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앙영의 일기장» - 자기 고백의 일상툰

MrCrazyani | 2017-05-29 10:42

[웹툰 리뷰]앙영의 일기장 - 앙영


    웹툰이라는 분야가 발견한 가장 독특한 장르 중 하나가 ‘일상툰’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의 일상 그 자체를 에피소드로 만들어 작품으로 만드는 일상툰은 다른 어떤 예술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심지어 기존의 출판만화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르이자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의 수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어떤 통찰이나 교훈을 구하려는 목적까지는 없다는 점에서 수필과도 다르죠. 일상툰은 그때그때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감정들을 온전히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낮은 진입장벽과 넓은 향유자층, 높은 확산성에 힘입어 일상툰 장르는 단숨에 웹툰 분야의 유력 장르가 되었습니다. 사실 웹툰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도 개그툰과 일상툰은 웹툰의 저변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웹툰 시장이 어느정도 성숙하여 이제는 많은 웹툰 플랫폼이 작품의 질적 성장과 다양화를 꾀하는 중에도, 일상툰은 여전히 웹툰 장르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앙영 작가의 «앙영의 일기장» 역시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데요, 특히 유료 웹툰 플랫폼으로서 좀 더 웹툰을 진지하게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레진코믹스 소속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앙영의 일기장» 에 대한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애써 무엇을 보여주려 하지 않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툰은 그것을 통해 작가의 존재 자체가 그대로 드러날 때 가장 빛이 나는 장르입니다. 오래전 «마린블루스»가 그처럼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도, 물론 웹툰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 다른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 자체에서 작가의 캐릭터인 ‘성게군’의 존재 자체가 잘 드러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웹툰 분야의 시장적 성숙과 장르적 형식화는 점차 개별 작품에게 다양한 시도를 요구했습니다. 일상툰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다 개그 요소를 많이 넣는다던지, 보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던지 하는 식의 세분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웹툰 리뷰]앙영의 일기장 - 앙영

▲ 작가의 존재 그 자체를 드러내 보입니다.


    하지만 «앙영의 일기장»은 제목 그대로 ‘앙영의 일기장’입니다. 앙영이라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그저 친한 친구와 전화 한 통 카톡 한 번 하는 것. 그것이 앙영 작가가 그리는 바입니다. 작가는 독자를 웃기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억지로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작가는 그저 섬세한 눈길로 일상을 포착하고 그것을 전해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오히려, 컨텐츠 소비자가 곧 컨텐츠 생산자가 되는 현대 인터넷 미디어 중심적 사회의 구성원들에게서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겠지요.


[웹툰 리뷰]앙영의 일기장 - 앙영

▲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우리의 하루’가 모토입니다.


    작가는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날은 재미있고, 어느 날은 우울하며, 어느 날은 황당하고 어느 날은… 음, ‘또라이같을’ 겁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이 이야기가 나 자신의 또다른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나면, 앙영 작가가 나와 동떨어진 먼 별세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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