로 마무리해서 개그 만화란 아이덴티티는 유지하고 있지만 대신 드라마의 깊이가 등가 교환되어 사라졌다.


애초에 이 작품은 스토리로 승부를 본 게 아니다. 이미 이전에 있었고 많이 봐 온, 트렌디 드라마 스타일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단지 거기에 치킨이란 키워드를 넣어 치킨 스킨을 덮어씌운 것이다.


근데 사실 그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치킨을 소재로 해서 대중성을 잘 잡았고, 드라마 속 상황과 인물 관계를 치킨으로 포장해서 그 적용 방식과 묘사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작중에 나온 인물의 이야기는 너무 뻔해서 흥미가 짜게 식는다고 해도 치킨집을 차리고 비법을 배우고 가게를 운영하며 주인공 계양반이 치킨집 사장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그럭저럭 볼만 하다는 거다. 그것은 트렌디 드라마의 요식업 소재가 즐겨 쓰인다고 해도 치킨을 소재로 한 것은 없어서 본작만의 유니크함이 있다.


단, 작화 퀄리티가 떨어지는 관계로 아무리 치킨이 나와도 식욕을 당기지 않고, 그렇다고 작중 인물들이 치킨을 먹는다고 음식툰급의 리액션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치킨이란 키워드만 놓고 보면 2% 부족한 점도 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치킨 키워드가 실종되고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트렌디 드라마의 막장성을 구현하는데 급급해서 유니크함이 사라진 게 좀 아쉽지만.. 반전 자체는 꽤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와서 괜찮은 편이다.


무분별한 흑막 반전을 남발해 스토리가 산으로 가다 못해 우주로 간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때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캐릭터 운용적인 면에서 보면 레귤러 멤버인 육덕진, 변아리가 머릿수만 채우고 별로 하는 게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초중반에 두루 걸쳐 나온 애들인데 어떤 역할을 맡겨 활약시킬 생각은 안 하고 개그 리액션만 시켜서 완전 잉여 전력이다.


그나마 치킨업계의 전설들 단역이 막판에 가서 큰 도움을 주고, 후반부에 나온 거지 캐릭터 구지왕이 의외로 대활약하며 배달원 박날개도 막판에 가서 밥값 했고 계양반, 계후반 형제가 힘을 합쳐 둘이 하나의 몫을 하는 형제 주인공으로 거듭나면서 트렌디 드라마의 왕도적 전개로 나아간다.


복선이나 암시 같은 건 잘 쓰지 않지만, 작중에 나온 인물들의 갈등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전부 해결돼서 본편 스토리가 깔끔하게 잘 끝났다.


결론은 평작. 진부한 스토리에 드라마와 개그를 뒤섞어 스토리 자체의 밀도가 좀 떨어지고 한글파괴 대사가 몰입도를 떨어트리며 발전 없는 그림체까지 더해져 전반적인 완성도가 낮아 보이지만.. 한국형 막장 드라마를 ‘치킨’이란 키워드로 포장해 신선하면서 대중적이기까지 해 흥미를 끌면서 진부한 것과는 또 별개로 본편 스토리 자체는 마무리를 잘해서 평타는 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작가 블로그에 올라온 작가 후기에 따르면 말미에 실사 드라마화 언급을 했는데 그때가 2013년으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꽃미남 배우 주원조차 살리지 못해 폭망한 패션왕 영화판 같은 것보다는, 차라리 이 작품이 케이블용 중편 드라마 정도로 실사화되는 게 더 나았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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