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웹툰 작가를 리뷰해봅시다 - 모래인간

간파 | 2017-01-13 02:06



* 모래인간 작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토리 작가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꾼일리는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보고 듣고 살아온 이야기엔 한계가 있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자신이 이상적이라 여기는 인물상, 좋아하는 방식의 전개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자면 용비불패의 스토리 작가인 류기운 작가의 경우, [용비불패]와 [용비불패] 2부, [고수]에 이르러서 까지 과거의 삿된 망령에 휩싸여 있는 강한 주인공이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미티 작가의 자기 복제도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런 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미티 작가의 경우 그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개연성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호평을 주기 힘듭니다. 하지만 여기 작품에 있어선 호평을 줄만한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모래인간] 입니다


    모래인간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데뷔했습니다. 데뷔작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기존의 웹툰에서 볼 수 없던 마이너한 패러디와 실험적인 연출,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스토리로 지금까지도 네이버 웹툰에서 추천할만한 명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이지요. 그림체는 엉성하고 초반부 패러디는 조금 과한 감이 있지만, 지금봐도 [좀.나.없]은 데뷔작이란 걸 믿을 수 없을만큼 잘 짜여 있는 작품입니다. 그 단순한 그림체로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살려낸 역량을 보자면 작가는 이 때 부터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지요.


[웹툰 리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 모래인간[웹툰 리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 모래인간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독백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독백은 자기 감정을 독자에게 털어놓는 문학적 요소입니다. 감정을 서술하면 독자는 작가가 의도한 캐릭터의 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해주는 역할도 대신해줍니다. 과격한 전개가 어울리지 않는 작가 스타일에 철저하게 맞춰진 연출입니다. 여기에 더해. 작품은 방백까지 연출에 적용합니다. 내적으로 읇조리는 독백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감정적 호소가 주인공의 입을 통한 방백에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들리지 않는 내적 절규와 갈등 역시 이처럼 대사로 풀어집니다.


                              [웹툰 리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 모래인간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독백


                              [웹툰 리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 모래인간

[고기인간]에서 나타나는 방백



 모래인간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대사에 크게 의존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부터 행동 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대사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작품 전체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침착하고 냉담한 분위기는 이 서술 위주의 전개 덕분에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래인간 작가의 작품은 때때로 지나치게 화려한 수사로 무장한 부담스러운 문장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작품을 읽는 독자를 민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사에 의존하는 만큼 대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탓이지요. 이는 분명히 아쉬운 점입니다. 


  앞서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스토리 작가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을 따르기 마련이다. 모래인간 작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모래인간은 캐릭터로 치자면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고지식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길 참 좋아합니다.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의 주요 인물인 최진수는 남들이 이해해주지 못하지만 자기 신념이 분명한 과학자입니다. [나는 너를 보았다.]의 주인공은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소설가입니다. 고기인간의 경우 1부와 2부의 주인공이 나뉘는 데 1부의 주인공 하무사는 어릴 적부터 손가락 장애가 있어 남들이 피하던 아웃사이더 과학자였습니다. 모래 인간은 이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작품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풀어 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여기서 스토리를 진행할 때 모래인간 작가는 아이러니를 즐겨 사용합니다. 아이러니란 상정되지 않은 결과로 인해 발생한 의외의 상황을 말합니다.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경우, 좀비 사태로 인해 핍박박던 인물이 최종적인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나는 너를 보았다.]에선 딸을 구하고자 움직였던 아버지의 행동이 딸을 괴물로 만들어 죽게 만듭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독백은 이 감정을 절절히 나열하여 그 상황을 다시 되새김질 할 수 있게 해주고, 여기서 작품은 전개에 대한 해석의 묘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자기 스타일이 분명해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그릴 가능성이 무한한 작가입니다. 장점을 살린 특유의 연출 방식은 매니아 층을 끌어모을 만 합니다. 그러니 입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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