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소수 - 내가 불만이 많은 게 아니라 세상에 문제가 많은 겁니다

위성 | 2015-09-04 00:44

 

 

 

극소수의 시작은 이러하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어린 소녀 에리카. 어른들은 어찌나 무심한지 어린 에리카를 생각해주는 척 하며 엄마가 오래 못사니 잘 해 드리라고 말한다. 엄마에게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아니지?’ 라고 묻는 소녀. 엄마는 딸을 안심시키고 밥을 먹인 뒤에 함께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 손을 잡은 채 잠이 든다.

 

그러나 다음 날, 엄마의 몸에는 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사채의 부패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에리카와 함께 잠든 밤사이에 엄마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만 것이다. 사후경직이 시작되어 에리카와 맞잡은 손이 빠지질 않자, 어른들은 또 무심하게 에리카가 보는 앞에서 그 손가락을 하나, 하나 부러뜨려 떼어내고 만다. 그 기억을 뒤로한 채 에리카는 어른이 된다.

 

어머니의 끔찍했던 죽음에 이어 어른이 된 그녀는 결혼한 뒤 생활을 꾸리며 살아가던 중 남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교도서에 가게 된다. 거기에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사건의 진상을 쫓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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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초입부터 독자들을 집중시키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은데 반해 웹툰 ‘극소수’는 가슴 아픈 이야기에 충격적인 기억을 덧입혀 작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여기서부터 이미 작가의 연출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어린 시절과 남편의 죽음, 취조실과 교도서, 그리고 출소 후 불만종자들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가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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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뒤틀려 있다.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기구한 인생들은 외모에서도 그 특징을 갖추고 있는데, 주인공인 에리카는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오면서 겪은 마음에 상처처럼 몸에도 여러 가지의 흉터를 입은 채 살아가고 있다. 눈에 띄는 좌측 눈 십자 모양의 흉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여자라고 하기엔 어딘가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어 이건 분명 작가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머리에 박스를 쓰고 나오는 남자.

 

한 쪽 눈이 뚫린 채 불만스러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폴. 착하고 맹해 보이는 그 인상을 가면삼아 살아가는 그는 절대 그 외모처럼 착하고 순수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 붐이라는 캐릭터도 그렇다. 마스크에 커다란 안경. 다 삐져나온 묶음 머리를 한 그도 결국엔 상처를 가리기 위한 도구로 마스크나 안경을 사용하고 있다. 이쯤하면 작가가 캐릭터 선정과 개발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였는지 알 수 있다. 누구 하나 정상이 없는데, 그 중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주인공이든 악역이든 주변인물이든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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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을 보다 보면 작가가 서스펜스 물 마니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단순히 극소수가 표방하는 장르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이 웹툰을 통해 수많은 영화를 보며 단련된 듯,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 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박찬욱 감독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배경이나 인물들이 한국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미 헐리우드에 진출한 감독이니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보기 드문 서스펜스 스릴러인만큼 아무래도 고어한 장면들도 나오니 그런 장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추천하기 힘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늘한 여름밤의 끝을 이 웹툰과 함께 장식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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