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주 일상적인 그리고 투쟁적인 : <참치와 돌고래>

뚜뚜 | 2016-12-22 01:13




 아주 일상적인 그리고 투쟁적인

  : <참치와 돌고래>

[웹툰 리뷰]참치와 돌고래 - 이힝


  보통의 "로맨스"를 목적으로 한 만화는 대부분 기가 막힌 우연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결국 두 주인공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그들의 사랑에는 외부적 요인으로부터의 투쟁은 명백하지만 둘 사이의 투쟁, 쟁취의 과정이 부각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사랑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투쟁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역사가 기록되는 것은 짝사랑 뿐이다. 


[웹툰 리뷰]참치와 돌고래 - 이힝


  여기 평생 연애라고는 해본 적 없는, 짝사랑의 이력서만 주구장창 채우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강현호이다. 우리는 흔히 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금사빠'라고 부른다. 금사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사랑에 대해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 현호의 사랑은 가볍지 않다. 대신 그녀의 사랑은 일상적이다. 어느 일상의 조각 틈에서 불현듯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인정한다. 


[웹툰 리뷰]참치와 돌고래 - 이힝


  자신이 느끼는 것을 사랑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아주 단단하다. 하지만 그것이 짝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늘상 투쟁한다. 외부 요인으로부터 그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그에 대한 투쟁이다. 그의 마음을 빼앗아 남자친구로 만들겠다는, 결심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영장에서 만난 남자를 현호는 '돌고래'라고 이름 붙인다. 처음 반한 순간 돌고래가 떠올랐다는 게 이유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현호의 사랑을 이루도록 도와준다는 명목 하의 술모임, '참치와 돌고래' 역시 창설된다. 우리는 사랑이 들어가면 때때로는 감동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설레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참치와 돌고래'의 창설 이후부터 시작되는 현호의 행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다.


  설레기는 하나 그것이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으며 그것마저도 현호가 저지르는 실수들로 어그러진다. 짝사랑을 쟁취한다는 문장은 생각만 해도 서러운 일일지도 모르나 현실로 오면 너무도 터무니 없고 어쩔 수 없는 일들로 웃음 밖에 낼 수 없을 때도 많다. 현호의 돌고래에 대한 애정 공세, 고백, 그리고 노력들은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라서 그녀의 투쟁은 그녀의 사랑과 꼭 들어맞는다.


  하지만 돌고래는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집합체이다. 잘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귀여운 것에 환장하는 오타쿠이고 어마어마한 대식가에 자신의 아들이라고 데려온 아이, 준이가 있다. 그에게는 바람이 나서 집밖으로 나갔다가 힙합을 하겠다며 돌아온 아버지가 있고, 현호가 원망하고 좋아하던 친구 민이 너무나 우연찮게 돌고래의 여동생이다. 

  현호가 돌고래에게 반한 이유는 어쩌면 그가 너무도 판타지 같은 사람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어마어마한 사랑을 느끼지 않던가. 현호의 쟁취는 그래서 비현실에 가깝다.


[웹툰 리뷰]참치와 돌고래 - 이힝


  그러나 그녀의 현실적인 일상 속에도 싹트는 사랑이 있다. 그리고 보다 닿기 쉬운, 아주 가까운, 그녀와 친한 수영 강사 한유라이다. 처음에는 현호와 사이가 안 좋았으나 자주 만나며 유라는 현호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국 자신의 사랑을 인정한다. 현호가 돌고래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지금 막 피어난 애정에 갈피를 못 잡는다. 그의 사랑은 아주 일상적인 장소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의 손님에게.


[웹툰 리뷰]참치와 돌고래 - 이힝

  현호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일상적이다. 돌고래는 일상과 거리가 멀고, 유라가 현호에게 느끼는 사랑은 일상적이다. 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아직 골이 깊어지지 않았으나 점차 현호에게 비현실과 현실의 틈 안에서 어떤 선택지를 제시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일상적으로 비현실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까, 아니면 자신을 일상으로 느끼는 현실을 위해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할까. '금사빠'에 '사랑꾼' 현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웹툰 <참치와 돌고래>는 네이버 목요 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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