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감스러운 귀환 - 정령왕 엘퀴네스

므르므즈 | 2017-12-29 09:59

[웹툰 리뷰]정령왕 엘퀴네스 - 냐르 이환 이환


  주인공 강지훈은 어느 날 트럭에 치여 죽는다. 죽은 뒤 지훈은 이세계로 가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원래 정령왕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한 힘과 1만년의 수명을 가졌으며, 여자로 착각할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맹한 성격을 가진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는 2세대 판타지 소설 중 한국 동인계에서 가장 열풍을 불러일으키던 소설 중 하나였다.

 이세계로 주인공이 떨어진다는 대리만족적인 내용과, 정령은 무성이라는 설정 하에서 온갖 커플링을 짜맞출 수 있단 장점이 당시 여성향 독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셈인데, 현세대 판타지 소설이 이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간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시 엘퀴네스는 문장이 다소 조악하고, 지나치게 캐릭터들의 외모를 어필하는 경향이 있는 '동인 소설'에 가까운 물건이었으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현대 이세계 판타지를 기준으로 잡고 생각해도 양식이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과 일행이 지나치게 강한 대신 조연들의 드라마에 집중했기 때문에 작품 내 긴장감이 유지되고,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는 이유에 대해 작품 속 세계관을 활용하여 설명을 할 수 있고, 주인공 외모 찬양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조연들의 캐릭터성이 묻히지도 않았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에게도 작가 나름대로 매력을 부여한 셈인데 정령왕 엘퀴네스는 이런 캐릭터와 세계관의 조합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수 있었다.


[웹툰 리뷰]정령왕 엘퀴네스 - 냐르 이환 이환

  만화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정령왕 엘퀴네스>는 개정판 이전의 동인지같은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그림체와 동인 회지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연출력을 통해 엘퀴네스 2차 창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가져다 준다. 미형 그림체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것이니 그림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금발 캐릭터의 얼굴 디자인이 죄다 똑같은 건 소소한 불만으로 내게 다가왔다. 작품은 현재 1부 완결 상태로, 샴페인 용병단과 엘퀴네스 일행이 헤어지는 과정까지를 그려냈다.


  1.   이 과정에서 기존에 개연성이 다소 어긋났던 부분이나, 진행이 미숙했던 요소들을 바꾼 흔적이 여러 면에서 보였다. 특히 엘퀴네스가 힘을 쓰지 않고 답답하게 당하는 듯한 장면들은 모두 힘을 써서 물리치는 방식으로 개편됐는데, 개인적인 감상으론 아이를 놓고 싸우는 두 엄마 모두 나쁜 여자였다는 전개가, 수천명을 학살한 마족을 변호하는 엘보단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 아쉬움이 남았다.
  2.  이 밖의 전개는 개정판을 그대로 따라가는지 깔끔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웹툰 리뷰]정령왕 엘퀴네스 - 냐르 이환 이환

  하지만 개편된 만화는 눈에 밟히는 아쉬움과 걱정을 자꾸만 내게 남긴다.

 이를테면 이 작품은 과연 후반부 전투 장면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정령왕 엘퀴네스>는 판타지 소설이다. 단순히 잘생긴 캐릭터들끼리 만담만 나누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진 않는다. 엘퀴네스가 힘을 과시하는 부분도 있고, 마신을 쓰러트리는 장엄한 전투도 예정되어 있으며, 수만의 몬스터 군단과 인간이 싸우는 대규모 공성전도 준비되어 있다.

 미남들의 만담을 나누는 데 특화되어 보이는 그림 작가를 쓴 것은 다소 성급한 인선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작가의 액션을 그리는 역량이 다소 모자란 듯해서 더욱 그렇다. 현 <정령왕 엘퀴네스>의 그림작가가 캐릭터를 아름답게 그릴지는 모르나, 액션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느냐를 묻는다면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상당히 옛날에 본 작품이다. 그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작품이 이렇게 만화로 다시 나온 모습을 보면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하지만 돌아와 거울 앞에선 그 모습이 내 생각과 달라 당황스럽기도 할 따름이다. 앞으로의 전개가 무탈하고, 또 멋지길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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