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엉이식당 - 한 맺힌 영혼들을 위한 진수성찬

경리단 | 2016-06-21 01:54

 

 

 

사후세계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거의 모든 살아있는 이들의 숙명과도 같으리라. 우리가 모두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후세계는 과연 존재하는지, 아니면 죽으면 그걸로 무(無)로 돌아가 그걸로 끝인 것인지 하는 단순한 물음에서부터,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어떤 세계일지, 그곳에서 사람들의 지위와 역할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하는 고차원적인, 혹은 공상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만약 사후세계가 일각의 주장처럼 현실의 모든 번뇌와 고통에서 자유로운 피안(彼岸)의 세계가 아니라면, 하다못해 현실을 조금이라도 닮은 곳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현실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잘못된, 혹은 억울함 죽음으로 그곳에 닿지도 못하고 일상과 완전히 유리된 채로 떠돌고 있는 유령의 신세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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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식당’ 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그런 존재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아 한이 맺혀 이승을 떠도는 귀신들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이승을 떠나고자 한다. 승천(昇天)하여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자 그때를 대비하여 ‘눈물’을 모으거나, 남의 눈물을 빼앗으려 한다.

 

평범한 식당집의, 그러나 자신의 사정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겨우 식당을 이어가고 있는 시은이는 그런 귀신들 중 한 명인 ‘부기’를 만난다. 부기는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일들, 다른 귀신들의 눈물을 빼앗아 하늘로 올라간다는 목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시은이는 유령들 중 유일하게 부기만을 볼 수 있고, 그런 부기를 통해 다른 유령들과 소통한다. 우연한 기회에 식당에서 만든 괴상한 요리(빨간약을 듬뿍 넣은 야채무침이라든지)가 유령들에게 놀라운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시은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령을 찾아 돕기 위해, 그리고 부기는 다른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유령들을 위한 비밀스러운 야간 식당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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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귀신들에게는 한이 있다. 설령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죽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괴로움이 있을 것이다.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하늘 아래 세상에는 속세의 고민을 떨쳐낸 초인들이 그리 많지 않다.

 

표면적으로 그런 영혼들의 괴로움을 풀어주는 길은 얼핏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들의 한이 서린 물건을 잔뜩 가지고 와서 재료삼아 요리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야구 글러브와 함께 찜을 끓이고(“야구찜”), 300만원이 넘는 명품백을 넣고 튀김을 튀기고(“빽튀김”)... 그런 것들을 먹으면 귀신들은 비로소 한을 풀고 현실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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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만화적인 장치, 혹은 전개를 위한 편의일 뿐이다. 도대체 그런 괴상한 음식들을 먹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말이다. 또 시은이와 부기를 찾아오는 귀신들은 둘과 거의 관계가 없는 타인들일 뿐이다. 죽어서도 지상을 떠돌 정도로 억울한 이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들에게 고통을 준 원인을 찾아가 복수를 대신할까?

 

물론 시은이와 부기는 그러지 않는다.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시은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하며 귀신들은 현실에 전혀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다. 대신에 그들은 단지 이야기를 들어준다. 음식에 추가할 ‘한이 서린 재료’를 찾으려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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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가족을 위해 생경한 도시로 올라와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은 처녀귀신, 바람핀 남편에게 복수하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유부녀, 막대한 빚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부부의 동반자살로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아이,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야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죽고 나서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그 한이 서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바로 고통을 치유하는 진정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부엉이 식당은 다친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곳. 단지 그런 공간이었고 부기와 시은이가 한 일도 그러했다. 부엉이 식당은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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