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 - 진정한 사랑 이야기

namu | 2016-09-15 22:31

우리에게 트레이스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네스티 캣. 고영훈 작가의 심금을 울리는 로맨스물.  최근 엄청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네이버에서 연재를 마친 Ho! 역시 청각 장애인에 대한 스토리로서,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식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사람들의 인식은 점차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다. 탤런트 홍석천 씨가 예능에 나와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외치며 하루아침에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 외치는듯한 이 작품은, 후천적 장애인과 선천적 장애인의 사랑을 다루며, 핸디캡이라는 것은 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더 애틋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Screen Shot 2015-09-09 at 7.50.19 PM.png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는 눈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귀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계속되는 밤샘 작업으로 눈에 무리가 와 시력을 잃게 된 남자 주인공 근수는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잘 나가는 웹툰 작가이며 그의 작품은 영화화까지 진행 중이다. 그는 마감에 쫓기면서도 계속 놀아달라는 어머니 때문에 힘들 텐데도 힘든 내색 한번 않고 어머니 병수발과 집안일까지 하며 빠듯한 생활을 한다.

 

 

Screen Shot 2015-09-09 at 7.48.52 PM.png

 

 

만화가의 직업적인 특성상 일이 들어올 때 바짝 벌어야 된다는 사실은 이미 이쪽 분야가 직업인, 혹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일이다. 언제 나를 다시 찾아줄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 그는 연재 중인 작품 외에도 무리하면서까지 외주까지 도맡아 한다. 근수는 어느 순간 눈이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의사에게 실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계속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머니가 다쳤는데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 신체의 일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소같이 쓰일 수 없는데서 오는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슬프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고영훈 작가는 그만의 개그 요소를 군데군데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Screen Shot 2015-09-09 at 5.21.16 PM.png

 

 

 

또 그런 그의 만화를 보는 것을 사랑하는 청각장애가 있는 벙어리의 그녀.. ‘소리'. 장기 휴재에 들어간 근수의 응원을 하려 집에 들른 것이 인연이 되어 부부의 연까지 맺었다. 이들 부부가 소통하는 방식은 좀 독특하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손가락이 기억하는 감각으로 타자를 치는 그와 그런 모니터의 글자를 읽는 그녀.. 그녀는 그의 팔에 한자 한자 정성 들여 글씨를 쓴다. 푹 잤어요라고. 귀로 듣는 모든 것은 남자가 여자의 주의를 끌어 상황을 보여주고, 그녀가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그의 입과 귀가 대신해준다. 그런데도 이들은 불편한 것이 하나 없어 보인다.

 
 

Screen Shot 2015-09-09 at 7.47.24 PM.png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소리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울컥하면서 올라오는 슬픔이 있다. 그 누구보다도 더 삶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감사함을 모르고 사는 느낌이고, 그들은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 더 많이 느끼고, 감사하며 사는.. 보고 있기만 해도 부끄러움에 나 자신까지도 경건하게 만드는 그녀..

 
 

Screen Shot 2015-09-09 at 5.25.24 PM.png

 

 

작가의 연출에 정말 놀란 장면은 8화에서 집으로 찾아온 예전 근수의 어시스트였던 연정이 집으로 찾아와, 그에게 연출을 맡아 달라는 신이었다. 이렇게 둘이 일에 대한 얘기를 하는 동안 소리가 퇴근을 했고, 그녀는 우두커니 그녀의 남편과 연정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은 대사가 없다. 소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다. 눈이 몇 번 마주치고, 웃고 -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동안 소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Screen Shot 2015-09-09 at 6.28.50 PM.png

 

 

대사가 없는 그 짧은 몇 분을 답답해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녀에겐 일상인 일들이.. 바로 옆에 있지만 한없이 작아지는 소리의 모습은 그녀가 겪고 있는 이런 심적인 고통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다. 우리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장애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매일매일을 타인의 시선과 싸우는 그들.. 부족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에 한정적인 삶에 대한 소중함도 아는 그들..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작품이었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추천

다시 나타난 고스트 <신비아파트>
김 영주 | 2026-08-08
이세계를 구했더니 지구가 더 막장이었다. <세상도 구해본 놈이 잘 구한다>
김 영주 | 2026-08-07
냉대와 핍박을 받는 가문의 수치가 되었다. <백호 가문의 아기 솜뭉치>
이준희 | 2026-08-06
대한민국 영양사가 이세계로 가면 생기는 일 <이세계 영주가 밥을 잘 먹임>
김 영주 | 2026-08-05
지하실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가지 말 것! <개미>
이준희 | 2026-08-04
내 남친이 냥냥증후군에 걸렸다 <내 남자친구는 고양이다옹>
김 영주 | 2026-08-03
이곳에서 나는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힘을 숨기고 즐기는 평화로운 하녀 생활>
이준희 | 2026-08-01
의학 드라마 오타쿠가 의사에 빙의했다 <반란군의 돌팔이 의사>
김 영주 | 2026-07-31
너와 함께할수록 볼이 빨개지고 부끄러워진다 <네 앞에서만 부끄러운 나는>
김 영주 | 2026-07-30
전생의 원수를 만났습니다. <원수는 약혼식장에서 만난다>
이준희 | 2026-07-29
여주의 아버지와 결혼하게 됐다 <딸이 귀엽고 남편이 멋짐>
김 영주 | 2026-07-28
살인욕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집착 광공이 나를 감금하려고 한다>
이준희 | 2026-07-27
내가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줄게. <환생자의 스트리밍>
이준희 | 2026-07-24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해졌으면 좋겠어 <레몬나무숲>
김 영주 | 2026-07-23
무의미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니까! <GO라니의 독립일기>
이준희 | 2026-07-22
이세계로 사라진 동생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이세계 청부사>
김 영주 | 2026-07-21
최악의 악당이 되는 미래를 바꿀거니까! <악당을 바르게 키워보겠습니다>
이준희 | 2026-07-20
맛있는 음식을 탐험하며 이어지는 일상 이야기 <먹는 인생2>
김 영주 | 2026-07-18
제가 당신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괴물 공작의 아내로 살아남는 법>
이준희 | 2026-07-16
멸망은 일상이 되었다 <아포칼립스를 걷는 우체부>
김 영주 |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