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 남자의 하이힐 - 은밀하게 변태스럽게, 행복한 취미생활의 비밀

위성 | 2016-06-17 15:31

 

 

 

수요일에 만나는 그 남자의 하이힐. 주인공은 여자보다 예쁜 발을 가진 남자, 김만석이다. 전 여친의 권유로 아무 생각 없이 구두를 신었던 추억을 곱씹으며 여러 명품 브랜드의 구두를 신은 발을 찍는 남성 블로거 만숙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의 이런 남다른 취미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주변인들에게 그는 ‘평범’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무 개성 없는 무색무취의 이십 대 남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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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쩐지 슬픈 것은 왜일까. 김만석의 전 여자 친구는 예쁜 구두를 신으면 내가 더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떠난 뒤 남기고 간 다홍빛 구두를 신는 그의 모습은 그녀의 껍데기를 신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려진 하찮은 전 남자친구가 전 여친이 남기고 간 허울을 입고서라도 다시 소중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은 서글픔이 화면 밖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뭐, 지금은 그냥 좋아하는 독특한 취미가 된 것 뿐이라고 한다 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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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이상한 수집욕구를 가지게 된 만석은 만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이웃 블로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다. 함께 일하는 여직원들이 매일 들여다보는 그 블로그에는 수많은 신상, 희귀템들이 자주 업데이트 되면서 그는 평균 방문 수 12만, 덧글 수 250개를 자랑하는 파워 블로거로 등극한다. 이쯤 되면 나중에 어디 티비 쇼라도 나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모른 척 눈에 띄지 않는 표정을 하고서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등 뒤로 흘려듣는 그의 모습이 왜 이렇게 웃길까. 초반에 나오는 문구처럼 여성 구두를 신어서가 아니다. 그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는 모습이 더 변태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연을 들어서인지 징그럽다거나 싫은 게 아니라 어딘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역시 여자들은 순정을 간직한 남자들에게는 약한 법이니까. 비록 그가 구두를 신더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구두를 신어 보면서 매장을 들락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개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거나, 여자친구 선물이라며 구매를 해야 한다. 그보다 더 은밀한 방법은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알 만한 사람들만 갈 수 있는 편집숍을 뚫는다거나. 그는 마지막 방법을 택하고는 폐가나 다름없는 편집숍을 찾아낸다. 거기에서 초 레어템인 마리 앙뚜와네트 루부탱을 보게 된 만석, 몰래 그 구두를 신은 만석을 본 주인장. 그리고 회사의 존재감 무 여자 버전인 려은.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꾸려 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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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웹툰을 읽다 보니 엉망진창인 내 발이 보였다. 신발이란 신발은 죄다 불편해 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신발을 한 켤레 사 본 적도 없으면서도 나 역시 구두에 대해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로망이 있다. 바로 웨딩 슈즈다. 웹툰 내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지만 섹스 앤 더 시티의 덕후라면 모두들 알 것이다. 빅은 한 쪽 무릎을 꿇고 캐리에게 마놀로 블라닉의 Hangisi를 건네며, 프로포즈를 한다. 반지를 끼워주는 대신 하이힐을 신겨주는 그 장면은 평생 꿈꾸는 나의 로망 중의 하나다. 동양에서는 신을 선물하면 애인이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난 속설을 믿지 않기 때문에 상관 없다. 아니, 상대방은 상관있으려나.

 

 어쨌거나 이 웹툰은 구두를 향한 여성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평소 운동화가 아니면 딱히 신발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괜히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다리가 쭉 뻗어 보이는 힐을 신고 거리를 걷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곰수니를 여자친구로 둔 남자들에게 이 웹툰을 추천해주고 싶다. 함께 보면서 여자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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