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월의 눈을 가진 소녀 - 쌈마이한 운명의 죽음

경리단 | 2016-07-15 10:22

 

 

 

하늘 아래 새로운 설정은 없다고 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고, 기록해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설정 그 자체로 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뻔한 설정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변주의 과정에 있다. 거기서 이야기의 신선함이 갈린다.

 

그런데 종종 어떤 변주조차 찾을 수 없는, 다양한 매체에서 수없이 다뤄진 흔한 설정과 그 설정에서 비롯된 흔한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연히 독자들이 처음 그 이야기를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식상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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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이야기는 식상해진 순간부터 이미 한 수 지고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그것은 제 나름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식상함은 곧 익숙함이고 그 이야기가 익숙해진 것은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경험에 연유하며 이야기가 반복된 것은 그러한 서사구조가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해서 식상한 이야기는 효과적인 이야기이도 하다.

 

‘4월의 눈을 가진 소녀’ 는 식상한 이야기이다. 평행 우주, 예정된 죽음, 다른 세계에서 온 구원자, 핵심 소재부터 이야기의 진행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특별한 게 없다. 심지어 이 웹툰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진부함 말고도 다양한 단점들을 내포하고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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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다소 아쉽다. 상황에 맞지 않게 어색하고, 문어체이며, 때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설정을 연극배우처럼 떠들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보조적인 축을 담당하는 인물과 그 배경 설정은 살짝 의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치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웹툰의 첫 장을 펼쳐본 독자들 중 상당수는 완결을 보게 될 텐데, 그것은 ‘쌈마이함’ 의 힘 덕분이다.

식상한 이야기들도 그 속에서 수준 차이가 있다. 이야기의 홍수와도 같은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게 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의 눈을 가진 소녀’ 가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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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눈을 잡아두려면 지루해서는 안 된다. 지루하지 않으려면 뻔한 이야기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패착은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늘어지는 전개는 그러나 뻔한 소재와 이야기 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지루함만 더할 뿐이다.

 

4월의 눈을 가진 소녀는 아주 곧게 뻗어있다. 이야기는 다른 쓸데없는 것들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핵심만을 짚으며 빠르게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 일직선의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나름의 개성을 확보했고, 그림 작가의 실력은 독자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또 하나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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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정감이 가는 인물들과 괜찮은 그림 실력, 호소력 있는 - 그러나 진부하기 짝이없는 - 이야기의 속도감 있는 전개는 최소한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 웹툰은 딱 그 정도의 가치와 수준을 내포하고 있다.

 

‘쌈마이’ 의 측면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결말은 비록 뻔한 과정을 거쳐 뻔한 종착에 이르지만 훨씬 더 극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결말 부분의 사건은 지금까지 곁가지에 지나지 않았던 원인에서 비롯됐으며 크게 흥미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급히 마무리 지은 기색이 역력하다. 결말에서만큼은 조금 더 힘을 줬다면 훨씬 더 자극적인 재미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터였다. 아쉬운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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