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래빗홀>, 소품 같은 이야기

박성원 | 2018-04-12 10:04

[웹툰 리뷰]래빗홀 - 하양지 영모


올해로 26살이 된 '남희연'은 가정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희연은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됩니다. 아버지와 딸, 아들까지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커다란 저택에 새 가정부로 취직하게 됐죠. 희연은 이런 종류의 만화에 등장하는 젊은 여자 가정부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매력적인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입니다. 성적인 관념도, 목적이 어쨌든 간에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고요.


희연이 독특한 성격과 프로필의 소유자인 만큼, 이들 가족도 어딘가 크게 엇나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유명한 동화 작가로 세 가족이 풍족한 경제적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준 원천이지만, 지병을 앓고 있어 시한부 인생으로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작 남편이나 자식이나 별로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웹툰 리뷰]래빗홀 - 하양지 영모


앞서 언급했듯 여성으로서 매력이 넘치는 희연은, 웹툰이 시작되기 무섭게 집주인 '건태'를 유혹해서 관계를 맺습니다. 다시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정부인 희연의 (여러 가지 의미에서)관계는 비뚤어진 저택의 세 가족 전체와 확장되고요. 스포일러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지만, 당연히 희연이 이곳에 가정부로 들어온 것은 숨겨진 목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어요. 굉장히 단순하고, 명료하며,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내용에 대해 언급하면 이야기의 결말을 누설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죠. 크게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도 않고, 엄청나게 비윤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굳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야기가 인상적이지 않은 대신 분량도 그만큼 짧고, 독자의 시간과 정신을 소모시키지도 않거든요. 내적인 완성도 또한 썩 괜찮은 수준입니다. 말하자면, 이건 '래빗홀'이라는 웹툰의 장점이나 단점이 아니라 특징이겠죠.


[웹툰 리뷰]래빗홀 - 하양지 영모


그보다는 이야기 외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정확히는 '남희연'이라는 인물이요. 사실 20화 동안 보여준 모든 것들이 희연을 돋보이기 위한 소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그만큼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작화가 훌륭한 것도 한몫하지만 그 이상으로 담백하고 고요한 정신 세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적(靜寂)인 팜-파탈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눈에 띄게 새로운 성격의 인물은 아니지만, 모순 없이 잘 짜여져 있고 나름의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완결이 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9편 분량의 외전을 통해 희연이라는 인물의 과거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걸 보면 작가가 생각한 웹툰의 목적성도 리뷰어인 본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깔끔하게 완결난 작품에는 리뷰도 응당 그렇게 대응해야 될 테지만, 한마디만 사족을 덧붙이자면 희연이 등장하는 또다른 이야기를 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장르는 어느 쪽이든 괜찮을 것 같고요.


- 2018 / 04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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