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맘대로 특집 - 고아라 작가 편 : 2. «사랑하는 나날»

MrCrazyani | 2017-03-13 10:30

[웹툰 리뷰]사랑하는 나날 - 고아라


    이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현재, 사랑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제 불치병이나 재벌 3세를 넘어 아예 늑대소년이거나 외계인이거나 도깨비거나 시간을 넘어 온 존재 정도가 등장해 주어야 한다. 사랑 이야기는 이제 아예 ‘연애’의 적나라함을 말하던지, 아니면 이르지 못할 순수한 ‘사랑’을 말하던지 둘 중 하나가 되었다. 연애던 사랑이던 그 이야기들은 감동인지 자극인지 모를 여운 없는 무언가를 남기고, 사랑이라는 관념은 현실에서 멀어져 닿지 못할 어딘가에 남겨진 것이 되어가고 말았다.


    고아라 작가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 만화인 «사랑하는 나날»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항변하는 듯 하다.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사랑하는 나날»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데다 정식 연재처(최초 연재처는 코믹플러스였다)가 있었기에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 의욕적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첫 작품인 «어서와»에 비해 대사 가독성이 좋아졌고 컬러가 보다 선명해졌으며 연출 역시 세련되어졌다.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컬러 사용이 다양해져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고, 그것이 인물 및 스토리와 맞아떨어져 겉돌지 않는다. 참신한 개그씬의 적절한 사용은 전체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한다. 미디어 다음에서 동시에 연재된 «럭키미»보다도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럭키미»가 «어서와»의 뒷이야기다보니 연출 스타일을 비슷하게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웹툰 리뷰]사랑하는 나날 - 고아라

▲ 본격적으로 수채화 방식의 작화를 정립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나날»은 제목 그대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사랑하는 날들을 그려낸다. 중학생 시절 사귀었다 헤어진 뒤 9년만에 다시 마주치게 된 김미와 승현의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이 되지만, 이들을 통해 인연이 닿은 책방 동료 지선, 만화 작가이자 지선의 동창 경주, 김미의 오빠 김준, 동생 김훈과 훈의 친구 영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무게와 감정으로 묘사된다. 작품 전체에 이야기가 꽉 차 빈약하지 않고 밀도가 있다. 플롯의 탄탄함이 섬세한 감정과 화사한 그림을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이렇게 각자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사랑은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네 책방에서, 학교 교실에서, 길거리와 까페에서 일어나는 만남과 교류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와 따로 떨어져 어딘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획득하거나 못하거나의 문제가 아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 못지 않게 ‘사랑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의 사랑이 이상적인 사랑에 닿지 못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사랑함’은 오직 나만의 것이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다.


[웹툰 리뷰]사랑하는 나날 - 고아라

[웹툰 리뷰]사랑하는 나날 - 고아라

[웹툰 리뷰]사랑하는 나날 - 고아라

▲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독자의 사랑과 공명하는 장면이 많다.


    그렇게 이 작품은 사랑을 말한다. ‘사랑’ 그 자체를 말하지 않고, ‘누군가의 사랑’을 말한다. 각자의 사랑이 저마다의 무게를 가지고 꾸밈 없이 드러나기에, «사랑하는 나날»은 자극도 심지어는 감동도 적을 지 모르지만,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건드려 결국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사랑’을 아는 사람은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라도 ‘나의 사랑’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사랑’이 소중했던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사랑하는 나날»이 주는 여운을 바친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추천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후 눈을 떠보니 500년이 지났다? <이제 와 악녀가 아니라 해도>
이해륜 | 2025-01-18
웃기지도 않는 삼류 소설의 악역같아.<이물질은 나였다>
이해륜 | 2025-01-17
대학에 가기 위해선 남주가 필요하다! <남주가 없으면 내 성적이 망한다>
김 영주 | 2025-01-16
로판 소설 속 다람쥐에 빙의돼버렸다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김 영주 | 2025-01-15
병동에서 일하며 길러온 인내심만큼은 얕보지 말라고! <악녀 알리시아가 나라를 구하는 방법>
이해륜 | 2025-01-14
미남 기근 시대에 잘생긴 청소부를 만났다 <나만의 XX>
김 영주 | 2025-01-13
마법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
이해륜 | 2025-01-11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흉가에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
이해륜 | 2025-01-10
우연히 한 혼잣말에 진짜 색시가 되게 생겼다? <백룡의 신부>
김 영주 | 2025-01-09
가문의 수치였던 나, 이번 생은 다를 거다 <무림최강 남궁세가 막내딸입니다>
김 영주 | 2025-01-08
그럼 부탁할게요. <아젤다 : 정령사의 계약 결혼>
이해륜 | 2025-01-07
정령이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S급 정령사의 테이밍 일기>
이해륜 | 2025-01-06
당하고만은 못살아.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이해륜 | 2025-01-04
배신당한 공무원이 과거로 회귀하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
김 영주 | 2025-01-03
혼돈의 세상 속, 진짜 레이더의 등장 <더 레이더>
김 영주 | 2025-01-02
독수공방이 제 목표입니다.<공녀님은 독수공방 체질입니다>
이해륜 | 2024-12-31
망해가는 공작가에 환생했다. <환생 공녀님>
이해륜 | 2024-12-30
일단은 용사입니다만.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
이해륜 | 2024-12-28
순수하지 않는 남녀의 이야기 <순수하지 않은 감각>
김 영주 | 2024-12-27
전무실 비서에서 며느리까지, 그의 목적은? <결혼의 목적>
김 영주 |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